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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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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24일 08시 33분 등록

 오늘은 다정함에 대한 멋진 콘텐츠를 하나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바로 최근에 개봉했던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입니다. 제목이 좀 길죠?


 미국 이민자로 세탁소를 운영하는 에블린은 탈세 혐의로 세무조사를 받습니다. 그녀의 삶은 상당히 위태롭습니다. 병든 아버지 수발을 들고, 세무조사를 준비하고, 세탁소 업무를 처리하고, 주요 고객들을 대상으로 파티를 준비하며, 하나뿐인 딸은 동성애자라고 선언했고 이 모든 업무를 처리하는 데 도움을 주지 못하는 여린 남편은 이혼서류를 내밉니다. 한꺼번에 에블린의 인생이 파멸해가려는 그때 갑자기 남편 웨이 먼드가 돌발행동을 하며, 조부 투 파키라는 악당이 자신이 있는 멀티버스를 파괴하고 다른 멀티버스들을 하나하나 없애버리고 있다며 이곳의 에블린에게 멀티버스를 지켜달라고 부탁합니다.


 알고 보니 그 조부 투 파키라는 빌런은 에블린과 웨이 먼드의 딸 조이의 다른 세상 버전이었습니다. 다른 차원에서 훌륭한 과학자였던 에블린은 차원을 넘나드는 방법을 발견했고, 가장 풍부한 자질을 가지고 있던 자신의 딸을 대상으로 실험하다가 딸이 자신의 모든 경우의 수와 미래를 알 수 있게 되면서 허무주의에 빠져 전 우주를 파괴하고 다니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주인공이었던 에블린에게 돌아와보니, 이 에블린은 전 우주를 통틀어 가장 실패한 에블린이었습니다. 조이는 자신이 느끼는 이 허무함을 엄마와 함께 느끼고 싶어 이 실패한 에블린을 찾아다니고 있었습니다.


 한편 조부 투가 키가 있던 우주의 가족들은 모두 하이 테크 늘리지를 두르고 조부 투 파키(조이)를 죽이려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세계의 에블린이 조이를 죽이지 않겠다고 선언하자 에블린마저 죽이려고 합니다. 그러나 아무 능력도 없을 것 같던 순수하고 무른 지금 세계의 남편, 웨이 먼드가 에블린 앞을 가로막고 섭니다. 모두가 왜 이렇게 화나있고 싸우고 싶어 하는지는 알지만 제발 대화로 해결하자고 읍소합니다. 그러고 보면 남편은 세무조사를 받으러 갈 때도 손수 구운 쿠키를 갖다주며 열심히 조사관을 설득합니다. 다른 차원에서 결국 세탁소가 압류 당했을 때 허무함을 느끼게 된 에블린이 이혼서류에 사인을 하자 그 상황을 조사관에게 말해서 압류 일정을 미루기도 했습니다.


 에블린은 다른 차원의 웨이 먼드들을 짧은 시간이지만 모두 만나봅니다. 그중 에블린과 결혼하지 않고 홀로 미국으로 와서 사업에 성공한 웨이 먼드를 만났는데, 이 웨이 먼드는 오히려 실패한 에블린과 웨이 먼드의 삶을 살고 싶었노라고 토로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에블린에게 자신이 다정하고 순수한 것은 전략이며, 이렇게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당신이 삶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투사라면, 자신도 닮아있다고 느낀다고 합니다.


 ‘살아남기 위해 싸움이 아니라 다정함을 몸에 두르는 전략’이란 말을 들었을 때 저는 매우 놀랐습니다. 그리고 어째서인지 좀 울었습니다. 아무도 알아봐 주지 않았던 다정함이 나를 지키는 전략이 될 수 있다는 것에서 아마 감동이 올라왔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에블린은 웨이 먼드가 전해준 이 다정함이라는 방법을 가지고 조이를 구해냅니다. 그녀의 성적 정체성을 중국인 아버지에게 소개하고, 조이와 자신 사이를 가로막던 허무주의의 추종자들도 모두 그들의 소망을 이뤄주는 방식으로 물리칩니다. 조이도 그동안 그토록 갈구했던 어머니의 다정함을 전해 받을 수 있었고, 마침내 두 모녀는 화해하고 전 우주는 평화를 되찾았습니다!


 멀티버스가 가미된 정신없는 영화이지만 이 모든 것을 수습하고 마무리 짓는 완결성이 동시에 있는 영화여서 저는 매우 즐겁게 봤습니다. 또한 최근에 봤던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란 책에서 인류는 폭력성이 아니라 다정함을 지녔기에 이렇게 오래 살아남았다는 이야기를 읽었던 것도 생각났습니다.


 한 뇌과학 서적에 따르면 인류의 ‘다정함"이란 우리의 유전자나 뇌의 어딘가에서 만나는 것이 아니라 세대에서 세대를 걸쳐 내려오는 문화 전달의 산물이라고 얘기합니다. 다음 세대에 문화를 가르치고 배우는 습성이 인류에게 있는데, 이것이 다정함과 맞아떨어지면서 호모 사피엔스의 생존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합니다. 관계에서 다정함을 더 세심하게 다룰 수 있는 개체가 더 많은 자손을 남기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대부분의 영화에서 심약한 캐릭터가 나오면 필연적으로 초인적인 힘을 얻어 자신을 괴롭히던 힘 센 일진들에게 폭력으로 복수하는 성장 스토리가 많이 나오는데, 이 영화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웨이먼드가 이미 완결형이기 때문에, 그리고 그라는 캐릭터 안에 영화의 메시지가 거기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는 모두에게'그 어떤 인생을 살아도, 사랑과 친절이 당신을 구할 것'이라는 따뜻한 위안을 건넵니다. 나와 다른 이를 다정하게 대하는 것만으로 우리는 누군가의 세상을 구할 수 있지 않을까요.

IP *.143.23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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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4 09:51:09 *.181.106.109

멀티버스라... 내가 좋아하는 장르는 아니지만 영화내용은 의미가 있네.

다정함이 세상을 구할 수 있다는 것도 동감이 가고. 

요즘 세상엔 정말 다정함을 표현하기도 경험하기도 쉬운 건 아닌 것 같아. 

그러니까 친절, 다정함이 더 의미가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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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8 13:22:26 *.143.230.48

저도.. 으... 멀티버스 노잼... 이러고 한참동안 영화보러 안갔었는데... 와.. 중간부터 진짜 폭풍 눈물 흘렸어요. 

멀티버스 개념에 익숙하지 않은 엄마도 재밌게 보셨다고 했고 (양자경이 주연으로 나와서 오랜 친구처럼 재밌게 보셨던 것도 있는 것 같구요)ㅋㅋ 저희 신랑은 아직도 에에올 얘기해요. 정말 잘 만든 영화같아요! 그리고 메시지도 너무 훌륭해요! 어렵기 때문에 추구하는 게 더 의미가 있는거 아닐까욯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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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2 20:29:11 *.169.230.150

‘살아남기 위해 싸움이 아니라 다정함을 몸에 두르는 전략’


이 문장이 좀 다른 관점일 수 있겠지만 이글을 읽으면서 전 다른 기억을 더듬네요 

늘 제로섬의 극한 상황으로 내몰리는 선수들,

거기다가 아무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는 시합에 나가야 하는 선수들에게 제가 물었던 질문입니다. 

"인생은 전쟁 아니면 사랑이라고 했다. 어느 쪽인가?"

"전쟁입니다."  그들이 바로 대답했습니다. 

"그렣게 생각할 수 있지! 그렇다면 어떻게 생각하는가? "

"전쟁을 하면 살아 남는게 목적이지만,  

사랑하면 그 사랑하는 사람, 혹은 사랑하는 것을 위해 목숨도 바친다. 그렇지 않은가?" 

"..."

"지금, 우리가 이기려는 목표는  그 뒤에 있는 더큰  의미와 가치가 있는 목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는, 그리고 우리를 사랑해준 그들을 위해서 

고통스런 훈련을 극복하고 전쟁같은 혹독한 경쟁에서도 

물러서거나 도망치지 않고 용기있게 도전하는 것이다. " 

 그들은 생각은 커녕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불가능한 결과를 실현시켰다. 

그래서 그랬을까요 

"믿음,소망, 사랑 그 중에 제일은 사랑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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