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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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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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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 31일 07시 54분 등록

오늘은 3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다음 달이면 4월이 시작됩니다. 제게 4월은 특별한 달입니다. 아름다운 꽃이 만개하고 봄의 절정을 맞이하기 때문도 있지만 무엇보다 아빠의 기일이 있는 달이라는 것이 4월을 특별하게 만들어줍니다.


올해는 아빠가 돌아가신지 9년째 되는 해입니다. 여전히 아빠에 대한 그리움은 가득하지만, 이제는 슬프지 않습니다. 신기하게도 아빠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책으로 쓰고 나서부터 슬픔보다 환한 기쁨이 제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 느껴집니다. 아빠가 곁에 계시지 않아도 제가 자라면서 받았던 아빠의 사랑과 존재가 제 안에 있다는 것을 믿게 되었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요즘 두 가지 새로운 것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달리기를 시작한 것입니다. 4월 말에 있는 비대면 마라톤 5킬로미터를 신청해서 이를 위한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우선은 쉬지 않고 5킬로미터를 달릴 수 있게 되기 위해 조금씩 거리를 늘려가는 중입니다.


마라톤은 제가 운영하고 있는 독서 토론방에서 운동에 관심 많은 한 회원이 정보를 올리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어쩌다 분위기에 휩쓸려 저도 신청을 하게 되었던 것이죠. 침 원더우먼 과제로 읽고 있는 책이 이영미 에디터의 '마녀 체력'이어서 더 자극을 받은 것도 있었습니다. 이 책은 읽고 나면 몸이 근질근질 해져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는 책입니다. 그러니 '잘 됐다' 싶어서 제 몸으로 책에 있던 내용을 실천해 보자고 생각하고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5킬로미터는 사실 달리기를 해본 사람들에게는 아주 쉬운 목표입니다. 그러나 저에게는 한 번도 달려서 가본 적 이 없는 거리입니다. 전에 마라톤을 신청했던 적이 있지만 산책하듯 걷거나 아예 기념품만 택배로 받고 참석도 하지 않았습니다. 5킬로미터라도 달리기를 하는 것은 저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거기다 저는 지금 체중이 많이 불어난 상태여서 처음부터 무리한 목표를 세우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저 꾸준히, 하루에 조금씩 거리를 늘려나가서 이 정도는 뛸 수 있는 사람이 되자는 소박한 목표를 세웠습니다.


달리기는 무척 재밌습니다. 연속해서 뛸 수 있는 거리를 매일 조금씩 늘려가는 것도 성취감이 있고 밤공기를 마시며 한강의 밤을 즐기는 것도 신나는 일입니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일을 도전해나간다는 적극적인 마음이 제게 생겨난 것이었습니다.


나머지 새로운 실천은 아빠의 글을 다시 깊게 읽어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제 첫 책이 나온 지 곧 4년이 다 되어 갑니다. 그동안 다음 책을 쓰려는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좀처럼 첫 책만큼 스스로에게 꼭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글의 소재를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2018년 당시의 저에게 아버지의 부재는 너무나 크고 충격적인 일이었고 이를 어떤 식으로든 끝맺지 못하면 저는 평생 그 자체에 괴로워할 것이라는 예감이 있었습니다. 그걸 어떻게든 써 내려가면서 저는 많이 변했고 아빠를 저의 일부로 느끼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작년부터 제 커리어에 큰 변화가 생기고 고민을 하고, 지금까지의 삶이 잘 맞지 않는 옷같이 느껴지면서 커다란 문제의식이 형성되어가는 것이 느껴집니다. 그게 뭔지는 아직 잘 설명할 수 없지만 답답한 마음이 가득하여 차근차근 실마리를 잡아가며 풀어가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이렇게 변화를 꿈꿀 때면 저에게는 가장 든든한 제 편이자 후원자이며 스승인 아빠가 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직장인이 삼십 대 중반을 넘어가면 다들 한 번쯤은 변화를 원할 때가 오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 전환기를 나다운 삶으로, 기쁜 마음으로 어제보다 나아질 수 있는 나로 만들어가는 것은 온전히 자신에게 달린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도와줄 수 있는 조력자가 있다면 좀 더 의미 있게 이 시기를 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4월 한 달 동안은 아빠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그 글들을 다시 짚어보는 연습을 하려 합니다. 특히 마음 편지 일부를 찾아 다시 읽고 숙고해 보는 방향으로 진행하려 합니다. 처음에는 다소 산만할 수 있으나 방향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운동과 글, 이 두 가지로 4월의 봄을 맞이할 계획입니다. 여러분은 4월 계획으로 어떤 것을 세우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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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31 13:14:22 *.225.171.202

그렇군요. 4월이 그런 날인지 처음 알았습니다. 저로서는 돌아가신 뒤에야 이런 분이 계셨다는 걸 알게 된 게 안타깝습니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도 얼굴모를 저같은 사람에게 영감을 주고 계시니 훌륭하고 멋진 삶을 사신 건 분명해 보입니다. 그리고, 이 글을 읽으며, 한편으론 저의 자식들은 시간이 흘러, 아버지를 어떻게 기억할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부럽기도 합니다. 사이는 좋은 편이지만, 삶에 대한 인식은 '설명'한다고 전달되지 않더군요. 세대의 차이 혹은 녀석들의 '꼰대'인식의 장벽을 느끼곤 한답니다. ㅎㅎ 말이 아니라 뒷모습으로 보여주어야겠지요? ^^ 모두 성인이 되어 시간도 부족하고, 그마저 쉽지 않겠지만 노력해보아야겠습니다. 봄꽃 피우는 4월에 저도 구본형님을 추모하도록 하겠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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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07 09:28:06 *.247.147.64

안녕하세요 우정님, 아버지에게서 영감을 얻고 기억해주고 계신다니 감사합니다. 저도 아이가 있다면 그 아이는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종종 상상해보곤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렇게 책까지 내줄 것 같지는 않네요^^;;; 하지만 자기 삶을 마음껏 살아준다면 그것으로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좋은 사월을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또 종종 들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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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31 19:52:34 *.169.227.25

운동을 하신다고 하시니 눈이 번쩍 뜨이는군요  효과적으로 달리기를 하실려면 3가지를 고려하셔야 합니다.   체력상태, 호흡요령, 그리고 페이스 입니다.  제가 권해드리는 방법은 5km 를 시간에 구애받지 마시고  전체거리를  뛰셔야 합니다. 힘들면 걸으셔도 되고요, 단 마지막  3-400 m 는(이것도 처음 힘드시면 100m 정도부터 해도 됩니다.) 자신이 뛸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로 뛰어야 합니다.  저는 96년 아틀란타 올림픽을 위해 이런 방법을 썼는데  아주 효과적이었습니다.  증명할 수 있는 객관적인 데이터가 없었는데 후에 미국에서   연구되어지고 공개된 0교시 체육이 이런 것이었습니다. 운동능력뿐 아니라 학습능력도 높아져서 규정으로 정한 주도 있습니다.- 

저는 사부님은 존경합니다.  언행일치하신 분이시고, 친구같은 스승이었으며,  그러면서도 함부로 대하기 어렵던  경외하는 스승님이셨죠,   늘 마음에 함께 있고 함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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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07 09:22:25 *.247.147.64

오.. 5km를 걷든 뛰든 먼저 해봐야 한다는 말씀이군요? 흠 그렇게는 안해봤는데 한번 도전해보겠습니다! 방법을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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