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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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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9월 27일 02시 09분 등록

오늘 아침 ‘샘터’로 가는 오솔길에서 산보를 하다가 이상한 버섯 하나를 발견했다.

하얀 막으로 덮여 있고, 마치 황갈색의 목련 열매처럼 회색 빛깔의 정연한 무늬가 찍혀 있었는데 그 무늬들은 속으로부터 나온 포자분(胞子紛)임을 알 수 있었다. 나는 껍질을 까 보았다. 걸쭉한 물질이 속에 가득 고여 있고 가운데는 말간 젤리처럼 되어 있었는데 거기서 매스꺼운 냄새가 풍겼다.

그 둘레에 더 크게 벌어진 버섯들이 많았는데 고목 밑동에 돋아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는 편편한 해면질의 혹과 같았다.

<지상의 양식>에서 앙드레 지드가 산책 중에 우연히 만난 버섯을 묘사한 부분입니다. 이 글을 쓴 이유에 대해 “무엇이든지 주의하여 보기만 하면 그것이 나에게 얼마나 중대한 존재가 되는가를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지드는 말합니다.

<지상의 양식>에서 지드는 ‘외부 세계의 다양성과 다채로움’을 찬미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시인의 재능을 “자두를 보고도 감동할 줄 아는 재능”이라 말합니다. 무언가에 감탄하고 그것을 찬미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대단한 무언가가 아니라 ‘마음의 준비’입니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사랑으로 ‘준비된 마음의 대기 상태(disponibilité)’입니다. 이 상태는 정신적 개방성이자 인식과 판단에 있어 유연성입니다. 지드는 말합니다.

“그대의 마음속에서 기다림은 욕망마저도 아니어야 하고 다만 무엇이든지 받아들이기 위한 한갓 마음의 준비여야 하리니. 그대에게로 오는 모든 것을 기다려라. 그러나 오직 그대에게로 오는 것만을 원해야 한다. 오직 그대가 가진 것만을 원해야 한다. 하루의 매 순간 그대는 신을 송두리째 다 가질 수 있음을 알라. 그대의 욕망은 사랑이어야 하며, 그대의 소유는 사랑에 넘치는 것이라야 할 것이다.”

앙드레 지드는 <지상의 양식>을 쓴 목적에 대해 독자가 이 책을 읽는 것, 이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는 독자에게 기대합니다. “나는 이 책이 그대로 하여금 이 책 자체보다 그대 자신에게-그리고 그대 자신보다 그 밖의 다른 모든 것에 흥미를 가지도록 가르쳐주기를.” 그는 외칩니다. “나의 이야기를 읽고 난 다음에는 이 책을 던져 버려라-그리고 밖으로 나가라. 나는 이 책이 그대의 도시로부터, 그대의 가정으로부터, 그대의 방으로부터, 그대의 생각으로부터 밖으로 나가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키기 바란다.”

이 과격한 주장은 무책임한 떠남 혹은 일상과의 분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존재를 고양시키는 ‘지상의 양식’은 떠남 그 자체가 아닌 삶 속에 있고, 특별한 하루가 아닌 매일의 순간들 속에 이미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지드가 강조한 것은, 자신과 삶을 새롭게 볼 수 있는 힘을 가로막는 것들을 떠나라는 뜻입니다. 그런 장애물을 그는 ‘도시’ ‘가정’ ‘방’ ‘생각’으로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심신을 열고 심신을 고양시키는 ‘지상의 양식’들을 한껏 껴안는 것입니다.

“바닷가의 모래가 부드럽다는 것을 책에서 읽기만 하면 다 되는 것이 아니다. 나는 내 맨발로 그것을 느끼고 싶은 것이다. 감각으로 먼저 느껴보지 못한 일체의 지식이 내겐 무용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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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앙드레 지드 저, 김화영 역, 지상의 양식, 민음사,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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