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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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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17일 20시 39분 등록
오랜만에 마음편지를 쓰는 것 같네요. 몇 주동안 회사일이며 개인적인 일까지 다사다난한 상황이여서 통 글을 쓸 여유를 찾기가 힘들었습니다. 사실 지금도 형편은 별 반 다르지 않습니다. 해야만 하는 당위의 덩어리들에 짓눌려 있다 보니 마음편지를 쓴다는 것 역시 한 근의 무게로 더해지는 듯 합니다. 제가 뭐라고 이게 뭐라고 억지로 쓸 필요는 없겠죠. 그래서 몇 주 빼먹었습니다.

이제 한 낮에는 꽤 덥네요. 다시 평년기온을 되찾긴 했지만, 봄이 후딱 가고 여름이 올 것만 같네요. 항상 그래왔듯이 말입니다. 이제 곧 있으면 주말 한낮에 동네 산책하는 것도 힘들어질 듯 합니다.

생각이 많아져서 정리가 필요할 때는 그냥 걷곤 합니다. 걷다 보면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아도 이리저리 굴러 다니던 생각의 파편들이 모였다가 흩어졌다가를 반복하다가 자연스럽게 정리가 되곤 합니다. 원래 이러지 않았는데, 디지털과 미디어의 시대에 살다 보니 가만히 앉아있어서는 상념과 잡념들을 정리하기가 버겨워진 것 같습니다. 전 요즘 참 많이 걷습니다. 주말에 많이 걸을 때는 2만보는 넘게 걷는 것 같습니다. 머리에 가득찬 생각의 양은 걸음수에 비례하는 듯 합니다.

몽테뉴는 "앉아 있으면 생각들이 잠든다. 다리가 흔들어주지 않으면 정신은 움직이지 않는다"라고 말한 바 있고,
다비드 드 르브통은 그의 산문집 <걷기 예찬>에서 걷는다는 것은 지극히 본질적인 것에만 이 세계를 사용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한 바 있죠. 심히 동의할 수 밖에 없는 말들입니다.

걷다 보면 잡념은 줄어들고 상념이 하나하나 정리가 됩니다. 인터넷에서 본 글인데 상념의 다음 단계는 묵념이라고 하네요. 묵념 다음에는 일념이고, 일념 다음에는 뭘까요? 네, 무념입니다. 득도의 경지죠. ㅎㅎ

영화배우 하정우씨 역시 걷기 예찬론자죠. 그의 책 <걷는 사람 하정우>에 한 대목을 소개해드리면서 오늘 편지를 마칠께요.

루틴이란 내 신변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얼마나 골치 아픈 사건이 일어났든 간에 일단 무조건 따르고 보는 것이다. 고민과 번뇌가 눈덩이처럼 커지기 전에 묶어두는 동아줄 같은 것이다........... 루틴의 힘은 복잡한 생각이 머리를 잠식하거나 의지력이 약해질 때, 우선 행동하게 하는 데 있다. 내 삶에 결정적인 문제가 닥친 때일수록 생각의 덩치를 키우지 말고 멈출 줄 알아야 한다. 살다 보면 그냥 놔둬야 풀리는 문제들이 있다. 어쩌면 인생에는 내가 굳이 휘젓지 말고 가만히 두고 봐야 할 문제가 80퍼센트 이상인지도 모른다. 조바심이 나더라도 참아야 한다.......나는 생각들을 이어가다가 지금 당장 답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면 그냥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가는 편이다. ...시간이 필요한 문제라는 것을 알면서도, 지금 당장 해결하고 싶은 조급함 때문에 좀처럼 생각을 멈출 수 없다. 어쩌면 그 순간 우리는 답을 찾고 있는 것이 아니라 문제에 질질 끌려가고 있는 상태인지도 모른다.
답이 없을 때는 나는 그저 걸었다. 생각이 똑같은 길을 맴돌 때는 두 다리로 직접 걸어나가는 것만큼 좋은게 없는 것 같다...... 오늘도 기도하듯 다짐하듯 말해본다. "힘들다. 걸어야겠다."

생각이 날 힘들게 할 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동네 한 바퀴 걸어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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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8 09:44:01 *.97.54.111

혼란스러운 상황이 벌어지고, 아무런 대책도 안 떠오르면,
저도 사무실 밖으로 나가 걷습니다.
직장생활 중이라 5분에서 10분이지만, 마음도 안정되고
해답이 떠오르기도 하고, 싸우던 상황이면,
그 시간 안에 해결되기도 합니다.
요즘은 가로수에 연두색 새싹이 어찌 그리 좋은지
걷기에 좋은 계절입니다.
사실 걷기에 나쁜 계절은 없습니다. 마음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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