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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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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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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2월 16일 00시 05분 등록

동지가 가까우니 이제 제대로 된 겨울이 오나 봅니다. 산방으로 오르는 길에 실개천 물이 조금씩 넘어오더니 빙판을 만들고 그 면적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아직은 괜찮지만 어쩌면 곧 지게를 지고 마을을 오가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대는 나의 불편을 염려해 주시지만 나는 별로 걱정이 없습니다. 겨울은 숲의 모든 존재들이 그렇게 얼어붙는 시간 앞에 겸손해 지는 때입니다. 나라고 예외일 수 없고, 예외이고 싶지도 않습니다. 차라리 이런 시간에는 바깥 출입을 삼가고 치워져 있던 성찰의 거울을 꺼내어 갈고 닦는 것이 마땅합니다.

 

모든 것이 시리게 맑고 고요해서 이 추운 겨울처럼 스스로에게 물어보기 좋은 시간이 없습니다. 나의 질문은 대략 이런 것들입니다. 나 여기 왜 있는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스스로를 증명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분주했던 한 해의 시간 속에서 들여놓지 말아야 할 삶의 때가 끼지는 않았는지? 산중의 겨울은 그렇게 스스로 차갑게 묻고 온화하게 대답하여 스스로를 사랑하는 시간을 갖기에 참 좋은 때입니다. 그러한 질문과 대답이 모여서 스스로의 현재를 증명하게 됩니다.

 

내가 꿈꾸는 내 삶의 현재는 늘 자립하는 삶을 일궈내는 것입니다. 그 자립의 삶 위에서 내가 거두는 작은 결실들을 나누어 이웃과 세상에도 미력이나마 거름이 되는 것입니다. 그것이 내가 품은 일생의 지향입니다. 자립한다는 것은 스스로 서는 것입니다. 스스로 선다는 것은 우선은 외부로부터 온전히 나를 보호하고 지킬 수 있는 능력을 갖는 것입니다. 나아가 스스로를 지켜내는 힘에 바탕하여 외부 세계에 내가 만든 정신적 물리적 화학적 에너지를 되돌려 놓는 것입니다. 그렇게 나이면서 또한 우리인 삶의 주인이 되는 것입니다. 숲의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가 살아내는 삶의 방식과 같아지는 것입니다.

 

자립하는 삶을 이루는 법칙을 나는 최초의 유기물이 형성되는 과정에 관한 원단적 가설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오파린(Aleksander I. Oparin, 1894~1980, 러시아)은 최초의 생명체가 탄생하는 과정을 그림과 같은 가설로 정리해 냈습니다. 모두 알고 있듯 지구에 최초의 생명체가 등장하기 까지는 10억 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가스와 먼지 덩어리에 다름 없었던 초기의 지구에서 복잡한 유기물인 생명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먼저 단순한 유기물이 형성되어야 했습니다. 오파린은 그 과정을 그림과 같이 정리했습니다.

 
오파린의유기물진화가설.JPG

오파린의 유기물 진화가설(그림 출처 : 이상태, 식물의 역사, 지오북, 2010)

어쩌면 자립한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부단히 시도하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고, 늘 되묻고 성찰하는 노력을 통해 스스로 구조화를 시작하여 스스로의 핵심을 가두어 보호할 수 있는 과도 같은 능력을 만드는 순간 훨씬 수월해질 것입니다. 원시 유기물의 탄생이 그러했듯 흐트러지려는 혼과 일상을 되돌려놓기 위한 반복과 반복을 계속하는 한 언젠가 기적처럼 스스로를 지킬 막이 만들어져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생각하건대, 자립하는 삶을 일궈내는 법칙의 첫 번째는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시간이 자주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법칙은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단단한 껍질을 만드는 것입니다. 세 번째 법칙은 그 막이 선택적으로 소통되는 구조가 되어 외부의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에너지를 나의 것으로 전환하여 내 성과를 다시 세상과 나눌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의 삶은 현재 막을 만들고 스스로 에너지를 전환하며 외부와 나누기 시작하는 단계에 와 있습니다. 그대가 자립하는 삶을 꿈꾸고 있다면 물어봐야 합니다. 나 자립을 향해 지금 어디쯤 걷고 있는가? 이렇게 추운 날, 그래서 성찰하기 딱 좋은 날 그대도 그렇게 한 번 물어보시면 어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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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화
2010.12.16 09:26:24 *.253.124.89
부지런히 제 자신에게 묻겠습니다.
제 스스로 자립 할 수 있는 작은 세상을 하나 갖기 위해 묻겠습니다.
묻다 보면 제 스스로 답을 내놓으리라 생각합니다.
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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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양수
2010.12.16 13:31:54 *.168.105.169
자립할 줄 알면 해체할 마음의 준비도 되어 있어야 겠죠.
언제라도 단순 유기화합물로 될 준비를....
겨울을 잘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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