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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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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14일 00시 52분 등록

 

생물학적으로 좁게 정의할 때 진화환경에 적응하여 신체를 특수하게 발달시킨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10년 전 세상을 떠난 미국의 저명한 생물학스티븐 제이 굴드(Stephen Jay Gould, 1941.9. ~ 2002.5)는 이런 의미에서 인간의 진화가 이미 4~5만 년 전에 멈춰버렸다고 했습니다. 뇌가 조금 더 커지는 신체적 변화는 있었지만, 이후 인간의 모든 행위는 진화보다는 학습의 산물로 보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나는 굴드 선생님의 견해에 동의하는 편입니다.

 

곤충학자들에 따르면 어떤 곤충은 한 해에 네 번의 한살이가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알다시피 알에서부터 애벌레-번데기-성충, 그리고 다시 알을 낳기 까지를 한살이라고 합니다. 이 과정을 일년에 네 번이나 할 수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그것은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유전자 정보를 다음 세대에 넘겨줄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환경 변화가 빠를 때, 이에 대한 정보를 넘겨받은 다음 세대의 유전자를 보유할 수 있는 생명체는 변화된 환경에 적응할 가능성이 그렇지 못한 생명체에 비해 훨씬 높습니다. 한살이가 대단히 짧은 미생물은 그래서 막강한 경쟁력을 가진 생명체인 셈입니다. 이런 점에서 온갖 항상제와 농약 속에서도 끝없이 생명을 이어가는 미생물이나 소위 해충(?)의 힘이 바로 진화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한편 같은 맥락에서 인간은 경쟁력이 매우 낮은 생명체입니다. 우리나라의 실태를 볼 때 요즘 같으면 인간은 대략 30년이나 되어야 다음 세대를 생산합니다. 그런 점에서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유전자를 넘겨주기가 쉽지 않은 것이지요. 그렇다면 인간은 왜 진화를 멈추었을까요? 글쎄요…… 그것은 아마 도구와 기술, 즉 문명을 발전시켰기 때문일 것입니다. 자연에 적응하기보다 자연을 통제, 혹은 지배할 수 있다고 믿게 된 것이지요. 하지만 우리는 그런 믿음에 근거한 행보 때문에 이제 불행을 감당해야 하는 시간대로 접어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올 봄에 꽃이 어떻게 피었는지 기억하시는지요? 벚꽃이 만개할 즈음에 한꺼번에 꽃이 피어나는 현상, 다양한 꽃들이 대단히 압축적인 시간대에 꽃을 피우는 현상이 있었는데 기억하시는지요? 왜 그랬을까요? 식물들은 전과 달리 왜 한꺼번에 꽃을 피우게 되었을까요? 반 십 년의 시간을 숲에서 보내면서 나는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추정하게 됩니다. 식물들은 최근 몇 년 간 4월 말까지도 이어지는 늦추위를 경험했습니다. 벚꽃이 피기 전에 꽃을 피우는 전통을 유지해 온 꽃들이 제 철에 꽃을 피웠다가 늦추위에 동해를 입는 아픔을 겪은 것이지요. 추정하건대, 올해 꽃이 압축된 시간에 핀 것은 식물들이 그 늦추위를 학습한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결국 추위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개화를 참았다가 꽃을 피운 것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나의 추정이 물론 틀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진화를 멈춘 인간은 늦추위에 대한 대책이 별로 없어 보입니다. 여름이 빨리 오는 것에 대한 대책도 별로 없습니다. 난방을 더 늦게까지 하는 방법, 혹은 냉방을 더 일찍 시작하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한여름도 아닌 봄의 한 복판에 이미 전력관리에 비상이 발생하는 현상이 바로 그 증거인 것이지요. 고사리는 최소 3 5천만 년, 은행나무는 최소 2 5천만 년 지구 위에서 살아내고 있습니다. 혹독한 추위와 더위도 이미 다 겪은 생명체들이 바로 식물들인 것이지요. 철학의 관점에서 진화를 정의한다면 그것은 생명이 자연 앞에 몸을 낮추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반대로 진화를 멈추는 생명은 자연 앞에 오만한 것이라 해야겠지요. 진화를 멈춘 인류에게 불행이 닥치지 않게 할 수 있는 해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매주 여우숲에서 진행하고 있는 생태특강의 화두이기도 한 이 질문을 나는 당신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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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17 09:58:04 *.7.108.53

어제 회사사람들과 동강에 다녀왔습니다. 가뭄에 물이 말라 강바닥이 드러난 곳이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어젯밤에는 물이 없어 고생하는 꿈을 꾸었지요. 오늘 아침, 아내,아이와 식사를 하면서 물 부족으로 야기될 생활의 어려움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우리가 일상생활의 대부분을 물로 해결해야하는 하는 도시를 떠나  살아야 하는 이유. .. 온난화, 물 부족. 진화는 자연앞에 몸을 낮추는 것이라는 말에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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