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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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2011년 6월 3일 05시 49분 등록

한 사나이가 길을 가다 나귀를 타고 가는 미인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 모습이 선녀가 내려온 듯 아름다워 그만 넋이 나가고 발길이 얼어붙었습니다. 마음 속 불길이 일어 그 즉석에서 시를 지어 그녀에게 보내 작업을 시작했지요.

마음은 미인따라 달려가는데
이 몸은 부질없이 문 기대섰소

수작을 거니 그녀가 '흥' 하고 답장을 보내왔습니다.

노새는 짐무겁다 투덜대는데,
그대 마음 그 위에 더 얹었으니

이 쯤 되면 넋 놓은 놈이 미칠 지경에 이릅니다. 그저 '그 마음 내 이미 접수했노라'는 말로 믿어 의심치 않고,
기대고 있던 삽작문을 버리고 냅다 달려 여인에게 이르게 되지요.

유몽인(柳夢寅 1559-1623)의 '어우야담(於于野談)' 에 수록되어 있는 시라고 합니다. 딴 책을 보다 이 대목이 인용된 글을 읽게 되었는데, 흥겨워 하루 종일 웃었습니다.  요즘 말로 하면 맞팔이 통해 사귀게 된 셈입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품격과 향취가 요즘과 다를 뿐입니다. 왜 그럴까요? 작업이 시로 이루어졌고 답변도 시로 되돌려 주었기 때문입니다.

작업을 걸 때 훌륭한 작업자는 시인이 됩니다.  시를 짓는 것은 말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고 싶은 말 가운데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는 것입니다.   A4 1 장으로 말하고 싶은 것을 140 자로 줄여 말하는 것이 아니라 140 자만 남기고 모두 걷어 내는 것입니다.  반대로 작업을 당한 이는 작업자가 말하고 싶었으나 절제하고 걷어 낸 나머지 말들을 찾아내 행간에 감추어진 뜻을 깨우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시인이 다 말해 버려서 독자가 따로 찾을 것이 없다면 그것은 시가 아닙니다. 그러니 그 주고받는 맛이 즐겁지 않겠습니까 ?   작업이 이루어지려면 주고받는 맛이 좋아야 합니다. 해 본 사람은 다 압니다.

 자기경영은 복잡한 욕망 중에서 불필요한 것을 다 걷어내고 꼭 있어야할 것만 남겨 모든 에너지를 그곳으로 몰아가는 것입니다.  바로 앞에 나귀를 타고 선녀처럼 지나가는 바로 그녀에게 온 마음을 쏟는 것이지요.  그 사람에게서 눈을 떼면 안됩니다.   온통 붉은 마음만 남겨 두는 것입니다.   그때 자아에 대한 구애에 성공하게 됩니다.   나를 얻는 것, 이것이 자기경영입니다.  이때 그 삶은 시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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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2011.06.03 07:39:19 *.131.23.81

아 자기경영은 너무 큰 작업이네요
자애에 대한 스스로의 구애
나를 얻는 것
그래서 시가 되는 삶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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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처럼
2011.06.03 10:43:24 *.169.188.35
E lucevan le stelle,(별들은 반짝이고)
e olezzava la terra...(대지는 싱그럽도다)

벌써 뵌지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E non ho amato mai tanto la vita! (지금껏 이토록 살고픈 적은 없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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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기원
2011.06.03 11:48:56 *.120.143.25
해는떠서 비추고
달떠서 또 비추니
어둠이있을자리 어디있겠습니까?
언제나 해와 달이 되시는 스승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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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범찬
2011.06.03 14:48:27 *.226.5.240
선생님... 일하다 말고 잠시 와서 읽은 글에서 웬지모를 기운을 받아갑니다. 

잘 계시지요? 

제 필살기 수행은 갈피를 잃은 듯합니다. 

다시 한번 제 속을 들여다 보고 싶어지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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