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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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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6일 00시 22분 등록

얼마 전 발생한 태풍 볼라벤과 덴빈은 강력했습니다. 보도된 바와 같이 곳곳에 크고 작은 재해가 발생했습니다. 여우숲이 있는 충북 괴산에도 큰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600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왔고 천연기념물로 까지 지정된 괴산 왕소나무가 뿌리가 뽑혀 쓰러진 사건입니다. 언론에서도 여러 차례 보도를 한 모양입니다. 왕소나무는 용이 승천하는 듯 줄기를 비틀며 자란 모습이 무척 장엄한 나무였습니다. 태풍에 쓰러진 사진을 보니 저 역시 가슴이 아팠습니다. 군을 비롯한 관계 기관에서도 왕소나무의  회생을 위해 긴급한 조치를 내놓고 있는데,  바로 세우는 작업이 어려워 쓰러진 채로 회생을 모색하기로 결정하였다 합니다. 하지만 왕소나무가 있는 마을의 주민들은 큰 충격에 빠졌으며 이미 사전에 위험해 보인다고 제보까지 했는데 이렇게 된 것에 대한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현수막도 내걸었다고 합니다.


보도에 따르면 주민들은 태풍이 오기 한참 전에 왕소나무의 뿌리가 들린 것 같다고 관계 기관에 조치를 요청했다고 합니다. 관청은 전문가들로 현장 조사를 했고, 큰 이상이 없어 보인다는 진단이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왕소나무는 태풍 볼라벤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졌습니다. 워낙 강력한 태풍이었으니까 왕소나무가 쓰러진 것은 천재지변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속리산 근처의 정이품송도 이번 태풍으로 얼마 남지 않은 가지를 잃는 상처를 겪었음을 고려해 보면 더욱 그럴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런데도 한 가지 정말 아쉽게 여겨지는 것이 있습니다. 내가 느끼는 그것은 왕소나무의 굵은 가지 하나에 떠받쳐 놓았던 철로 만든 지주대입니다. 움직일 수 없는 형벌을 지니고 사는 나무들은 태어난 자리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장치를 구사합니다. 그 중의 하나가 T/R율이라 부르는 ‘지상부와 지하부의 비율’을 스스로 조절하는 것입니다. 땅 속 뿌리와 지상의 줄기 및 가지의 비율을 거의 1:1로 유지함으로써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왕소나무는 지상부 가지 중에 아주 육중한 가지가 쇠받침대에 의존하여 계속 자라고 있었습니다. 받침대가 없었다면 아마 그 가지는 오래 전에 바람의 저항이나 눈 무게 등에 의해 부러졌을 것입니다. 소용없는 이야기지만, 차라리 그렇게 미리 그 가지가 부러졌더라면 뿌리가 들리지 않았을 수 있었겠다. 그리고 이어서 닥친 태풍에도 스스로를 지탱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넘어지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은 모든 것을 붙들고 버티려는 자세가 아닙니다. 다시 일어설 수 없을 만큼 크게 넘어지는 일이 없으려면 작은 것을 스스로 버리거나 혹은 잃는 것을 감내해야 합니다. 이번 태풍에 정이품송의 가지 일부가 부러진 것은 그래서 오히려 다행인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시도가 모두 성취로 남을 수는 없는 것이니까요. 나무들의 T/R율 균형 원리에는 그런 상실도 포함되어 있는 것이니까요. 그것이 성장의 원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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