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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2011년 7월 15일 08시 57분 등록

" 나는 어제 카레지 별장에 왔네. 정원을 경작하려 온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을 경작하기 위해서라네. 마르실리오, 가능하면 빨리 돌아오시게. 서둘러 오더라도 자네가 번역한 플라톤의 책을 가져오는 것을 잊지 말게. 무엇이 나를 가장 큰 행복으로 이끌어 줄 수 있을 지 정말 궁금해 미칠 지경이네 "

  이 정다운 편지는 인문경영의 창시자라고 불리는 피렌체의 국부 코시모 데 메디치가   플라톤주의 학자인 마르실리오 피치노에게 남긴 편지입니다. 피치노는 카레지에 있는 플라톤 아카데미의 소장이었습니다. 코시모는 플라톤을 사모하여 피렌체 근교 카레지에 별장을 짓고 플라톤 아카데미를 운영했는데 그 책임을 피치노에게 일임했습니다. 피치노에게 부탁한 유일한 운영 원칙은 '당신이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하시오' 였다고 합니다. 아주 파격적인 지원이었지요. 정치가이며 또 기업의 경영자로 공사다망한 코시모였지만 이곳을 즐겨 찾았다고 합니다.

  이 날도 코시모는 피렌체 근교 카레지에 있는 플라톤 아카데미를 방문합니다. 그러나 피치노는 잠시 피렌체로 출타중이었습니다. 서로 길이 엇갈린 것이지요. 그래서 코시모는 피치노에게 위와 같은 다정한 편지를 보냅니다. 그에게 카레지의 플라톤 아카데미는 학자들로부터 배우고 영혼을 쉬고 마음의 밭을 경작하는 성전이었습니다.

  격변의 시대를 살았던 코시모는 말년에 접어들어 아예 카레지에 거주하면서 긴 침묵과 사색의 시간을 갖습니다. 임종한 곳도 피렌체에 있는 화려한 자신의 궁전에서가 아니라 평소 학자들과 철학적 대화와 담소를 나누었던 카레지의 플라톤 아카데미였지요. 학자와 예술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임종을 했던 코시모의 모습은 엄숙했기에 자신의 마지막을 이 장소에서 보내는 것은 그의 아들과 손자에게 까지 이어진 가문의 전통으로 남게 되었다고 합니다.

  유럽의 긴 중세는 사상적으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이 지배해 온 역사였습니다. 신학 역시 여기에 기반을 두고 있었지요. 그러나 코시모의 지원을 받은 학자들과 예술가들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적 전통 위에 그동안 잃어버렸던 플라톤의 사상을 콘스탄티노플로부터 역수입하여 생각의 빅뱅을 만들어 냅니다. 개별자와 현상이 중시 되면서도 그 속에 보편적인 이데아를 품는 생각의 핵융합이 만들어 지기 시작한 것이지요.

   이것이 무슨 뜻인지 미켈란젤로를 통해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미켈란젤로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사상가 중 한 사람이 바로 피치노입니다. 그는 피치노에게서 플라톤의 사상을 배웠고 그것을 그의 작품 속에 녹여 냅니다. 미켈란젤로의 다음과 같은 말은 아주 유명한 말이라 아마 여러분들은 한 번 쯤 이 말을 들어 보았음직 합니다.

  "나는 대리석 덩어리 속에서 신체 각부위의 자세와 움직임까지 이미 완벽하게 모양이 잡혀있는 형상을 마치 내 눈 앞에 서 있는 것처럼 또렷이 본다. 나는 내 눈이 그것을 보듯 다른 사람들의 눈에도 보이도록 그 아름다운 유령을 가두고 있는 거친 벽을 깎아내기만하면 된다"고 말했을 때, 그가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바로 플라톤의 이데아였던 것입니다. 플라톤의 사고방식을 깊숙이 들이 마신 미켈란젤로에게 예술은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지만 감추어져있는 절대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시스티나 성당의 벽화로 가볼까요 ? 시스티나 성당...꿈틀대는 근육의 양이 압도적입니다. 미켈란젤로보다 더 인간의 육체에 대하여 몰두한 자는 없습니다. 그에게 예술은 인간에 대한 것일 뿐입니다. 미켈란젤로에 대하여 두 가지를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그는 인간의 몸을 연구하고 실제의 몸을 그려냈다는 점에서 해부학적인 정교성을 가진 사실주의자입니다. 바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추종자라는 것이지요. 그러나 인간 형상의 가장 원숙한 상태를 그려내 거의 신격화 했다는 점에서 이상주의자입니다. 인간이 신의 형상에 따라 만들어졌다는 것은 그에게는 상징이 아니라 사실이었다는 점에서 그는 플라톤의 제자라는 것입니다. 고대인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라톤은 르네상스인 미켈란젤로 속에서 서로 만나고 융합하여 꽃을 피우게 된 것이지요. 이런 생각의 충돌과 빅뱅을 경제적으로 지원한 사람들이 바로 메디치가인물들이었지요. 그래서 '메디치 효과 (Medici Effect)' 라는 멋진 말이 만들어 지게 된 것입니다.

  메디치가는 돈으로 할 수 있는 가장 멋진 일이 무엇인지를 보여 줍니다. 동시에 돈으로 결코 해 낼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도 함께 보여 줍니다. 자기 경영은 피렌체를 한 번 가보는 것입니다. 가서 눈으로 위대한 르네상스를 보고, 500년 전의 과거가 벌떡 일어나 속삭이고 외치는 소리를 가슴으로 느껴보는 것입니다. 돈도 사라지고 가문도 사라지고 생명도 사라졌지만 메디치가는 피렌체라는 인류의 유산과 함께 영원합니다. 이게 제대로 된 투자 아닌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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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목
2011.07.15 09:55:10 *.251.183.225
아는 만큼 보이는데 아는 게 없으니 피렌체에 들러 겉만 보고 왔습니다. 다음에는 그러하지 않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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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옥
2011.07.15 14:47:24 *.237.209.28
가슴이 막 뛰어요. 사부님!!
 '이탈리아 기행'과  '군주론' 다 읽어 가는데 가기 전에 더 읽고 가야할 책이 뭐가 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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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옥
2011.07.18 00:19:55 *.237.209.28
네!!  사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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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16 11:23:04 *.160.33.89
두 권의 재미있는 책을 읽도록 해라.   사람 이야기가 많으면 읽기 쉽지 않더냐 ?  

우선 야사 수준의 시오노 나나미 " 르네상스를 만든 사람들'   2-3 시간이면 후딱 읽을 수 있다. 
그리고 김상근의  생뚱 맍은 제목의 책 '  사람의 마음을 얻는 법' 은  메디치가 이야기다.  역시 쉽게 읽을 수 있다.  땡 7이들에게도 읽으라 했다. 

묙이 너는  '군주론'을 읽었다 하니  두번 째 책 속에서 '카테리나 데 메디치' 이야기를 잘 읽어두어, 버스 안에서 다른 이들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 주도록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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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희
2011.07.20 13:38:21 *.138.125.205
 피렌체의 실질적 영주 로렌초 데 메디치... 마키아벨리로부터 군주론을 헌정받았지만 젊은 나이에 병으로 요절하여 읽지 못한 책........군주론...
다시 한 번....이 여름에 읽어야겠습니다.^^*
날이 많이 덥습니다. 건강 잘 챙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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