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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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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21일 10시 07분 등록

‘나의 특별함을 깨닫도록 도와준 사람이 누구인가?’ 이 질문을 처음 접했을 때 웬일인지 몸이 굳었다. 나는 살면서 모든 문제를 혼자서 해결하기로 결심했다. 늘 ‘도움은 필요 없어, 당신은 필요 없어, 나 스스로 해낼 거야’하고 되뇌었다. 하지만 ‘나 혼자’라는 말의 저변에는 두려움이 숨어 있었다. 어쩌면 나라는 사람은 스스로를 믿어도 될 만큼 가치 있는 존재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었다. 밖으로는 사람들과 멀쩡하게 관계를 맺었지만 속으로는 두려웠고 외떨어진 기분이었다. 그래서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내가 삶에서 소중한 어떤 진리를 깨달았다고 인정하는 것을 피하고 싶었다. 그러고 나면 앞으로는 모든 것을 나 혼자 해결하려던 의지가 산산조각 날 것 같았다.

- ‘지나온 날들이 살아갈 날 들에게’ 중에서, 패트릭 버크의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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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도움 없이 혼자 살아가는데 어려움을 보이는 사람도 있지만, 반대로 타인의 도움은 마다하고 혼자만의 힘으로 살아가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무척 독립적인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이들 역시 자신에 의지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또 다른 의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지나칠 정도로 타인의 도움을 거부하고 혼자 살아가는 이들을 '강박적 자기의존증'이라고 표현합니다.


이들은 왜 이렇게 타인의 도움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까요? 이들의 내면에는 자신이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깊은 상처를 지니고 있습니다. 다만 그 상처의 해법을 외부의 사랑에서 찾기보다 스스로 자신을 얼마든지 돌볼 수 있고 혼자서 잘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입증하는데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자기보살핌의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내보임으로써 사랑받을 필요가 없었다고 방어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똑똑합니다. 아무나 상처를 감출 수 없고, 아무나 자기의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어리석은 사람들입니다. 이들의 무의식에는 근본적으로 ‘난 사랑받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뿌리 깊은 자기불신을 가지고 있는데다가 타인의 도움없이는 자신만의 특별함을 꺼내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생명은 기반이 있습니다. 새는 창공에서 빛이 나고, 물고기는 물속에서 자유롭다면 사람의 기반은 어디일까요? 관계가 아닐까요? 당신이 관계안에서 자유롭고, 그 안에서 당신 내면의 광채를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 2008. 10. 21 週 2회 '당신의 삶을 깨우는' 문요한의 Energy Plus [2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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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
2008.10.21 10:44:31 *.245.92.66
항상 문요한 선생님의 글에서 정말 많은걸 깨닫고 있는 한사람입니다.
오늘 글도 참 깊이 다가옵니다.
오늘은 꼭 감사의 댓글을 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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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21 18:03:03 *.180.129.135
저와 같은 아이디를 쓰시는 분이 계셨네요. 궁금 ^!~

이제 막 강박 까지는 아니었지만, 도움을 청할 줄 모르던 자기의존 증세에서 벗어나고 있는 듯.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

달라진 건 사람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관계를 의식하기에 앞서
여기저기서 광채가 나 눈을 뜰 수가 없을만큼 저마다 빛을 내고 있는 사람들이 보이는 이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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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빈
2008.10.22 12:40:18 *.6.1.61
의존적이어도 부족하고, 너무 독립적이어도 또 그렇고...
'균형' - 이것이 심리학에서 추구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아뭏든 한 번 생각케하는 글이었습니다. 좀 더 자세히 알고 싶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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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란이
2008.10.22 16:54:26 *.160.150.52
글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제 얘기여서 말입니다.
도움을 청하길 정말 싫어 합니다. 자존심이 상하는 느낌입니다,
심지어 신께 기도하는것도, 그런생각이 드는때가 있습니다.
그 이유가 뿌리깊은 자기불신이라는것도 놀랍습니다.
회복하는 방법을 알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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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2008.10.23 19:55:27 *.131.5.223
강박적 자기의존이란 사실 저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앤'님만큼 좀 나아졌기는 하지만요. '놀란이'님께서는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신 것 같은데 삶에 있어서 주체적인 면들이 위 글처럼 다 자기방어에 해당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회복하는 방법이라면 막연한 이야기이지만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나 존재자체에 대한 가치감과 인간에 대한 기본적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한 것일테지요. 김용빈 님과 놀란이 님을 위해 적절한 책을 좀 권해드리면 좋을 듯 싶은데 이 주제만 특화된 내용의 책을 알지 못해 마땅치 않네요. 그럼에도 소개해드리자면 '몸에 밴 어린시절'과 '상처받은 내면아이 치유'라는 책을 한번 보시면 좋을 듯 싶습니다.

'eun'님과 '앤'님의 격려는 참 힘이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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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빈
2008.10.27 13:01:03 *.6.1.61
문요한 선생님 감사합니다.
사실, 저도 여기에 해당되는 거 아닌가 해서 관심이 갔었는데...소개해 주신 책 참고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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