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나누는 편지 - 여섯가지 참회

내가 생각해야만 하는데도 생각하지 않은 것과

말해야만 하는데도 말하지 않은 것

행해야만 하는데도 행하지 않은 것

그리고 내가 생각하지 말아야 하는데도 생각한 것과

말하지 말아야 하는데도 말한 것

행하지 말아야 하는데도 행한 것

그 모든 것들을 용서하소서

젠드 아베스타라는 사람이 쓴 <여섯가지 참회>라는 시입니다.

류시화 시인의 잠언 시집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에 실려있는 이 시는 페르시아 조로아스터 경전의 기도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꼭 해야만 했음에도 불구하고 하지 않은 일들, 그리고 이미 저지른 잘못한 일에 대해 신에게 용서를 구하는 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생각하지도 않았던 것에 대한 후회보다는 생각까지 했음에도 저지르지 못한 일에 대한 후회가 큰 법입니다. 코로나시국에 부동산 문제로 온 국가가 떠들썩했는데 과거 집 안 산 걸 후회한 사람들 무지 많았었죠. 샀어야 했는데 사지를 못한 것이 생각 때문인지 행동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보통 하지 않았던 일을 후회하기는 해도 그 사실에 대해 참회하지는 않습니다.

외부에 일어나지 않은 일이니 자기 양심과 마음만 덮어두면 아무도 신경쓰지 않기 때문이죠.

반면 하지 않아야 했음에도 저지른 일들은 후회뿐만 아니라 참회와 용서까지 필요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말이 나오고

'침묵은 금이다'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죠.

사실 우리는 대부분 하지 않아야 하는 일들은 하지 않고, 해야 하는 일들을 잘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하지 말라는 거 하지 않고, 해야 할 일들을 하면서 사는 삶 - 평범하고 보통의 삶입니다만,

아무도 잘 했다고 잘 살고 있다고 칭찬해주지 않죠,

잘못한 일들, 하지도 않았는데 생각만 했던 일들까지 참회하자고 하면서

잘 생각하고 잘 했던 일에 대해 너무 인색하게 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은 묵묵히 일상의 일들을 해나가고 있는 우리 스스로를 칭찬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오늘 하루 아이들에게 맛있는 밥을 차려준 엄마로서 (말 안들어도 잔소리도 조금 하고)

오늘 하루 생업을 위해 열심히 일한 근로자로서 (사장님 미워도 회사도 안 때려치우고)

오늘 하루 내일을 위해 열심히 공부한 수험생으로서 (놀고 싶어도 농땡이도 안 피우고)

우리 스스로를 위해 말입니다.

이 게시물을...

IP *.114.255.164

댓글 1 건

댓글 보기

2022.03.23 17:13:09 *.169.227.25

진리의 약점은 너무 "평범하다"라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자연스럽게 일상화 되어 있다 보니 그렇게 느끼는 것 같습니다.

훈련도 그런 것 같아요 , 평범한 날의 성실한 훈련이 시합 같은 특별한 날, 극한 순간의 한계를 넘을 수 있는 비범함을 발휘하게 하는데도 말입니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로그인 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비밀글 기능 댓글 운영정책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136	목요편지 - 거짓말 [2]	운제	2019.03.15	690
4135	[라이프충전소] 나는 어떤 방식으로 해내는 사람인가 [7]	김글리	2022.04.21	690
4134	[월요편지 109] 감정도 돈이다 [1]	습관의 완성	2022.05.22	690
4133	[라이프 충전소] 최고와 최악의 상황을 함께 그려보는 습관 [2]	김글리	2022.06.17	690
4132	[라이프충전소] 오롯이 좌절할 필요	김글리	2023.01.14	690
4131	목요편지-일곱번째, 식목일날 저녁에 [2]	운제	2018.04.05	691
4130	[수요편지] 생각하는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1]	불씨	2023.05.24	691
4129	목요편지 - 사람평가	운제	2018.07.19	692
4128	[금욜편지 89- 21세기에 프로로 산다는 것은] [4]	수희향	2019.05.24	692
4127	[월요편지 118] 우리가 미루는 진짜 이유(part2) [1]	습관의 완성	2022.07.31	692
4126	[일상에 스민 문학] 휴가 책 리스트	정재엽	2018.07.24	693
4125	목요편지 - 북수꽃이 피었어요 [3]	운제	2019.02.21	693
4124	친절하라, 나 자신에게, 모두에게 [1]	어니언	2022.01.20	693
4123	[수요편지] 한해를 마무리하며 [1]	불씨	2022.12.28	693
4122	[자유학년제 인문독서] 중학생이 법구경을 읽는다고요?	제산	2018.11.19	694
4121	[라이프충전소] 실패는 없었다 [3]	김글리	2022.11.25	694
4120	목요편지 - 너무 더운 여름 [1]	운제	2018.08.09	695
4119	목요편지 : 가을바람이 분다	운제	2018.09.06	695
4118	가족처방전 – 가족은 어떻게 ‘배움의 공동체’가 되었나 [2]	제산	2018.09.10	695
4117	목요편지 -그 꽃	운제	2018.11.08	6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