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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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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8월 30일 01시 20분 등록

지난 주 마음편지에 이어 이탈리아의 오래된 도시 '아시시'에서 느낀 점을 이야기하겠습니다. 지난 편지에서 아시시가 마음에 깊이 남은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 번째는 성 프란체스코의 삶과 그가 남긴 흔적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오늘 전하고자 하는 두 번째 이유는 ‘아시시의 바람’입니다.

나를 포함한 우리 일행이 아시시에 도착한 날은 날씨가 아주 좋았습니다. 범상치 않은 구름도 인상적이었지만 무엇보다 바람이 나를 사로잡았습니다. 아시시의 바람은 뭔가 새롭고 달랐습니다. 아마도 여행하는 마음, 성 프란체스코라는 존재가 바람에 특별함을 더해주었을 겁니다. 눈을 감고 바람을 맞았습니다. 아시시의 바람은 잔잔한 리듬을 가진 파도 같았습니다. 성 프란체스코의 숨결이 실려 있는 듯 부드럽고 사랑스러웠습니다. 그래서 나는 아시시의 바람은 ‘사랑의 바람’으로 느꼈습니다.

끊임없이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 불현듯 어느 시 구절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프랑스 시인인 말라르메가 처음 쓰고, 폴 발레리를 비롯한 여러 시인들이 같은 표현을 다시 써서 유명해진 구절, “바람이 분다. 살아봐야겠다.” 예전에는 이 구절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아시시의 바람을 통해 시인이 어떤 마음으로 이렇게 읊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바람이 왜 시인에게 삶의 기쁨과 삶에 대한 의지를 함께 불러일으켰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순간, 내 마음속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바람이 분다. 열심히 살아야겠다.” 이 목소리를 나는 ‘아시시의 바람이 준 가르침’이라 믿고 있습니다. 왜 열심히 살아야 하고, 어떻게 열심히 살아야 하는지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천만이 남아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하지만 아시시의 바람이 일깨워준 것은 이전의 것과는 다른 것이었습니다. 여행에서 돌아온 후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지금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할지를 말입니다. 그 답은 내 안에 있을 터인데, 다시 가시밭길이 시작되고 정체기를 겪을 거라는 예감이 듭니다. 불안감을 느끼는 동시에 흐릿했던 비전을 열심히 닦아 명징하게 내면에 정립할 수 있는 기회이고, 지금까지 배운 가르침을 내재화할 수 있는 변환기가 되리라 믿고 있습니다.

시오노 나나미는 르네상스 정신과 일맥상통하는 개념으로 ‘심안(心眼)’과 ‘극기(克己)’를 꼽습니다. 지금 그리고 앞으로 내게 필요한 것, 반드시 익혀야 하는 것이 바로 마음의 눈으로 보는 ‘심안’과 계속해서 재생하고 자립하기 위한 ‘극기’인 것 같습니다. 심안을 키워야 표층적 자아를 넘어 진정한 자기에 관한 내적인 비전을 정립할 수 있고, 극기할 수 있어야 그 비전을 실현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D. H. 로렌스는 <역사, 위대한 떨림>에서 르네상스 시대에 대해 “이 시기는 위대한 비전이 열리던 때였다. 먼저 방대한 과거가 인간에게 비전과 아름다운 모험과 놀라운 생각들을 제공했다. 마치 영혼과 정신이 과거에는 상자 속에 갇혀 독단적 신앙의 낡고 좁은 곳에 유폐되어 있다가, 이 시기에 와서 하늘로 해방되어 날아가 자유롭고 순수한 생각과 깊은 이해의 찬란한 무한 공간으로 들어간 것과 같았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미래의 세계가 앞에서 열리고 과거의 세계가 뒤에서 열리기 시작했다”, “르네상스와 함께 인간에게는 새로운 삶이 전개되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미래가 앞에서 열리고 과거가 뒤에서 열리기 시작하는 시기가 르네상스이고, 새로운 삶이 펼쳐지는 것이 르네상스라는 점은 개인의 르네상스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르네상스가 어둡고 폭력적인 중세를 거쳐 부상했다는 점 또한 내게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습니다. 지금의 어려움과 앞으로 직면할 난관들이 무엇이든, 그것을 견디고 이겨내리라 다짐합니다. 그렇게 할 수 있을 때 과거와 미래가 서로 도와 밀어주고 끌어주는 에너지장을 형성할 수 있고, 르네상스 같은 새로운 삶이 전개되리라 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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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H.로렌스 저, 정종화 역, 역사, 위대한 떨림, 민음사, 2008년

* 홍승완 트위터 : @SW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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