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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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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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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23일 02시 14분 등록

어제 숲학교 오래된 미래를 찾아오던 나의 손님 한 명이 새로 생긴 아랫마을을 올라오다가 봉변을 당했습니다. 올라오는 길에 공사를 지원하는 트럭이 막혀 있어 현장 책임자로부터 옆 길로 돌아가라는 친절한 안내를 받은 뒤에 벌어진 일입니다. 안내에 따라 옆 길로 돌아서 올라오려는데 그 길 역시 두 대의 트럭이 일을 하느라 길에 세워둔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한참을 서서 기다려도 차가 비킬 생각을 하지 않아 차를 좀 비켜달라고 부탁했다고 합니다. 마을 주민 한 명이 사유지라고 비켜줄 것을 거부하면서 실랑이가 시작되었고 사유지인지 관청에 확인해 보겠다는 말에 격분한 상대는 급기야 망치를 들고 위협을 했다고 합니다. 겨우 그곳을 통과해 올라온 나의 손님은 나를 염려했습니다. 나의 손님은 자신이 실랑이를 한 것 때문에 혹시 숲학교에 불이익이 있지는 않을지 걱정을 했습니다.

 

그에 앞서 나는 군청으로부터 여우숲이 소유한 주차장 부지의 일부가 그 아랫마을의 한 집 부지와 맞교환 되어 분할 처리되었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토지를 소유한 우리 법인의 동의 없이 남의 땅을 그렇게 분할하고 일방 통보해도 되는지, 어떤 경위로 그렇게 처리했는지 해당 관청과 기관에 물었습니다. 아주 오래 전부터 아랫마을의 편의를 위해 우리 부지의 일부를 분할해 주고 그 만큼의 토지를 맞교환 받기로 합의한 적이 있었지만, 그것은 아랫마을 분양을 담당한 사람들이 몇 가지 문제를 먼저 처리하는 것을 조건으로 한다는 전제가 있었던 합의였습니다. 그들은 여우숲의 주차장 부지 전체에서 2m쯤 흙을 깎아 자신들의 땅을 돋우는데 사용했고, 삼각형을 이루고 있는 부지를 일 직선으로 잡아서 주차장 바로 아래 땅에 추가로 분양할 집 두 채의 터를 개선하고 싶어했습니다.

 

그런 목적으로 우리 땅에 토목공사를 하기에 앞서 그들은 자신들이 조성할 주차장 부지를 여우숲과 함께 사용하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또한 흙을 파내면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 등의 문제를 모두 처리해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렇게 말로써 합의는 이루어졌고 그들은 여우숲 주차장 부지에 토목공사를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약속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공사 중간에 축대를 쌓으라는 요청도 몇 번을 요구하고서야 겨우 이루어졌고, 배수로를 잘 정리해 달라는 요구 역시 몇 번의 요구를 거친 뒤에 미흡한 수준으로 이행되었습니다. 자신들이 조성해 공동 사용하자던 주차장부지도 없어졌습니다. 그들은 그 상태로 여우숲 주차장 부지 아래 쪽에 두 채의 집을 앉혔고, 한 채의 집이 지적도 상 여우숲의 주차장 부지 일부에 얹혀졌습니다. 준공검사를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분할한 토지가 정리되어야 하고, 당연 토지 소유주인 여우숲 법인의 도장을 받아야 했기에 수 차례 도장을 찍어달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여우숲의 이사회는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기 전에는 절대 도장을 찍어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습니다.

 

그렇게 몇 개월이 흐르고 지어진 집에 어느새 입주자가 들어왔습니다. 그 집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주차장 부지 한 쪽에 대자보가 붙은 말뚝이 박혔습니다. 그 집 입주자가 설치한 내용이었습니다. 우리 주차장 부지에서 토사가 흘러내려 장독대의 항아리 뚜껑이 깨졌다는 주장과 호흡기가 취약한 아이가 있으니 자신의 집 뒤에 차를 세우지 말아달라는 요구였습니다. 그 집을 찾아가 여우숲 때문에 파손된 항아리가 있다면 그 비용을 변상해 주겠다는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토목공사를 우리가 한 것이 아니므로 제대로 공사를 마무리 짓는 것은 분양 책임자들의 몫이라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또한 이곳은 이미 당신이 입주하기 오래 전부터 주차장부지로 쓰기로 계획이 되어 있던 곳이며 호흡기에 영향을 미칠 만큼 많은 차가 주차되는 일도 없을 것이라 말했습니다. 그러고도 몇 번 더 입주자는 나를 볼 때 마다 비슷한 요구를 해왔습니다. 그러던 중에 급기야 며칠 전 불쑥 관청으로부터 여우숲의 주차장 부지에 대한 분할 행정처리가 마무리되었다는 문서를 받게 된 것입니다. 관청과 유관기관에 강력히 항의 했더니, 자신들도 확인을 해본 결과 문제가 있는 행정처리였다고, 요구하면 원래대로 되돌려 놓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원상 회복해 놓을 것을 요구하면 그들은 대단한 곤란을 겪을 것입니다. 이미 완성된 건축물 자체에 내려진 준공 승인이 무효로 바뀌게 되고 결국 여우숲의 땅 위에 걸치도록 설계된 내용을 변경해서 다시 건축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나도 귀농을 한 사람이지만,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자신들의 주거지를 거쳐 올라오는 이웃의 방문객에게 망치를 들어 위협하며 단지 내의 길이 사유지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어떻게 이웃에게 한 약속은 이행하지 않으면서 남의 땅은 마음대로 분할을 해놓을 수 있는 것인지노여움을 넘어 슬픈 마음마저 듭니다. 하지만 여우숲의 이사회는 그래도 당장 원상회복을 요구하지는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만나서 약속을 지키고, 시골길의 공공성에 대해 자성해 보라 권하여 그 결과를 보기로 했습니다. 노엽고 슬퍼도 한 번 더 참아야 하는 이유는 사람의 사회에는 법보다 우선하는 것이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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