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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2월 21일 18시 28분 등록

일상이 바쁘고 쓸거리가 떨어지다보니 이제 마음편지에 아무 얘기나 쓰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보면 어떠한 틀에 갇혀 있는 것보다는 나은 것 같기도 하네요 ㅎㅎ 보내드리는 글들이 시간 날 때 그냥 한번 스윽 보던지 말던지 하는 가벼움으로 취급되면 마음 편할 듯 합니다. 자, 오늘은 식상하지만 행복이라는 것에 대해 이런 저런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식상하지만 죽을 때까지 붙들고 가야 할 화두죠.

도스토예프스키는 인간이 불행한 이유는 자신이 행복하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것, 오직 그것만이 이유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덧붙이기를 인간에게는 행복 이외에, 그와 매우 같은 정도의 불행이 항상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캐드 버드리스라는 사람은 행복은 한 가지 욕망이 충족된 상태와 새로운 욕망이 형성되는 상태 그 중간에 존재한다고 말했죠. 유사한 맥락으로 인생은 충족되지 않는 욕망과 권태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시계추와 같다는 쇼펜하우어의 말은 전적으로 옳다 여겨집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행복해지기 위해 필요한 것이 없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행복에 머물러 있는 것이 어렵습니다. 

가진 것은 많지만 만족을 느끼는 능력이 없어 오직 짧은 절정의 순간을 추구하며 불만의 나날을 보내는 사람과 비록 가진 것은 없지만 일상의 순간 순간 행복을 느끼며 하루가 만족으로 가득 찬 사람 중에서 누가 더 가여운 사람일까요? 우리의 관심이 행복에 있다면 분명 전자가 더 가여운 사람입니다. 하지만 사실 우리는 대부분 만족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우리의 관심은 성공에 있습니다. 여기서 성공은 통상 가진 것에 의해 결정됩니다. 이 성공은 본질적으로 만족과는 다를 뿐 아니라, 만족과는 도무지 양립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합니다.  성공을 만족을 위한 전 단계로 생각하면서, 성공이 궁극적인 만족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또다시 불만족으로 이어진다는 아이러니가 존재합니다. 성공이 행복을 위한 열쇠가 아니라, 행복이 성공을 위한 열쇠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순이 우리에게 있습니다. 성공과 행복은 연관되어 있는 듯 한지만 실제로는 그리 연관되어 있지 않으며, 분명 같은 것은 아닙니다. 이에 대한 적확하게 묘사한 명언이 있죠.  성공은 추구하던 것을 얻는 것이고, 행복은 추구하는 동안 그것을 좋아하는 것입니다. 저술가인 버샤 데이먼의 말로 알려져 있습니다.

성공한 삶을  가진 것으로 판단하지 않는 경우는 어떨까요? 가치 있는 삶을 우리는 원합니다. 하지만 가치 있는 삶이 곧 행복한 삶은 아닙니다. 특히 그 가치라는 것이 밖에 있는 것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소수의 지식인들과 성인들이 관심을 두는 가치 있는 삶이 과연 보통 사람들에게 행복한 삶으로 이어질까요?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가치 있는 삶이 행복 그 자체라고 오해합니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초엘리트주의적 행복관이라고도 말합니다.  불 속으로 뛰어들어 생면부지의 사람을 가까스로 구해내긴 했지만 화마로 불구가 된 소방관의 삶은 아마도 가치 있는 삶을 살았다 말할 수 있겠습니다만, 과연 그 가치가 끝까지 행복한 삶으로 이어질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요. 분명 누군가에게는 본인의 소소한 행복 따위와는 비견할 수 없는 가치가 존재하겠지만,  가치 있는 삶이 곧 행복한 삶이라 말할 수는 없습니다.

또 하나 헷갈리지 말아야 할 것은 수단과 목적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돈입니다. 계좌에 찍힌 100억원이라는 숫자는 우리에게 직접적인 행복을 주지 않습니다.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소비와 재화같은 목적가치가 행복감을 만들어냅니다. 명예, 공공의 선, 보국, 자비, 행복과 같은 것들은 목적가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건강, 가족과 같은 것들도 결국 수단가치입니다. 물론 그 자체가 목적가치로도 취급되기도 하죠. 내면에서는 목적가치를 추구하면서 정작 수단가치로부터 행복을 찾으려는 노력은 헛된 것입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행복을 찾으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합니다. 발견되는 것, 주어지는 것, 다시 말해 행복은 햇볕과 같습니다.  오늘 편지는 법정스님의 말씀으로 마치도록 할께요. 모두에게 행복이 깃들기를 기원합니다.

"행복은 요구하고 추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주어지는 것입니다. 하나의 선물입니다. 행복은 우리가 요구하고 추구한다고 해서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추구하거나 요구하게 되면 행복은 우리를 비켜갑니다."  - <한사람은 모두들 모두는 한사람을 - 법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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