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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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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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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21일 00시 45분 등록

 

타지에서 밤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틀간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를 위해서 입니다. 오늘의 주제는 지역 관광에 관한 내용이고, 내일은 농촌마을 만들기에 관한 내용입니다. 서울이나 울산처럼 지방재정자립도가 높지 않은 지자체는 늘 도시인을 불러올 방법이 고민입니다. 도농의 교류를 촉진해야 그 속에서 거래가 일어나고 경제적 활력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군수처럼 선출직 지자체장에게는 지역의 경제적 활력 문제가 사활이 걸린 문제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최근에 생태계 파괴를 걱정하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많은 지자체들이 지역의 명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선 것도 그런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더 많은 여행객을 유치하기 위해서 지역 명산 또는 명소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것이지요. 지자체장의 그런 의지를 사업으로 수행해야 하는 의식 있는 공무원들의 입장은 심란해 보입니다. 케이블카를 설치해서 얻는 경제적 이익도 있지만, 생태적 부담과 주민들의 찬반 논란과 갈등을 어떤 식으로든 감당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나는 이런 경우에 대해서는 실무 공무원들에게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 지에 대해 명확한 답을 주지 못합니다. 철학적 지향과 밥 사이에 큰 괴리가 존재할 경우 직장인들의 심정이 어떨지 능히 짐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신 내가 겪고 있는 비슷한 문제를 사례로 들려주면서 결심에 참고가 되기를 바랍니다. 여우숲을 조성하고 이끌어가는 과정에도 비슷한 고민이 있습니다. 지향과 밥 사이에서 갈등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 것입니다. 첫 번째 예는 이렇습니다. 예약을 하지 않고 찾아오는 투숙객을 받을 것인가 말 것인가가 문제가 되었습니다. 근처 명소 관광지 산막이옛길을 찾은 관광객 중에 숙소를 구하는 분이 있어서 두어 번 빈 방을 내준 적이 있는데, 그렇게 다녀간 손님 모두는 여우숲 공간을 여관처럼 쓰고 떠났습니다. 많은 쓰레기가 생산되었고, 교훈을 나누기 위해 의도해 놓은 불편에 대해서는 엄중 항의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여우숲이 품은 지향과 나눠주고 싶은 정신은 꺼내보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또 다른 케이스는 여우숲이 언론을 통해 숲 속에 흙으로 지어진 휴식하기 좋은 공간으로 알려지면서 발생했습니다. 장기 요양을 원하는 환자들이 제법 많은 돈을 내고 숙소를 장기간 빌리고 싶어했습니다. 보유하고 있는 숙소 전체를 그렇게 장기 대여할 경우 우리 여우숲은 상당히 큰 이익을 볼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여우숲에 세운 숲학교의 프로그램은 위축되거나 아예 진행하기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는 문제가 발생할 것입니다. 나는 앞으로도 반복될 이런 수요에 대한 처리 원칙을 세우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사회를 소집했고, 이사들의 의견을 물었습니다. 아예 회전율을 높일 수 있는 숙소 사업을 본격화 하거나, 환자를 위한 장기 임대 사업으로 공실율을 줄이는 사업을 할 의향이 있는가?

 

여우숲의 이사들은 돈과 철학, 밥과 지향 사이에서 아주 잠시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금새 단호하게 결정했습니다. 처음에 밥 먹고 사는 게 조금 힘들어도 지향을 놓지 말자는 결론이었습니다. 장기적으로 철학과 지향이 양립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만들자고 다짐해 주었습니다. 고래로부터 이 부분은 양립을 증명하기 참 어려운 문제였습니다. 그러니 결국 그 짐은 상당 부분 내가 짊어져야 하는 문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기쁘고 고마웠습니다. 산중 평화와 충만한 삶의 상당 부분이 위축될 만큼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문제임을 알면서도 우리 안에 초록빛 영혼이 반짝이고 있다는 것이 정말 기쁘고 고마웠습니다. 그대 어떠신지요? 돈과 철학, 밥과 지향이 충돌하는 날 있으신지요? 어떻게 다루며 살고 계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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