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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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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24일 01시 50분 등록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꿈속에서 자신의 고향 크레타의 흙에서 솟아난 ‘불굴의 조상’을 만났습니다. 신처럼 다가온 조상에게 그가 물었습니다. “사랑하는 할아버지시여, 제게 명령을 내리소서.”

 

“얘야, 손이 닿는 것을 잡아라.” 조상이 답했습니다. 카잔차키스가 더 큰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할아버지시여. 더 어렵고, 더 크레타적인 명령을 내려 주소서.” 할아버지 역시 더 크게 명령했습니다.

 

“손이 닿지 않는 것을 잡아라!”

 

손이 닿지 않는 것은 잡을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손이 닿지 않는 것을 잡아라”라는 메시지는 모순입니다. 그럼에도 카잔차키스는 <영혼의 자서전>에서 이 운명적 명령을 충실히 따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고백합니다.

 

“나는 이룰 수 없는 것을 이루려고 최선을 다해 싸웠다. 나는 이것을 내 의무로 삼았다.”

 

카잔차키스가 추구한 불가능은 무엇이었을까요? 상반된 것들로부터 종합을 이루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크레타와 터키, 육체와 정신, 성(聖)과 속(俗), 질서와 혼돈, 현실과 상상, 신과 인간, 전사(戰士)와 성자(聖者) 같은 것들의 종합입니다. 그는 모순되는 반대 개념간의 변증법적 상호작용을 거쳐 하나의 조화를 실현하고자 투쟁했습니다. 대극을 극복하여 합일을 이루려는 투쟁이 자기 삶에 목적과 통일성을 부여해주었다고 그는 말합니다.

 

카잔차키스는 세 종류의 인간이 존재하며, 각각의 인간이 하는 기도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영혼의 자서전>의 ‘작가 노트’ 다음 쪽에 나오는 ‘세 가지의 영혼, 세 가지의 기도’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나는 당신이 손에 쥔 활이올시다, 주님이여. 내가 썩지 않도록 나를 당기소서.

둘째, 나를 너무 세게 당기지 마소서, 주님이여. 나는 부러질지도 모릅니다.

셋째, 나를 힘껏 당겨 주소서, 주님이여. 내가 부러진들 무슨 상관이겠나이까!

 

첫 번째와 두 번째는 서로 완전히 다른 인간이고, 기도의 내용 역시 상반됩니다. 이 모순은 세 번째 인간에 의해 극복되고 기도에서 풀립니다. 나는 이 세 가지를 삶과 영혼의 3단계 발달 과정으로 이해합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이 길을 온몸으로 걸어간 본보기입니다. 그는 한 단계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계속해서 넘어지고 일어나며 끊임없이 올랐습니다. 그의 삶이 대담함과 나약함, 희망과 절망, 빛과 어둠으로 점철된 투쟁인 것도 이 때문입니다. 세 단계의 여정을 거치며 그의 삶은 확장되고 영혼은 심화되었습니다. 이것이 그의 위대함입니다.

 

세 가지의 영혼과 기도는 불가능한 꿈으로 가는 험난하고 좁은 길을 보여줍니다. 불가능한 꿈의 추구는 영원히 도달하지 못할 곳을 향한 탐험입니다. 이런 꿈은 피와 땀을 요구하고 좌절감을 줍니다. 그럼에도 손이 닿지 않는 것을 향해 끊임없이 손을 뻗는 카잔차키스와 같은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어째서 영원히 도달하지 못할 곳에 조금이라도 더 접근하기 위해 투쟁하는 걸까요?

 

불가능을 실현하는 것보다 그것의 추구에서 오는 고결함과 기쁨에 매혹되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불가능한 임무를 따를 때 목적지에 집착하지 않고, 과정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나의 손에서 항상 벗어나 있는 꿈은 모든 잠재력을 자극합니다. 그리하여 꿈은 실현되지 않아도 잠재력은 불타오를 수 있습니다. 내 안의 잠재력을 최대한 실현할 수만 있다면 꿈이 이뤄지지 않은들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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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코스 카잔차키스 저, 안정효 역, 영혼의 자서전, 열린책들,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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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4 05:16:45 *.246.70.126
저는 부러질지 모르니 세게 당기지 말라는 두번째 기도의 수준에 있는 것 같네요. 좌절감을 맛보아도 일어나서 다시 도전할수있는 세번째 기도로 갈수 있는 용기를 가지는 게 어려운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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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4 12:26:59 *.109.4.29

저도 두 번째 기도를 하고 있군요. 늘 부러질 지 몰라 가다 서다 하는데.. 영혼의 자서전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홍승완 님 따뜻한 글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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