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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 18일 23시 36분 등록

역사는 처음이시죠? - 세계사

‘일곱 개의 성문을 가진 테베를 누가 건설했는가?
책에는 왕의 이름들만 적혀 있다.
왕들이 울퉁불퉁한 돌덩어리를 직접 날랐는가?
그리고 수없이 파괴되었던 바빌론
그때마다 그 도시를 누가 재건했는가?’

브레히트의 시 <어느 책 읽는 노동자의 의문> 한 대목입니다. 시인 브레히트는 역사를 기록한 책을 읽으며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습니다. 기록되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상상과 추론에 의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류역사에서 글자를 기록하는 것은 오랜 기간 지배자들의 전유물이었기에 역사는 늘 승리하고 지배하는 이들의 몫이었습니다. 그러나 시대는 변하고 있습니다. 21세기는 누구나 보고 듣고 생각한 것을 즉시 기록하여 전 세계로 알릴 수 있는 시대입니다. 

17세에 베이징으로 끌려가 일본군 성노예 생활을 했던 김학순 할머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1991년 8월 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사실을 최초로 공개 증언하고 일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후 세계 각지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이 잇달아 터져 나왔습니다. 이제 8월 14일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라는 대한민국 국가기념일이 되었습니다. 

앞서 소개한 브레히트의 시는 다음과 같이 마무리 됩니다. 

‘모든 페이지마다 승리가 적혀 있다.
누구의 돈으로 승리의 잔치가 열렸을까?
십 년마다 위대한 인물이 나타났다
그 비용은 누가 부담했을까?

너무도 많은 목록들
너무도 많은 의문들’

부모든 십대 청소년이든 누구나 곁에 두고 읽을 만한 세계사 책을 몇 권 추천해 보겠습니다. 


1. 피터 히스토리아 (교육공동체 나다 글, 송동근 그림, 북인더갭)

가장 우선순위로 추천합니다. 부제는 ‘불멸의 소년과 떠나는 역사 시간여행’ 입니다. 주인공 피터 히스토리아는 놀랍게도 13살 소년의 모습으로 성장을 멈춘 채 고대부터 현대까지 역사의 순간을 온 몸으로 겪으며 살아갑니다. 

큰 딸이 학교 도서관에서 이 책을 빌려와 저에게 보여주며 했던 말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아빠! 이 책에는 역사와 철학과 문학이 모두 들어 있어요.”

눈 한번 떼지 못하고 홀리듯 책을 읽었습니다. 저 역시 큰 딸의 표현에 진심으로 동의합니다. 

2. 세계 석학들이 뽑은 세계대역사 50 사건 (주니어김영사)

여러 세계사 학습만화 시리즈를 비교한 후 제일 마음에 들어 집에 들인 시리즈입니다. 세계사의 하이라이트를 선별해서 한 권에 집중적으로 풀어헤쳤습니다. 십대 청소년을 독자층으로 본다고 하지만 자세한 해설과 뛰어난 전달력은 성인이 읽어도 손색이 없습니다. 현재 49권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전쟁’까지 나왔습니다. 

3. 세계사 편력 (자와할랄 네루, 일빛)

TV 프로그램 ‘알뜰신잡’에서 정재승 교수가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역사서라고 밝히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저는 대학생 시절 헌책방에서 구입한 석탑출판사 <세계사 편력>을 지금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석탑출판사 책은 절판되었고 일빛출판사 3권 세트 완역본을 많이 읽습니다. 

네루는 인도의 독립운동 중 아홉 번에 걸쳐 투옥됐고, 독립한 이후 초대 총리를 역임한 독립 운동가이며 정치가입니다. <세계사 편력>은 네루가 1930년부터 1933년까지 감옥에서 딸 인디라 간디에게 196회에 걸쳐 편지로 써서 보낸 세계 역사 이야기를 책으로 엮은 것입니다. 서양 중심의 제국주의 역사관을 단호히 배격하면서 올바른 세계관과 역사관을 열세 살 딸에게 쉽게 설명합니다.  

4.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 (사이토 다카시, 뜨인돌)

통찰력이 뛰어납니다. 가독력도 좋아서 한번 손에 잡으면 쉽게 놓지 못합니다. 욕망, 모더니즘, 제국주의, 몬스터(자본주의, 사회주의, 파시즘), 종교라는 5가지 키워드로 세계사를 분석합니다. 강력 추천 합니다. 

5. 이슬람의 눈으로 본 세계사 (타밈 안사리, 뿌리와이파리)

이슬람 세계의 역사를 포괄적이면서 서구 편향적이지 않게 정리하였다는 좋은 평을 받는 책입니다. 이슬람 관련 추천 서적에서 늘 최상위 목록에 오릅니다. 저자는 아프카니스탄계 미국인으로 9.11테러 이후 악의 근원으로 지목받는 이슬람의 상황을 보다 차분하게 알리기 위해 이 책을 썼습니다. 다른 문명과 근본적인 차이점을 가진 이슬람의 사고방식과 세계관을 접하는 좋은 입문서입니다. 

6. 종횡무진 역사 (남경태, 휴머니스트)

이 책의 저자 故 남경태 선생님은 역사와 철학 분야에서 35종 39권의 저서와 99종 106권의 번역서를 내셨으니 합이 145권입니다. 스스로를 ‘야매학자’라고 칭했지만 어느 한 곳에 얽매임 없이 자유롭고도 당당한 선생님의 글은 한국 인문학 분야의 단비이며 마중물이었습니다. 유튜브에서 ‘남경태’를 검색하면 선생님의 세계사 강의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종횡무진 역사>는 한국사, 동양사, 서양사를 한방에 꿰뚫어 읽어보고 싶은 분들을 위한 책입니다. 칠백페이지가 넘는 이른바 목침형 도서이지만 세계 문명의 역사적 흐름에 호기심을 품는 독자라면 읽어볼 만한 가치가 충분합니다. 제 개인적으로 철학과 신학을 공부하다가 부딪친 몇 가지 궁금증을 이 책을 읽으며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7, 시민의 세계사 (김윤태, 휴머니스트)

일본은 스스로 정치 권력을 바꾼 역사가 없습니다. 일본은 일백년 전 천황제 군국주의 시절과 거의 비슷하게 지금도 사실상 일당 독제체제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아베정부처럼 군국주의 부활을 꿈꾸는 세력이 지금도 정권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식민지 통치를 겪었지만 스스로 독재체제를 타도하고 민주주의를 성장시키고 있습니다. 2016년 가을부터 2017년 봄까지 이어진 촛불혁명을 지금 십대청소년들은 오래도록 기억할 겁니다. 그럼에도 아직 청산되지 못한 식민사관은 민주주의 시민의식 성장을 통해 반드시 청산해야 하겠습니다. 

‘시민’이란 정치적 권리를 가지고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이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김윤태 교수는 현대사회에 큰 영향을 끼친 사건과 용어를 중심으로 세계사를 서술하면서 자유와 평등을 갈망하는 인류의 외침을 가득 담았습니다. 

유형선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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