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완
- 조회 수 10007
- 댓글 수 0
- 추천 수 0
고은 시인의 <순간의 꽃>에 담긴 시를 읽는 시간은 울림과 침묵의 연속이었습니다. 시인의 ‘다른 시선’을 보며 감탄했습니다. ‘아! 이렇게도 볼 수 있구나. 현상의 뒤를 보고, 사물의 옆을 놓치지 않고, 위에서 상황을 볼 수 있구나.’ 그런 몇 개의 시를 아래 옮겨 봅니다. 시와 시의 구분은 ‘*’로 표기했습니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
옷깃 여며라
광주 이천 불구덩이 가마 속
그릇 하나 익어간다
시인의 ‘자유로운 해석’도 놀라웠습니다. ‘아! 이렇게 이야기할 수도 있구나. 모두가 사연이 있구나. 마음을 열면 보이고 들리는 구나. 세상에 별거 아닌 것들은 없구나. 잠든 정신이야말로 별거 아닌 거구나.’ 그런 시 2개 소개합니다.
4월 30일
저 서운산 연둣빛 좀 보아라
이런 날
무슨 사랑이겠는가
무슨 미움이겠는가
*
함박눈이 내립니다
함박눈이 내립니다 모두 무죄입니다
생각했습니다. ‘다른 시선에서 나와 자유로운 해석으로 응축된 시가 진부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지만, 그 시들이 괴상하게 다가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낯익은 것을 낯설게 보고, 낯선 것을 낯익게 표현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요?
고은 시인은 <순간의 꽃>의 ‘시인이 쓰는 시 이야기’에서 “시쓰기보다 시를 버리는 시간 속에서 그 모순의 힘에 의한 시가 비극적으로 잉태되었던 것이 아닐까”라고 묻습니다. 그리고 답합니다.
“시와 삶 사이의 종종 있는 불화의 되풀이는 결국 다음의 시를 위해서 있어야 할 오르막길 언덕일 것이다. 그렇다면 삶의 뭇 역려(逆旅)인들 어찌 저마다 시의 동산 아니랴.”
* 고은 저, 순간의 꽃, 문학동네, 2001년 4월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456 | 작업의 기술 [4] | 부지깽이 | 2011.06.03 | 4872 |
455 | 인간이 저지르기 쉬운 일곱 가지 실수 | 변화경영연구소-문요한 | 2006.09.26 | 4873 |
454 | 심신을 고양시키는 책 | 승완 | 2011.09.27 | 4880 |
453 | 인문학적 창의성 [5] | 승완 | 2011.07.05 | 4892 |
452 | 축제 | 최우성 | 2012.02.06 | 4892 |
451 | 올 겨울의 화두 [1] | 승완 | 2012.12.11 | 4893 |
450 | 감정조절의 단계 | 문요한 | 2013.11.06 | 4893 |
449 | 태양이 빚어낸 예술처럼 | 연지원 | 2014.12.15 | 4893 |
448 | 존재를 도약시키는 비밀스러운 삶 [2] | 승완 | 2011.12.06 | 4895 |
447 | 그러니 모두 꽃을 피우자! | 김용규 | 2011.10.20 | 4902 |
446 | '슈퍼잡초'가 보내는 경고 | 김용규 | 2013.07.04 | 4903 |
445 | 홀리지 않고 원하는 곳에 닿는 법 : 길을 잃고 죽은 새 2 | 김용규 | 2013.07.18 | 4905 |
444 | 피하면 커지고 행동하면 작아진다 | 문요한 | 2013.04.10 | 4906 |
443 | 내 인생 최고의 장면 [2] | 구본형 | 2006.11.10 | 4908 |
442 | 내 꽃도 한번은 피리라 [앵콜편지] | 부지깽이 | 2013.05.03 | 4909 |
441 | 봄에 와서 봄에 떠난 사람 [12] [1] | 부지깽이 | 2011.05.27 | 4916 |
440 | 행복한 사람 [1] | 최우성 | 2012.05.14 | 4917 |
439 | 인생의 영화 | 최우성 | 2012.01.30 | 4927 |
438 | 당신은 적응을 잘 하는 사람인가요? [3] | 문요한 | 2012.10.10 | 4928 |
437 | 생명이란 온 힘을 다해 살아가는 것 [1] [2] | 문요한 | 2008.08.19 | 49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