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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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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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5월 1일 10시 10분 등록
『“여보, 당신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자랑스러우세요?”
“좋아, 그런대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어때요. 특별한 사람들이에요?”
“좋아, 그런대로.”
“그럼 당신 회사 셸((Royal Dutch Shell)은 좋은 일을 하는 좋은 회사인가요?”
“응, 좋아, 그런대로.”
아내는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나는 ‘좋아, 그런대로’의 태도를 가진 사람과 한 평생을 보내고 싶지는 않아요.”』

이것은 영국의 대표적인 경영 사상가이자 ‘코끼리와 벼룩’의 저자인 찰스 핸디가 신혼 초기 아내 엘리자베스와 나눈 이야기입니다. 당시 그는 다국적 기업인 로얄더치셸의 런던 본사에 근무하고 있었는데, 이 대화 후 얼마 안 되어 셸을 그만뒀습니다.


『“이제 회사 생활을 청산할 때예요.
“그럼 뭘 하지?”
내가 말했다.
“어떻게 돈을 벌지?”
“당신은 글쓰기를 좋아하잖아요. 당신의 첫 번째 책도 반응이 괜찮았어요. 그러니 작가가 되어보는 게 어때요?”
“책을 써서는 부자가 될 수 없어.”
내가 불평했다.
“왜 부자가 되려고 하세요? 우리는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어요. 당신도 일하고 나도 일하니까요. 또 필요하다면 당신은 경영학 과정에 다시 나가서 임시 강사를 할 수도 있어요.”
“그건 너무 리스크가 많아.”
“어차피 인생은 리스크예요. 난 피곤에 찌든 직장인과 함께 사는 게 지겨워졌어요.”』

찰스 핸디는 애처가였나 봅니다. 그는 이 대화를 계기로 윈저성의 세인트 조지 하우스 학장을 그만뒀습니다. 그리고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포트폴리오 인생, 벼룩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구본형 사부는 “‘1인 기업’처럼 근본적인 변화를 시작할 때는 아내나 남편부터 설득하라”고 말합니다. 가장 까다로우면서도 가장 절실한 지원을 해줄 수 있는 사람(고객)이 그와 그녀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찰스 핸디는 아내에게 설득을 당했네요. 활달한 그녀가 찰스 핸디의 엉덩이를 걷어차면서 말한 거지요.

“당신답게 살아! 다르게 살라고!”

찰스 핸디에게 아내는 ‘가장 까다로운 고객’이나 ‘적극적인 지지자’가 아니었어요. 그녀는 ‘선동가’였지요. 가끔은 누군가 제 엉덩이를 차주면 좋겠습니다.

“너답게 살아!, 다르게 살라고!”


제 엉덩이를 잘 걷어차 주는 책과 사람들을 생각해봤습니다.

* 프로페셔널의 조건(피터 드러커 지음 / 청림): 피터 드러커의 진면목을 처음 알게 해준 고마운 책. ‘젊디젊은’ 책.

*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가(무하마드 유누스 외 지음 / 세상사람들의책): 읽으면서 몇 번이나 내 가슴을 뛰게 하고 눈물짓게 한 책. 한 사람의 신념에서 시작된 아름다운 비즈니스의 진수, 철학의 힘을 확인할 수 있는 책, 그라민 은행의 이야기.

* 나무를 심은 사람(장 지오노 지음 / 마이클 매커디 판화 / 두레): 한 사람이 모든 것을 걸면 무엇을 해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책.

* 작은 씨앗을 심는 사람들(폴 플라이쉬만 지음 / 청어람미디어): 보통 사람인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주 많다는 것을 알려주고, 그것을 안 하는 이유를 스스로 깨닫게 해주는 책. 소설이라서 실망할 것이 아니라 일상을 실천으로 채우지 못하는 자신에게 실망할 것.

* 엄마: 엄마. 미성숙해서인지 나는 아직도 엄마라 부릅니다. 엄마의 얼굴, 엄마의 뒷모습을 보면, 돈 좀 더 벌고 싶다는 욕심이 생깁니다. 엄마가 그걸 바라는 것 같지 않지만 나는 그런 욕심을 갖습니다. 열심히 해야겠지만 그보다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엄마의 뒷모습을 볼 때마다.

* 성혜&승원: 조카들. 예쁘고 착합니다. 좋은 사람이 되자는 생각, 착하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적어도 사회에 나쁜 짓은 하지 말자는 약속을 스스로에게 하게 됩니다.

* 구본형: 사부님. 책으로, 행동으로, 말로, 그리고 글로 내 엉덩이를 신나게 그리고 조용히 때려주시네. 술 한 잔 하는 것만으로, 만나는 것만으로, 곁에 있는 것만으로, 생각하는 것만으로 내 가슴을 뛰게 하는 사부. 더 말하고 싶으나 참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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