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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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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7일 00시 28분 등록

여수세계박람회장에 다녀왔습니다. 여행의 방법은 관광버스를 타고 단체 여행길에 동행하는 것이었습니다. 떼로 함께 하는 여행을 선호하지 않기에 어쩔 수 없이 동행해야 하는 입장에 처한 나로서는 사실 출발부터 탐탁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여행지가 아주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니 더욱 그랬습니다.

 

살아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이라는 주제 하에 풍부한 자원보전과 지속가능한 미래지향적 활동에 대한 관심과 환기, 실천을 이끌어내는 것이 이번 박람회의 목표라고 이해하고 떠났습니다. 하지만 내게는 그 주제를 보여주기 위해 구성된 각각의 전시관들이 대부분 고만고만하게 느껴졌습니다. 누구나 선호하는 아쿠아리움은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어서 아예 포기했습니다. 결국 비슷한 성향의 몇 명이 따로 뭉쳐서 환경관과 한국관을 둘러보고, 기업관 중 한 곳에 들렀습니다. 가는 곳마다 화려한 영상과 음향, 세련된 퍼포먼스 중 일부를 버무리거나 혹은 전부를 섞어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구사하고 있었습니다. 관심을 끌기는 하지만 주제가 가슴에 와 닿는 힘은 미약했습니다. 막을 내리기 전에 딸 녀석을 데리고 함께 여행해 보겠다던 계획을 다른 여행 계획으로 바꿔야겠다 생각하며 기념품이라도 사다 주려고 마지막으로 국제관 중에서 한 국가의 전시관을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국제관 중에서 줄이 가장 길었지만 나는 스위스관을 골랐습니다. 바다를 접해 있지 않는 나라가 왜 해양박람회장에 참가하고 있을까 궁금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화려한 구석이 하나도 없었지만 나는 스위스관에 반했습니다. 주제를 하나에 한정하고 있었지만 마음을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물 하나에 한정하면서도 바다와 연안, 지구의 소중함을 충분히 일깨우고 있었습니다. 다른 곳과 달리 현대적 과학기술의 영상 장치를 절제되게 사용하면서 물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의 메시지를 손바닥을 펴고 모아서 물을 받는 자세로 걸으면서 확인할 수 있게 해둔 것이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스위스에서 직접 공수해 온 빙하 기둥을 우리나라의 역사적 시간대에 대입하여 관찰할 수 있게 해둔 장치와 장소도 정말 멋졌습니다. 고조선과 단군의 시대에 몽블랑의 빙하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현대의 빙하는 어떤 모습으로 이어져 왔는지를 직접 빙하기둥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장치였습니다. 스위스의 빙하가 우리 역사 속으로 걸어 들어오기에 충분했습니다.

 

그 빙하기둥이 있는 장소에 이르기까지 미로처럼 연결된 검은 벽면에는 하얀색 글씨가 놓여 있었습니다. 메시지는 물의 소중함과 스위스가 물을 대하는 철학과 지향에 대하여 다양하면서도 간결하고 효과적으로 담아내고 있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문구는 스위스는 물을 위해 투표하는 나라입니다.”였습니다. 얼마나 간결하면서도 명확한 메시지입니까? 물을 지켜내기 위해 정치적 선택을 할 수 있는 국민들이 바로 스위스 국민이라는 그 자부심! 나는 스위스관에서 충분히 감동했습니다. 또한 아쉬웠습니다. 우리나라가 준비한 박람회에서도 곳곳에서 그들의 철학처럼 깊이 있는 설정과 장치를 발견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내내 스위스관에 녹아든 인문과 철학, 생명에 대한 깊이가 부러웠습니다. 혹여 그곳에 가시거든 스위스관만은 꼭 들러보시기 바랍니다. 천천히 하나하나 살피고 느끼며 둘러보시기 바랍니다.

IP *.20.20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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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07 12:55:46 *.246.146.18

스위스관 주제가 명확하다고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지요. 그리고 스위스는 지리적 특성과 무관하게 해운강국입니다. 세계 2위 해운회사를 보유한 나라...

 

아쿠아리움은 코엑스나 해운대가 더 낫지 않을가 싶은데다가 엑스포 폐막 이후에도 볼 수 있을테니 굳이 엑스포 기간에 관람할 필요가 없겠고, 무엇보다 잘 살고 있는 애들 붙들어다 가둬놓고 구경하자는 건 별로...

 

글 항상 잘 보고 있소이다. 흰 까마귀 양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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