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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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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29일 00시 22분 등록

 

그분은 사진으로 일가를 이룬 분입니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잘 찍은 사진 한 장>, <평품인생> 등이 있습니다. 나의 스승 구본형 선생님께서 내신 책 몇 권에도 그분 윤광준 선생님의 사진이 담겨 있습니다. 참 좋은 사진이다 느끼곤 했습니다. 내게도 기쁜 행운이 찾아왔습니다. 조만간 출간될 나의 신간에 윤선생님이 사진 작업을 해주기로 한 것입니다. 일전에도 몇 번 다른 자리에서 스치듯 뵌 적은 있지만 가까이서 뵙고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를 살펴볼 기회는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어떤 단단한 사유가 묻어나면서도 한껏 자유로운 느낌이 풍겼습니다. 또한 일가를 이룬 대부분의 사람들에게서 느낄 수 있는 작업적인 치열함도 느껴졌습니다.

 

이 기회에 나의 프로필용 사진도 작업해 보자 하시며 만날 때마다 함께 숲을 거닐었습니다. 자연스레 나는 숲이 전하는 이야기를 풀어놓았습니다. 출판사로부터 교정지를 받아 종이 위에 앉혀진 나의 사진 몇 장을 찬찬히 보았습니다. 사진기 앞에서는 항상 그 어떤 대상 앞에서 보다 수줍음을 많이 타는 내 평소의 모습은 모두 사라진 결과물들이었습니다. 여느 때처럼 사흘쯤 감지 않은 머리 모양과, 작업복에 털신을 신은 차림의 내가 윤선생님의 렌즈를 통과하면서는 그렇게 투사되어 포착된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썩 마음에 드는 사진이었고 참 고마웠습니다.

 

일가를 이루신 분께 실례가 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을 품고 나는 그분께 한 가지 조심스러운 제안을 했습니다. 윤광준 선생님의 사진 강좌를 우리 여우숲에서 열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이를테면 생태 사진 촬영 워크숍 같은 강좌 말입니다. 선생님은 주저 없이 수락하셨고, 얼마 뒤에 프로그램 기획안 까지 만들어 보내오셨습니다. 대략 주제는 사진, 철학과 숲을 만나다였습니다. 선생께서 내게 맡기신 강의는 숲을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보는 방법을 안내하는 것입니다. 숲의 생명들을 단순히 뷰파인더만으로 포착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포착할 수 있도록 수강자들에게 새로운 눈을 뜨게 하는 것이 나의 몫인 셈입니다.

 

다음 주 목요일인 식목일에도 나는 비슷한 강의를 하기로 했습니다. KBS <아침마당> ‘목요특강을 통해서입니다. 이 녀석의 이름은 무엇이고 어디에 좋고, 어디에 쓰는 것으로 숲의 생명체를 읽는 것이 아니라,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가 나와 다르지 않은 열망과 상처와 의지와 분투를 지닌 생명임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도록 안내하는 강의를 하려 합니다. 사진을 찍는 누군가도, 숲을 거니는 또 다른 누군가도 숲에는 그렇게 생명 저마다가 가진 삶의 노래가 가득하다는 것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게 하는 계기를 제공할 수만 있다면 더 없이 기쁜 시간일 것입니다.

 

나는 숲을 통해 배웠습니다. 매사를 천천히, 가능한 아주 느릿느릿 보아야 한다는 것, 눈이 아닌 가슴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 그래야 더 선명하게 그를 알 수 있고, 또한 나를 알 수 있다는 것. 그렇게 보아야 합니다. 그렇게 보고 싶습니다.

 

 

윤광준∙김용규와 함께 하는 '봄의 숲에 취하다' 생명 사진 워크숍 안내 바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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