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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23일 19시 25분 등록

임신을 하게 되면서 한 가지 마음먹은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건강하고 행복하기 위해, 하고 싶은 것은 제한 없이 모두 하면서 지내자!’는 것이었습니다. 임신에 관한 여러 자료들을 읽다 보니 그렇게 지내는 편이 가장 도움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었습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조언은 유퀴즈라는 프로그램에서 전종관이라는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이 한 말이었습니다. 일반적인 편견과는 달리 ‘임산부는 누워있는 거(안정) 말고 다 해도 된다!’라고요. 가만히 있으면 오히려 혈전증이 올 확률이 늘어난다는 이야기를 덧붙이는 것을 보니, 오히려 뭐라도 하면서 움직이는 편이 더 낫겠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습니다.


두 번째 이식을 받기 전까지 가장 먼저 한 도전은 운동이었습니다. 전에도 PT를 받아본 적은 있었지만, 식단까지 챙기지는 못했었는데 이번에는 약간 건강한 체질로 바꾸기 위해 먹는 것까지 준비해서 체질을 개선해 보기로 했습니다.


그다음으로는 지난해 말 일본어 시험에 합격했던 것이 기억나서, 7월에 있을 다음 레벨을 도전해 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열심히 준비하여 좋은 결과를 얻기는 했지만, 안타깝게도 6월이 지나 10주가 넘어가면서 입덧이 아주 심해지는 기간을 거쳐 과정 자체는 그리 쉽지 않았습니다. 속이 너무 울렁거려서 책상 앞에 앉아서 30분 이상 집중하는 것도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당시의 온라인 주문 목록을 보니 오렌지 주스와 귤을 거의 2~3일에 한 번씩 사 먹었더군요. 그래서 합격 발표가 나왔을 때는 정말 기뻤습니다.


그 후 8월에는 6천 조각짜리 레고 세트를 사서 남편과 맞추기도 하고, 일본어로 된 게임을 100% 클리어해보기도 했으며, 매일 만보 걷기를 하기도 하고, 필라테스를 처음 도전해 보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7월 일본어 시험에 합격해서 12월에 있는 그다음 등급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만삭이 가까워지면서 허리며 골반이 아파서 오래 앉아 있기 어려운데 (시험 난이도도 너무 어렵네요) 그래도 지난번의 경험이 있으니 즐기면서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 기쁩니다.


아이러니하지만, 태아를 위해서든, 몸이 힘들어서 든 현재 한계가 있다고 규정한 상태에서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평범한 몸이었을 때보다 목표에 훨씬 도달할 수 있는 에너지를 더 크게 만들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느껴지는 어려움, 갖고 있는 고통과 대비되어 하고 싶은 것이 더 선명하고 아름답게 보이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또 지금의 경험이 앞으로 몸의 어딘가가 고장 나서 불편해졌을 때, 자신을 다독이고 에너지를 북돋을 수 있는 경험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스스로 매우 대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아이가 혹시 임신했을 때의 일을 물어보면 제법 괜찮은 스토리를 들려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신체적인 어려움, 그것도 일상 속에서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당장 깨끗하게 개선될 가망이 없는 작고 끈질긴 고통을 안고 살아간다는 것은 달갑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나 정말 개선될 여지가 없다면, 결국 그것은 자신의 일부로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임신이지만, 아이를 낳고 나면 어딘가 고정적으로 아픈 곳이 생겨날지도 모릅니다. 완화의 노력과 그럼에도 삶을 즐기려는 노력을 다각도로 지속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아마 이번처럼 잘 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IP *.143.23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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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3 20:36:54 *.169.54.201

저한테 운동배우러 오고 싶어 하는 외국의 선수가 여러가지 문장들을 써서 보내곤 하는 데 최근에 받은 문장이

 "when you find no solution to a problem. it is probably not a problem to be solved but rather a truth be accepted. "

근데 마지막 문단의 글이 유사해서 생각나서 씁니다. 

신체는 기존의 현상을 유지하거나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려는 본성(이를 이용한 것이 트레이닝의 기본 원리)이 있기때문에 받아들이는 태도에 따라 기쁨이기도 하고 고통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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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4 08:56:10 *.97.54.111

"몸이 힘들어서 든 현재 한계가 있다고 규정한 상태에서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평범한 몸이었을 때보다 목표에 훨씬 도달할 수 있는 에너지를 더 크게 만들 수 있는 것 같습니다."라는 문장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60대 후반이 되니 직장에만  다녀오고 나도 번아웃이 됩니다.
좋아하는 사진촬영도 1년이상 놓고 있었는데, 다시 시작해봐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만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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