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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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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9월 25일 16시 46분 등록

[월요편지-책과 함께]

존엄성


쉴라 제프리스의 책, 코르셋: 아름다움과 여성혐오



  업무를 하다 보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성별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이 반감을 어떻게 최소화하고 설득하는가가 내 일이라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국가가 어떤 목표와 가치를 가지고 정책을 펴는지에 따라 사업을 진행하는 사람들의 마인드, 업무 자세도 달라지게 마련이라, 언제부턴가 업무를 하다가 받게 되는 사업 담당자들의 화가 조금 더 강한 반감과 항의 형태라는 것이 새삼스럽지 않다.

  그럼에도 최근 굳이 로그인이라는 힘겨움을 극복하고 조롱글을 남긴 어떤 이를 보며 새삼스럽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일도 수고로움이라 마냥 의견을 피력하는 것이 아니라 양성평등이라는 단어하나에도 발작하며 어떤 형태로든 욕설과 조롱을 남기고야 마는 이들에 대해 아주 궁금해졌다. 예전에도 개인 블로그에 양성평등이나, 젠더, 성불평등과 관련한 내용을 작성하면 그렇게 줄줄줄 댓글이 달렸다. 굳이 그런 글들만을 찾는 이들이 여전히 있다는 것은 알겠고, 진보한 변화없이 댓글은 조롱과 비난만이 가득하다는 점 또한 여전하다. 논리정연한 반박, 핵심을 찌를 만한 분석, 새로운 변화를 위한 대안은 여전히 없다. 나는 이 업무 관련 SNS에 달린 조롱글을 보며 익명이 가지는 무분별함을 다시금 생각해봤고, 이러한 종류의 글을 작성하는 집단의 익명은 익명이 아니라는 생각 또한 가지게 되었다. 나도 따라, 댓글놀이를 해볼까 여러모로 생각해보다가 말다가, 시간이 지났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젠더 관련 책들과 그에 관해 내가 쓴 글들을 보다가 뜬금없이 이 책을 소개한다. 존엄성이라는 제목을 붙여서익명의 그 집단들도 그들 자신의 존엄성이 양성평등정책에 의해 침해당한다고 느끼는 걸까.


  미용관습은 여성의 주체적인 행동인가. 저자 쉴라의 주장은 명확하다. “아니다.”

  미용관습이 여성 선택인가에 관해서는 페미니즘 내에서도 이견이 존재한다. 이것은 미용관습이 무엇인가에 관한 인식 차이에서 벌어진다. 미용관습은 화장, 하이힐, 다이어트, 제모, 로션, 미용영양제, 패션, 보톡스, 성형수술과 같이 여성의 외모를 성적/미적 대상으로 하는 행위들뿐만 아니라 여성적인 태도까지를 포함한다. ‘여성적이지 않은 태도화장과 제모를 하지 않는 등 용모를 꾸미지 않은는 여성의 자기관리 능력이 없음을 입증하는 근거가 된다. 능력없고 프로페셔널하지 못하고 게으르고 성실하지 않은.

쉴라는 여자에게 강요되는 아름다움성별 구분에, 즉 성적 지배 계급인 남자와 피지배 계급인 여자를 쉽게 구별하는 데에 필수적인 요소라고 본다. 미용관습은 순종여자에게 성적으로 복무할 의지, 심지어 성적 복무를 위해 노력을 들일 의지가 있다는 뜻표시이며 굴종적이라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남성 지배 문화를 이끄는 문화적 관습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꼭 미용 관습을 통해 성적 차이를 만들어야 하는가? 남자들이 일상생활을 꾸려나가는 동안 여자를 보고 고추를 부풀리며 성적 만족을 느껴야 하기 때문이다.

 

  남성 지배 사회에서 여성성은 피지배자 사회에서 일어나는 집단행동으로 남자의 성적 흥분을 용이하게 하도록 여성성을 훈련받고 여성성을 수행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는다”. 이에 대해 디 그레이엄은 여성성은 사회적 스톡홀름 증후군이라고 일컬었다.

 

여자는 남자와는 달리 여성성을 선택할 위치에 있지 않다. 여성성은 강요되는 것이며, 여자의 낮은 지위를 나타내는 표식이기도 하다. 여자들에게 여성성은 섹스 장난감이 아니라 몸과 감정, 인생까지도 규정하는 규칙이다.

 

  쉴라는 이러한 서구의 미용관습, 여성들이 일상적으로 행하는 미용관습 역시도 유해한문화 관습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UN은 여성 성기 훼손(FGM), 여자에 대한 강제 음식 주입, 조혼, 남아 선호, 여야 영아 살해, 미성년 임신, 지참금 등 여성에게 가해지는 차별과 폭력을 철폐하기 위한 유해 문화 관습을 지정하고 있는데 FGM은 서구에서도 이루어지고 있지만 중동과 아프리카의 FGM는 다르게 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어쩌면 서구에 관습을 만들어내는 문화가 있다는 개념 자체가 낯설게만 느껴져서일지 모르겠다. 보통 서구의 유해 관습은 소비자의 선택’, 아니면 과학의학’, 그것도 아니면 패션이 발생시키는 것이 아니라며 정당화된다. 관습이 아니라 시장의 법칙이라는 것이다. 문화는 비서구에만 존재하는 수구적인 무언가라면, 서구에는 그 대신 과학과 시장이 있다는 식이다.

 

  미용관습이 선택인가?’에 관한 페미니즘의 시각이 나뉘는 지점이 여기이다. 선택이라 주장하는 근거는 화장과 제모하지 않기, 다이어트나 몸매 관리는 생명의 위협을 받지 않기에 선택이며 강요된 부분이 없다는 것이다. 반면에 앞서 제시했듯 여성이 미용관습을 거부하면 분노와 조롱을 부르며” “도덕 같은 성질을 띤다는 점, 다이어트가 건강에 피해를 주고 죽음까지도 낳기도 한다는 점은 강요사회적 압력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 책에서 내가 주목한 것은 이것이다. 미용관습에 관한 시각에 서구중심주의, 국가간 권력 관계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중동이나 아프리카에서 행해지는 관습에 관해어느 정도 고유한 문화라고 인식하면서도미개하다는 시선으로 보고 있다. 어째서 서구가 행하는 것은 세련된문화이고 사업이 되는가. 왜 흑인 여성에게 여성성은 백인 여성처럼 되기가 되어야 하는가. 왜 중국 전족 문화는 여성 억압하는 문화로 문제시되고 서구의 하이힐 문화는 그렇지 않은가. 어느 나라의 문화적 상황보다 자본이 개입된 산업이라는 명목에서 여성성은 더더욱 도구적이고 상품으로 위치하고 있지 않은가.

  유해 미용 관습이 없어진 세계가 올 수 있을까. 쉴라는 미용관습의 유엔 유해 문화 관습 지정이 그 시작이 되리라 보는 듯하다. 미용관습에 적용될 존엄성dignity’은 문화적 차이에 의해, 자본의 차이에 의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인간 존재 자체의 존엄과 자유를 위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하여 여자가 얻게 될 육체적, 정신적 자유를 위해서라면 투쟁할 가치가 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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