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승완
  • 조회 수 4741
  • 댓글 수 1
  • 추천 수 0
2011년 7월 26일 07시 38분 등록

가장 넓게 펼쳐지는 천계 밖으로

내 마음이 내보내는 한숨은 날아 올라가네.

슬퍼하는 사랑의 신이 낳은 새로운 지각이

낯선 길로 이를 인도하네.

그가 목적지에 도달해 머무를 때에,

경모(敬慕)의 광채로 둘러싸인 한 연인을 보네

마침내, 그 여인에게서 나오는 놀라운 빛에

얼굴 붉히며, 순례자 정신은 가만히 응시하네.

그녀의 상태를 본 대로 내게 얘기해주어도

그 말이 너무나 정교하고 아름답기에,

나는 그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네.

그러나 내 생각 속의 그 목소리는

나로 하여금 베아트리체를 떠올리게 하네.

나의 여인들이여, 그래서 나는 그 말을 이해할 수 있다오.

- 단테, <새로운 인생>

단테는 <새로운 인생>에서 이 시를 마지막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시는 그의 대표작인 <신곡>의 탄생을 예언하는 듯합니다. 단테는 이 시를 쓰고 나서 “매우 경이로운 환상을 보았다”고 합니다. 단테 연구가들은 이 환상을 <신곡>의 세 주제인 지옥, 연옥, 천국에 관한 것으로 추정합니다.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이 단테는 <새로운 인생>을 다음과 같이 끝맺고 있습니다.

“그 (환상) 속에서 내가 본 것들은 나로 하여금, 내가 그녀에 관해 좀 더 훌륭하게 말할 수 있을 때까지는, 이 더 없는 축복을 받은 사람에 대해 더 이상 아무 얘기도 하지 않도록 결심하게 했다. 이를 위해 나는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으며, 이 사실을 그녀도 잘 알고 있다. (...) 그녀에 관해 여태껏 어느 여인에 관해서도 써진 적이 없는 바를 쓰는 것이 나의 희망이다. 그런 후에 은총의 주인이신 주님의 선하심으로 내 영혼이 이곳을 떠나 그 여인의 영광, 즉 세세 만세토록 축복을 받으실 주의 얼굴을 끝없이 바라보고 있는 그 복된 베아트리체를 바라볼 수 있기를 기원한다.”

단테는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습니다. <새로운 인생>을 출간 한 후 공직에 몸을 담았고 피렌체의 정치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그는 35세의 나이로 피렌체를 통치하는 자리에 올라 삶의 정점에 섰습니다. 하지만 얼마 안 되어 그는 느닷없이 추락했습니다. 자신의 고향에서 ‘영원히 추방’ 당해 20년 동안 여러 객지를 방랑했습니다. 재산을 몰수당한 채 귀환의 약속 없는 유배의 길에 오른 그는 빈곤과 함께 자신을 쫓아낸 이들에 대한 분노를 견뎌야 했습니다.

단테는 인생의 반환점에서 심각하게 추락했지만 '마음이 미리 본 것'을 잊지 않았습니다. 베아트리체에 대한 기억과 완전한 사랑의 비전을 붙잡았습니다. 팍팍한 현실에 무너지지 않고 상상력을 동원하여 천국에 있을 베아트리체를 떠올렸고, 언젠가 천국에서 그녀를 만나기 위해 준비했습니다. 베아트리체를 통해 본 사랑의 비전을 영적 활동의 중심에 두고, 지옥과 연옥을 거쳐 천국에 이르는 영혼의 순례를 글로 적었습니다. 이 책이 바로 그 유명한 <신곡>입니다. 그는 이 책을 쓰면서 빈곤을 견디고 분노를 다스리고 지상의 사랑을 천상의 사랑으로 확장했습니다. 긴 방랑의 세월을 영적 생활과 글쓰기로 견뎌내면서 불멸의 사랑을 담은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내게도 '마음이 미리 본 것'이 있습니다. 그것을 붙들고 있습니다. 그 비전이 언제 실현될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그 비전이 과거를 재발견하고 현실에 충실할 수 있도록, 그리고 새로운 삶을 꿈꿀 수 있는 힘을 줍니다.

sw20110719.gif
* 단테 알리기에리 저, 박우수 역, 새로운 인생, 민음사, 2005년

* 홍승완 트위터 : @SW2123

IP *.246.71.112

프로필 이미지
싱클레어
2011.07.26 16:28:19 *.76.145.4
살아가면서 마음의 분노는 끊이지 않고 어떤식으로든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단테처럼 극단적인 경험을 한 사람이 그러한 상황속에 매몰되지 않고 거룩한 가치를

지키며 살아가는 모습은 존경스럽습니다.

저 역시 저를 위해서 제게 끊임없이 이어질 지도 모를 험난한 여정속에서도 빛과 같

은 마음을 지키며 살고 싶습니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