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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2일 08시 11분 등록

 제가 전 직장에서 현 직장으로 이직한 케이스는 약간 특수해서 저와 함께 지금 직장에 넘어온 사람들이 쉰 명 가까이 됩니다. 그러나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그중에서 적응할만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만큼 새로운 일은 혹독하고 사람들은 텃새를 부리기 마련입니다.


마음 편지를 쓰면서 저는 지금의 상황에 대해, 직장에 다니는 것 그 자체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왜 이렇게 괴로운지, 왜 사람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지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그러던 중 파스칼 미냐르라는 작가가 세상과 등진 한 음악가의 예술혼을 주제로 쓴 아주 아름다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그 책은 『세상의 모든 아침』(문학과 지성사)이란 책으로 다음과 같은 구절을 적혀 있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아침은 다시 오지 않는다’ p113


 이 말은 제가 최우선 순위로 삼아야 하는 것이 남은 나의 시간이라는 것을 일깨워주었습니다. 지금 제가 어떤 순간을 보내더라도 저의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결국 제 인생이 되어 흘러가는 것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책에서는 또 이런 구절도 나옵니다.


활을 켤 때 찢는 것은 살아 있는 내 작은 심장 조각이네. 내가 하는 건 어떤 공휴일도 없이 그저 내 할 일을 하는 거네. 그렇게 내 운명을 완성하는 거지.’ p75


키냐르는 주인공인 음악가 생트 콜롱브라는 인물의 인생을 통해 아침을 맞이하는 여러 가지 방법중 가장 멋진 방법을 그려내고 있었습니다. 이런 문장은 만나기도 쉽지 않거니와, 읽으면 바로 가슴에 불이 확 옮겨붙는 것 같습니다. 순식간에 소설 속 인물의 삶에서 저의 삶으로 훅 들어와 상황을 다르게 보이게 만들어 놓지요. 저는 지금 이 이직의 어려움이 있는 것을 버티는 것에서 궁극적으로는 제가 가닿고 싶은 곳이 어디인지, 어떻게 나의 세상을 만들어가고 싶은 것인지에 대해 자신에게 물어보기로 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전에 해왔던 일에도 재미있는 부분과 재미없는 부분이 공존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운이 좋았던 것이지, 아마 함께 일했던 동료 중 누군가에게는 이직하고 싶을 만큼 괴로운 직장이었을 것입니다. 결국 회사, 즉 남이 시키는 일을 언젠가는 졸업해야 하며, 그 순간이 되었을 때 준비가 되기 위해서 내 쪽에서 회사를 활용할 방법은 없을지 고민해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회사의 업무 환경이 녹록지 않아야지만, 제가 잊고 있었던운명의 완성이란 의무를 계속 잊어버리지 않고 마음속에 품게 되는 아이러니한 장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도 침범할 수 없는 나의 영역, 나의 시간을 보내는 삶의 방식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일상과 연결할 수 있다는 것을 잊어버리지 않는 것이야말로 어떤 상황에서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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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06 07:04:30 *.169.176.97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지만, 그 산이 아니고 그 물이 아닌 것처럼,  인생, 삶, 하루, 기술적인  동작들까지 모든 것은 반복되지만 같은 것은 단 한 번도 없다. 그래서 전 그것을 '일회성의 원리'라고 부름니다. 

개인적으로 더 나은 삶이 있어서가 아니라 더 나은 삶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곧 꿈보다 해몽이라고 나의 해석을 통한 정의가 나의 태도와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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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06 15:10:04 *.244.220.254

"이런 문장은 만나기도 쉽지 않거니와, 읽으면 바로 가슴에 불이 확 옮겨붙는 것 같습니다. 순식간에 소설 속 인물의 삶에서 저의 삶으로 훅 들어와 상황을 다르게 보이게 만들어 놓지요." 독서의 기쁨을 잘 나타낸 문장이라 생각합니다. 읽고 나니 제가 요즘 즐겨 듣는 팝송이 떠오르네요. 미국 가수 제이슨 므라즈의 <Living in the moment>, 우리 말로 지금 이 순간을 살자는 뜻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롯이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할 수 있다면 더불어 삶도 그만큼 충만해질 수 있겠지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틀린 조사가 하나 보여 감히 말씀드립니다. 두번째 단락 끝부분, "다음과 같은 구절을 적혀 있었습니다."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적혀 있었습니다."가 맞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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