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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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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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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6월 28일 10시 14분 등록
어디 우산 놓고 오듯
어디 나를 놓고 오지도 못하고
이 고생이구나

나를 떠나면
두루 하늘이고
사랑이고
자유인 것을
  - 정현종, ‘어디 우산 놓고 오듯’ 전문

이 시에서 시인이 말하는 ‘나’는 ‘자아’(ego)라고 생각합니다. 자아는 ‘내가 알고 있는 나’입니다. 그런 ‘나’는 의식의 중심이자 실존하는 ‘나’입니다. 자아는 선입견과 편견을 버리기 어렵습니다. 선입견과 편견은 인식을 제한하고 왜곡하지만 그것 없이는 자신과 세상을 효율적으로 인식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자아는 욕망과 두려움과 의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이것들 때문에 괴롭고 답답해하지만, 이것들은 삶의 에너지이자 삶의 질서를 부여해주기도 합니다.

‘자아’는 진정한 ‘자기(sefl)’가 아닙니다. ‘자기’는 의식과 무의식을 포괄하는 정신 전체의 중심이자 자아보다 훨씬 더 깊고 큰 존재입니다. 사람은 자아에 만족하지 못하고 진정한 자신을 만나 그것을 살려내고 싶어 합니다. 자아가 자기를 찾아가는 탐험이 자기실현의 과정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자기실현, 즉 자기를 만나기 위해서는 자아를 떠나고 버릴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자기실현에 있어 자아는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자아’의 결단 없이는 자기를 찾아 나서는 탐험을 시작할 수 없고, 자아의 헌신 없이는 자기실현의 험난한 문턱들을 넘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는 자아를 떠나거나 버리는 접근보다는, 자아를 그것보다 더 넓고 깊은 무언가와 연결시키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나와 연결할 대상을 종교와 신에서 찾는 것도 좋지만, 그것으로만 한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시가 될 수도 있고, 그림이어도 좋으며, 음악이 될 수도 있고, 철학이어도 좋습니다. 영성과 예술과 철학이 심층적인 차원에서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는 이유는, 그것이 자아 보다 더 큰 뭔가를 각자의 재료와 방식으로 탐험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나는 영성과 예술과 철학을 응집할 수 있는 대상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바로 직업, 즉 천직입니다. 자신의 일에 나를 넘어서는 가치를 부여하고 그것을 위해 헌신할 수 있다면 일의 종류에 상관없이 그 일을 하는 과정은 생계 활동보다는 영성에 관한 활동에 가깝습니다. 그 일을 하는 사람은 예술가처럼 보이고, 그가 내놓은 결과물은 작품입니다. 그의 솜씨는 기술인 동시에 예술인 수준, 즉 기예(技藝)입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은 철학자와 비슷해보입니다. 자신의 일에 대해 남다른 철학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적어도 그 일을 하는 시간 동안은 수행가이자 예술가이고, 그 일에 대해서만은 철학자인 것입니다.

나는 믿습니다. 사람에게는 자아를 넘어서게 만드는 그런 존재와 대상, 활동이 하나는 있어야 합니다. 직접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아’를 넘어서는 뭔가와 연결되고 그것과 하나 되는 사랑, 그 활동에 몰입함으로써 작은 내가 사라지는 자유를 느낄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이 사랑과 자유를 ‘춤꾼은 사라지고 춤만 남는’ 것, ‘화가는 사라지고 그림 그리기만 남는’ 것으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어떻게 표현하든 그때 ‘자아(ego)’는 사라지는 동시에 ‘자기(self)’는 고양되는 것 같습니다. 신기한 일이지만 경험해 본 사람은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시간이 늘어나고 활동이 깊어질수록 자기실현은 완성되고 진정한 자기로 살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sw20110628.gif
* 정현종 저, 섬, 열림원, 2009년
* 홍승완 트위터 : @SW2123
IP *.122.237.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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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
2011.06.29 09:52:23 *.30.254.21
멋있다..
워찌하여..
갈수록
멋있어지냐? emoti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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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완
2011.06.29 15:41:12 *.122.237.116
우성형,
형이 갈수록 멋있어져서
덕분에 나도 그렇게 보이는 게 아닐까요?
우린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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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옥
2011.06.29 15:51:01 *.237.209.28
싸우지 마세요. 두분!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정도로 멋있으세요.
두분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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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완
2011.06.30 00:30:48 *.122.237.116
하하하 누나,
저랑 우성 형이랑 너무 통한 거 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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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표
2011.06.30 15:06:51 *.218.51.227
그냥 논 건 아니군..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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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표
2011.06.30 15:14:14 *.218.51.227
오타 sefl > self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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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완
2011.06.30 15:34:10 *.122.237.116
형의 반응을 기다린 장치였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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