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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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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10일 09시 14분 등록

싫어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방법


살다보면 싫어하는 사람을 꼭 한 두명은 만나게 됩니다. 그냥 싫어하는 게 아니라, 미치도록 싫은 경우도 있죠. “인생의 기술 중 90%가 내가 싫어하는 사람과 잘 지내는 방법에 관한 것”이라는 말도 있고보면, 결국 어떻게 하면 나와 다른 사람들, 내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지가 인간관계의 핵심 기술인 것 같습니다.


저도 싫은 사람이 한 둘 있고 보니, 이런 고민을 하게 되더군요. '어떻게 이 사람을 대하고, 어떻게 지내야 할까?' 공자는 이런 상황에서 “싫어할 순 있지만 그에게도 좋은 점이 있다고 인정하라”고 이야기합니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만, 싫다는 감정이 한번 들기 시작하면 공자말씀도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로 들릴 수 있습니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들, 나를 반대하는 사람들을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하다, 어제 새로운 아이디어를 하나 얻었습니다. 


책 <타이탄의 도구들>에 보면 ‘레드팀’이라는 개념이 나옵니다. 레드팀이 뭐냐. 인터넷의 창시자로 꼽히는 ‘마크 앤드리슨’이 제안한 개념인데요, (참고로 그는 넷스케이프 공동설립자이기도 한데, 10억명 이상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수십억 달러 규모의 기업을 다수 설립해왔습니다) 그는 뛰어난 인재를 고용해 사내에 ‘레드팀 red team’이란 걸 만듭니다. 레드팀은 이런 역할을 합니다. 이 결정으로 직면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시뮬레이션하여 취약점을 포착해 전략을 재검토하며 대안을 분석해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하는 역할이죠. 거창하지만 한마디로 하면 이렇습니다. 결정자의 논리와 사고의 약점을 파고들어 아주 신랄하게 비판하는 겁니다.  다 까놓고 이야기하면서 상황과 제안을 다각도로 검토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동료가 새로운 프로젝트를 가져오면 속으로는 괜찮다고 생각해도 일단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비판하는 자, 방어하는 자가 서로 뒤엉켜 뜨겁게 싸우면서 그 건이 정말 괜찮은지 검토합니다. 막판에  제안자가 ”제기랄, 이건 정말 괜찮은 건이라니까!“라고 말하면 박수쳐주고 퇴장하는 식입니다. 살벌하죠?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싶은데, 마크는 사내 레드팀의 공격을 극복하지 못하면, 세상이라는 진짜 무시무시한 레드 팀에 무릎을 꿇고 만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이런 말을 합니다. 


”개인이라면 자신의 생각과 정반대 방향에 있을 만한 사람을 찾아 3~5명 정도 나의 가장 소중한 신념과 철학을 산산히 부숴줄 팀을 만드세요. 나와 180도 다른 아이디어, 가치, 생각을 가진 사람은 나의 성장에 훌륭한 자양분을 제공해줄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을 읽고, 머릿속이 반짝! 하고 환해졌습니다. 그간 나와 다른, 반대되는 사람들을 대할 때마다 불편한 마음이 들어서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해왔는데요. 그들을 레드팀으로 묶어버리면 되는 겁니다!  레드팀은 나와 달라서, 나와 반대되기 때문에 내가 보지 못하는 부분을 볼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함께 있으면 마음이야 불편할 수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소중한 사람들인 것이죠. 나의 틀을 깰 수 있게 돕고 더 강해지도록 만드는 존재들이니까요. 저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습니다.  


‘레드팀만이 아니라 그린팀, 블루팀을 만들자!’



레드팀 vs 그린팀 vs 블루팀


레드팀이 나와 반대되는 사람들로 나에게 불편함을 안겨주고 나를 자극하며 그럼으로서 나의 생각을 확장시켜줄 사람들이라면, 그린팀은 나와 같은 지향점을 가진 사람들로 나를 지지하고 한 편이라는 안정감을 들게 하는 사람들입니다. 한마디로 내 편인 사람들이죠. 가족, 친구, 남자친구, 지지자 등이 이에 속합니다. (골드팀도 있습니다. 그린팀에서 한 단계 위인 그룹으로, 골드팀은 나의 영적 성장에 영향을 끼치는 사람들입니다. 스승과 같은 존재들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블루팀도 있습니다. 블루팀은 불특정다수의 사람들입니다. 나와 반대되지도 않고, 그렇다고 내 편도 아닌 사람들. 애매모호하지만 그렇다고 해가 되진 않는 사람들. 이 사람들을 블루팀으로 묶습니다. 잠재적으로 레드팀이 될 수도 있고 그린팀이 될 수도 있지만 현재는 중립적인 사람들이죠. 이들과는 불편할 것도 없고, 그렇다고 딱히 좋을 것도 없지만 그냥 함께 흘러갈 수 있습니다.  


이렇게 팀으로 분류하고 나니, 세상에서 누구 하나 내 편이 아닌 사람이 없어졌습니다. 흑과 백, 좋고 나쁨으로 구분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입체적으로 사람들을 파악하는 새로운 개념이 생긴거죠. 이 아이디어, 어떻습니까? 누군가 나를 불편하게 만들면 그 사람을 레드팀에 넣어버리는 겁니다. 나의 소중한 부분을 건드리는 사람, 나를 불편하게 하는 사람, 나를 공격하는 사람. 그들을 모두 ‘레드팀’에 넣어버리고 그들이 나의 생각과 신념을 공격하도록 둡니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단 하나. 그들이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들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들 뿐“이라는 니체의 말도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나와 같은 지향점을 가진 사람들은 그린팀으로, 내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은 골드팀으로, 그외는 블루팀으로 들어가는 것이죠.     


세상에 싫고 좋은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존재하지만 그들을 '싫고 좋음'으로 구분하지 않고, 알록달록  다양한 색채를 부여하면 세상 자체가 새롭게 보이는 효과가 생깁니다. 이렇게 보면 궁극적으로 나의 적도, 동지도 없고 그저 다른 색을 지닌 사람들일 뿐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또한 그들 모두 결론적으론 나의 편이라는 것도 알게 됩니다. 다양한 색채를 가진 사람들로 가득찬 세상이라니, 왠지 더 즐거운 마음이 들지 않습니까?


여러분에게 레드팀, 그린팀, 블루팀은 누구인가요?

IP *.181.106.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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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0 18:07:15 *.23.145.168

이런 생각은 어디서 나오시는 것인지? 레드팀에서 골드팀, 그린팀, 블루팀을 만들어내시는 것을 보고 김선생님이 직장생활을 계속헸다면 이 아이디어는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에 한 표를 던집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아이디어는 직장생활에 지친 사람들에게는 신의 한 수입니다. 직장인들의 가장 큰 고민이 싫은 사람과 일하게 되는 것이거든요. 혹시 직장인들에게 강의하실 기회가 있다면 꼭 이 방법을 알려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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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1 15:56:22 *.181.106.109

댓글로 자주 뵈니 더 반갑습니다.^^ 주신 말씀을 꼭 기억을 하고 있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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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1 13:03:44 *.169.227.25

저에게는 마치 이기기 힘든 상대처럼, 또는 아주 더티하게 하는 상대(잘하기는 하지만 매너가 나쁜)처럼  생각됩니다. 가끔씩 선수들은 이기기 힘든 상대를 마치 죽여야 될 원수처럼 미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때 마다 전 그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강한 상대란 죽여야 될 원수 같은 존재가 아니다. 강한 상대는 자신의  한계의 넘어설 수 있는 동력이 되어 주고 그래서 스스로를 패배와 좌절감을 극복하고 더 나은 자신으로 태어날 수 있게 해 준다.  또 승리가 계속될 때, 자기도 모르게 빠져들 수 있는  자만과 우월감에서 오는 방심과 나태 해 질 수 있는 자신을 경계할 수 있게 해준다.  그래서 나는 좋은 스승과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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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1 15:57:17 *.181.106.109

강한 상대란 또 다른 스승이라는 말, 아주 멋집니다. 크게 공감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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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3 08:32:51 *.244.220.254
 글을 읽고 이런 영어 표현이 떠오릅니다. Burn the bridge...네이버 오늘의 영어 회화에서 본 것인데,  직역하면 다리를 불지르다 의역하면 사람과의 관계를 단절하다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Do not burn the bridge는 '싫은 사람이라도 관계를 (무 자르듯) 단절하지 말라'는 의미로 저는 해석했습니다. 말씀대로 살다보면 나와 너무 다른 사람, 특히 단순 취향이나 습관이 아니라 가치관이 많이 다른 사람을 만나면 당연히 불편합니다. 그렇게  '타인에 대한 미움'이 오랫동안 제 마음에 머문 경험이 있고요. 그런데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내가 왜 (싫어하는 그로 인해) 어두운 감정을 오래 담아두고 있나. 우선 싫어하는 그를 되도록 내 머리에서 지우고 무관심해지면 되겠다 싶었어요. 그렇게 한동안 시간이 흐르고 업무상 통화를 하게 되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그도 이런 면에서는 장점이 있구나 싶은 생각이 문득 들더군요. 그사이 제 마음이 넓어졌는지 모르겠지만... 레드, 그린, 골드, 블루 갖가지 다채로운 색깔로 가꿔갈 글리님의 인간 관계가 부럽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감히 오자 지적질(?) 합니다. 1) "공자말씀도... 내가 어하는 사람들"은 "공자말씀도... 내가 어하는 사람들"로 2) "(참고로 그는 넷스케이프를 공동설립자이기도 한데"는 조사 '를'을 생략해 "(참고로 그는 넷스케이프 공동설립자이기도 한데"로 하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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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4 07:30:27 *.181.106.109

경험을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마음에 안들면 무자르듯 잘라버리는 쪽이었는데, 응덕님 말씀처럼 돌아보니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더군요. 물론 아예 상종말아야할 사람들도 간혹 있지만 대부분 불편한 사람들은 나와 뭔가가 다른 사람들인데 그걸 다 잘라버리면 안되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저런 생각끝에 나온 아이디어이고, 저도 계속 적용하면서 관게를 다듬어 가고 있네요.

오자는 언제나 감사합니다. 제 눈엔 잘 안보이는 것들이 있는데, 앞으로도 보이면 언제든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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