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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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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7월 19일 05시 33분 등록

“여기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도다.” 내 기억의 책 속 어딘가에 붉은 글씨로 이와 같은 표제가 쓰여 있는 장(章)이 하나 있는데 이 장 앞부분은 읽을 것이 거의 없다. 그 표제 아래 많은 것들이 쓰여 있지만, 그것들 전부는 아닐지라도 최소한 그 본질적인 내용들을 나는 이 작은 책자에 옮겨 적을 생각이다.
- 단테, <새로운 인생>

<신곡>의 저자로 유명한 단테는 9살 때 우연히 ‘베아트리체’라는 소녀를 만났습니다. 소녀는 소년 단테에게 특별한 사랑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는 자기 안의 어떤 존재가 “여기에 나보다 강한 신이 있구나. 그가 나를 지배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단테는 소녀에게서 ‘사랑의 신’을 보았습니다. 그는
<새로운 인생>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정말로 그때부터 줄곧, 내 영혼과 결혼한 사랑의 신이 나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강한 상상력 덕택에) 너무나 명백하고 확실하게 지배해서, 사랑의 신의 명령을 따르는 것 외에는 도리가 없었다.”

베아트리체를 처음 보고 9년을 꽉 채운 어느 날 단테는 자신의 운명을 예감합니다. 베아트리체의 인사를 받은 것입니다. 그녀의 인사는 단테에게 일종의 계시였고, 자신이 무엇을 위해 살게 될지 자각했습니다. 단테는 베아트리체에게서 영원한 사랑, 완전한 사랑의 비전을 보았습니다. 그녀는 ‘베아트리체’라는 이름이 가진 의미 그대로 단테에게 사랑이라는 ‘축복을 내리는 여인’이었습니다. 동시에 그녀는 단테와 사랑의 신을 연결하는 대리인이었습니다.

단테는 베아트리체를 통해 꿈과 환영 속에서 사랑의 신을 만나고 그와 대화를 나누는 체험을 오랫동안 하게 됩니다. 사랑의 신은 그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이제 주의를 기울여 내가 그대 안에 들어갔던 날을 축복하도록 하시오. 그리 하는 것이 온당하오.” 단테는 사랑의 신의 인도를 받으며 시로 사랑을 노래하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내가 어떻게 해서 그녀의 영향에 빠져들게 되었으며, 그때 그녀가 어떤 영향을 나에게 미쳤는지를 시로 쓰기로 결심했다.” 베아트리체에 관해, 베아트리체에 의해, 그리고 베아트리체를 위해 시를 쓴 것입니다. 그는 특별한 경험 속에서 사랑의 시인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한 권의 책으로 정리했습니다. 이 책이 바로 <새로운 인생>입니다.

운명적인 변화는 어려운 일이지만 한 번의 만남, 한 번의 인사로 가능할 때도 있습니다. 단테는 베아트리체를 통해 사랑의 신을 만나고 사랑의 시인으로 거듭났습니다. 조지프 캠벨은 “여러분의 삶에 있어 크나큰 중요성을 지니게 될 사람을 만날 때에는, 그 첫 만남에서부터 장차 뭔가 벌어질 것을 알게 된다. 매우 신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사람은 사람 때문에 변하고, 운명적인 만남은 새로운 인생을 계시합니다.

또 하나. 어떤 만남이 운명적인 변화를 이끌 때는 내적으로 준비가 된 때이기도 합니다. 베아트리체의 인사를 받는 순간 단테는 자기 안에 살고 있는 사랑의 신을 자각할 준비가 되어 있었고, 시로 사랑을 노래할 준비도 되어 있었습니다.

외적 만남과 내적 준비가 감응할 때 새로운 인생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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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테 알리기에리 저, 박우수 역, 새로운 인생, 민음사, 2005년
* 홍승완 트위터 : @SW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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