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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 수희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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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17일 08시 38분 등록

나도 멘탈 갑

1597 4 11 (신미) 맑음. 새벽에 꿈이 몹시 심란하여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 마음이 매우 언짢아서 취한 듯 미친 듯 마음을 종잡을 수가 없으니, 이게 무슨 징조일까. 병드신 어머님을 생각하며 눈물이 흐르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13 (계유) 맑음. 아침 일찍 식사를 하고 어머님을 마중하려고 바닷가로 가는 길에 홍 찰방 집에 잠깐 들어 이야기하는 동안 울이 종 애수를 들여보내 아직 배 오는 소식이 없다고 했다. 또 들으니, 황천상이 술병을 들고 홍백의 집에 왔다고 하므로 홍과 작별하고 홍백의 집에 이르렀더니, 조금 있다가 종 순화가 배에서 와서 어머님의 부고를 전한다. 뛰쳐나가 둥그러지니 하늘의 해조차 캄캄하다. 곧 해암으로 달려가니 배가 이미 와 있었다. 길에서 바라보는, 가슴이 미어지는 슬픔이야 이루 다 어찌 적으랴… (뒷날 대강 적었다).

16(병자) 궂은 비. 배를 끌어 중방포에 옮겨 대어, 영구를 상여에 싣고 집으로 돌아왔다. 마을 바라보며 찌어지는 아픔이야 어떻게 다 말하랴. 집에 이르러 빈소를 차렸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고, 맥이 다 빠진 데다가 남쪽 길이 또한 급박하니 부르짖으며 울었다. 다만 어서 죽기를 기다릴 따름이다.

19 (기묘) 맑음. 일찍 길을 떠나며, 어머님 영 앞에 하직을 고하고 울며 부르짖었다. 어찌하랴, 어찌하랴. 천지간에 나와 같은 사정 또 어디 있을 것이랴. 어서 죽는 것만 같지 못하구나.

 

충무공은 1597 3월 투옥 중 죽을 고비를 넘기고 4월에 간신히 목숨을 구제 받아 풀려났는데 뒤돌아 바로 모친상을 당하게 됩니다. 세상에 나 같은 사람이 또 있을까, 하루 속히 죽고 싶다는 공의 말씀이 가슴 절절이 다가옵니다. 그러나 공의 개인사적 불행은 아직 끝이 아니었으니 바로 같은 해 10월 막내 아들 면이 사망합니다. 아들의 죽음 뒤에 쓰신 공의 일기는 그 아픔이 너무 커서 읽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10 14 (신미) 맑음. 새벽 2시쯤 꿈에 내가 말을 타고 언덕 위를 가다가 말이 헛디디어 내 가운데 떨어지긴 했으나 거꾸러지지 않았는데, 끝에 아들 면이 엎드려 나를 감싸 안는 것 같은 형상을 보고 깨었다. 무슨 조짐인지 모르겠다. …. 저녁 때 어떤 사람이 천안으로부터 와서 편지를 전하는데, 미처 봉합을 뜯기도 전에 뼈와 살이 먼저 떨리고 정신이 혼미해졌다. 겉봉을 대강 뜯고 둘째 아들 열의 글씨를 보니 겉면에 통곡두 자가 씌어 있어 면의 전사를 알고, 간담이 타고 찢어지는 듯하다. 내가 죽고 네가 사는 것이 이치에 마땅하거늘, 네가 죽고 내가 살았으니, 이런 어긋난 일이 어디 있을 것이냐. 천지가 캄캄하고 해조차도 그 빛이 변했구나. 슬프고 슬프다. 내 아들아, 나를 버리고 너는 어디로 갔느냐. 남달리 영특하기로 하늘이 이 세상에 머물러 두지 않는 것이냐. 내가 지은 죄 때문에 앙화가 네 몸에 미친 것이냐. 내 이제 세상에 목숨을 부지한들 누구에게 의지할 것이냐. 너를 따라 함께 죽어 지하에서 같이 지내고 같이 울고 싶건만 네 형, 네 누이, 네 어미가 의지할 곳이 없으니 아직은 참고 연명해야 한다마는 내 마음은 이미 죽고 형상만 남아 있어 울부짖을 뿐이다. 하룻밤을 지내기가 길고 길어 1년 같구나.

16 (계유) 나는 내일이 막내 아들의 부음을 들은 지 꼭 4일째 되는 날인데, 마음 놓고 울지도 못 했으므로 수영에 있는 염한 강막지의 집으로 갔다.

17 (갑술) 맑았으나 종일 큰 바람이 불었다. 새벽에 흰 띠를 띠고 향을 피우고 곡을 했다. 이 비통함을 어찌 참으랴.

19 (병자) 맑음. 새벽에 고향집의 종 진이 내려왔기에 죽은 아들을 생각해 통곡하는 꿈을 꾼 듯하다. … 어두울 무렵에 코피를 한 되 남짓 흘렸다. 밤에 앉아서 생각하고 눈물 짓고 했다. 어찌 다 말하랴. … 비통한 마음, 가슴이 찢어지는 듯해 누룰 수가 없다.

 

역사학자들 사이에서 공의 죽음은 자살이냐 아니냐를 놓고 의견이 분분합니다. 하지만 난중일기를 읽다 보면 공의 죽음이 적극적 자살은 아닐지라도 최소한 죽음을 거부하진 않았거나 자처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피난 갔던 임금과 위정자들이 돌아오면 그 때 가장 먼저 제거해야 할 인물은 다름아닌 충무공 이순신입니다. 도망간 임금과 나라를 지킨 충무공을 향한 민심은 극과 극을 달렸으니 공이 실질적으로 반역을 일으켜도 아마 전 백성의 지지를 얻고도 남았을 겁니다. 누구보다 권력의 속성을 잘 아는 선조 임금과 그의 추종자들이 공을 영웅 그대로 두기에는 너무 부담스러웠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미 한번 반역자의 누명을 쓰고 투옥되어 고문까지 받으며 권력의 독성을 온 몸으로 체험한 공 역시 자신이 이 전쟁에서 살아남는 것이 본인은 물론 남은 자식들에게까지 더 위험한 일임을 누구보다 잘 아셨을거란 생각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공은 끝내 명예로운 죽음으로 자신의 자리와 남은 가족들을 지킨 것이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조선 역사상 가장 안타까운 죽음 말입니다..

 

책장을 덮고도 한참을 제가 억울했습니다. 이거 밖에 답이 없었을까. 그냥 정말 반역을 해봤더라면 어땠을까. 선조는 공이 살았다면 정녕 눈의 가시로 여겨 다시금 쳐냈을까 등등 역사에는 만약이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수없이 생각을 하고 또 하였는데 아마도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간대도 여전히 불공평함은 그 모습을 달리 하여 사회 곳곳에 남아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이 세상을 어찌 살아가야 할까요. 니어링처럼 세상을 등지고 어디 외딴 곳으로 가야 하는건지요. 그러나 저는 도저히 그럴 자신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공이 그러신 것처럼 불공평한 세상에서 부대끼며 하루, 하루를 살아내야 하는 건지요. 사실 충무공이 겪으신 억울함에 비해 제가 부딪히는 현실적 어려움은 정말 미비하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문제가 가장 큰 법이기에 저로서는 이 세상을 살며 저 하나를 바로 세우고 살아가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런 만큼 니어링이나 충무공 같은 큰 인물에 기대어 그 분들의 신념 한 조각이나마 제 안에 심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죽고 사는 것은 천명이다.

죽게 되면 죽을 것이다.

  • 1596

 

아직도 신에게는 12척의 배가 있습니다.

죽을 힘을 내어 항거해 싸우면 오히려 할 수 있는 일입니다.

  • 1597

 

앞의 말씀은 투옥되기 전 마치 자신의 고난을 예견한 듯한 말씀입니다. 그런가 하면 뒤의 말씀은 투옥에서 풀려 나와 다시 전장에 나아가시며 하신 말씀입니다. 저는 니어링처럼 자기 신념을 지키기 위해 탈자본주의를 지향하지는 않습니다. 그러기엔 자본주의 체제가 주는 좋은 면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니어링의 자서전을 읽으며 자본주의의 맹점이라 할 수 있는 황금만능주의에 마냥 끌려 다니며 살지는 말아야겠다 결심하였습니다. 그의 말처럼 번쩍이는 소비를 향한 제 황금 욕망을 관리하지 않는 한 죽는 날까지 기업들의 밥으로 살아야 할 테니까요. 그리하여 저 역시 제가 사는데 꼭 필요한 최소생존경비가 얼마인지를 산출하였습니다. 그런 후, 거기에 더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저를 성장시키는데 필요한 행복 경비가 어느 부분에 얼마나 필요한지를 더하였습니다. 이렇게 제 소비 패턴을 점검해보니 의외로 지금까지는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느라 어쩔 수없이 지출한 분야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제 소비 패턴에도 의외로 자본주의적 거품이 많았던거죠. 도심을 떠나지는 않지만, 아니 도심을 떠나지 않고도 제 나름 저만의 소비 철학을 세우면 대신 그만큼 제가 진짜 좋아하는 일들을 하며 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불어 충무공처럼 자신의 자리를 지키되 (내가 가진 최대치인) 12척을 활용해 나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맞서보리라 충무공의 그 깊은 신념을 마음 깊이 새겼습니다. 그리 살다 보면 죽으면 죽으리라는 공의 말처럼 그 어떤 외적 흔들림 앞에서도 저의 소신을 밀고 나갈 수 있는 저만의 철학, 저만의 중심을 잡을 수 있을 거라는 자기확신이 뿌리내렸습니다. 충무공처럼 나라를 위해 큰 일을 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저 하나는 지키며 살아가겠다 깊이 결심하였습니다. 저 하나를 지키는 일이야말로 깨어있는 시민 사회를 위한 최소한의 일이자 최대치의 일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바야흐로 저도 저만의 바다 여행을 떠날 정도로 배짱 두둑한 멘탈 갑이 되었습니다.

 

여러분. 지난 한 주 잘 지내셨나요..?  저는 이번 주 마음편지는 조금 일찍 쓰는 중입니다. 목요일부터 산사수행을 들어가거든요. , 몸 상태 때문에 산사는 못 가고 도심 속 작은 사찰로 가니 산사수행은 아니네요^^:: 산사수행은 제가 1인 지식기업가로 전향한 해 시작해서 올해로 11년차입니다. 아마 제가 그 긴 시간 동안 세상 휘둘림 속에 그럭저럭 중심을 잃지 않고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수행과 인문고전 책 읽기 두 가지 덕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여러분들은 또 어떤 방식이실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아무쪼록 편한 주말 되시고, 세상에 휘둘리지는 않지만 활기차게 다음주도 아자 홧팅입니다! ^^

 

수희향 올림

[블로그] 앨리사의 북살롱: https://blog.naver.com/alysapark

[카페] 1인회사 연구소 www.personalcultu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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