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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 20일 10시 47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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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ko.depositphotos.com/63572391/stock-photo-i-love-my-family-note.html

 

글을 쓰는 건 쉽지 않습니다. 변경연의 연구원이 되어 매주 한 편의 칼럼을 써야할 때, 글을 쓰는 게 너무 어려워 마감 전날마다 밤잠을 설쳤습니다. 2년이 넘게 마음편지를 쓰고 있는 지금은 좀 나아졌을까요? 여전히 글쓰기는 부담스럽고 뭘 쓸 지 고민하다 매번 마감시간을 넘겨 버리기 일쑤입니다. 오늘처럼 말이지요. ^^


우리말로 글을 쓰는 것도 힘이 드는데 외국어로 글을 쓰는 건 더 말할 것도 없겠지요. 아이들에게 영어로 가족에 대해서 글을 쓰라고 하자 꽤나 난감한 표정이었습니다. 그동안 영어를 제대로 공부한 적이 없었던 지훈이는 물론 많이 했던 혜성이에게도 쉽지 않은 과제였나 봅니다. ‘가족에 대해 쓸 말이 없다부터 시작해서 가족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다까지 다양한 핑계가 나왔지만 일단 써 보라고 했습니다.

다음 시간에 아이들은 숙제를 해서 가져왔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둘의 글은 고칠 부분이 많았지요. 혜성이는 어순과 문장 구조 등 기본은 잘 알고 있는 듯 제대로 된 문장을 만들어 왔습니다. 하지만 주어와 동사의 일치, 관사 사용 등은 익숙하지 않은 듯 해서 틀린 부분들을 고쳐주었습니다. 지훈이는 음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 지 모르겠더군요. 온라인 사전과 번역기의 도움을 받아서 했다고 하는데요. 말 그대로 엉망진창이라 고치다 보면 아예 새로운 문장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모든 문장을 거의 새롭게 만들다 보니 지훈이의 기분이 안 좋아지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초등학생이라 할지라도 자신이 쓴 글이 난도질 되는 걸 보면 자존심이 상할 법도 하지요. 더구나 가장 친한 친구 앞에서라면 말입니다.

나의 방법이 잘못 되었나? 쓰기는 나중에 할까?’ 고민이 되었습니다. 지훈이의 감정을 달래주기 위해 글을 쓰며 좋았던 점은 없었는 지 물어봤습니다.

아빠랑 얘기를 많이 했고, 엄마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게 됐어요.”

아빠가 직장에 다니는 건 알고 있지만 어떤 일을 하는지는 잘 몰랐다고 합니다. 지훈이는 아빠에 대해 글을 쓰기 위해 아빠와 많은 시간 이야기를 나누었고 아빠가 하는 일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다고 하네요. 지훈이의 엄마는 그 때 오랫동안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새로운 일을 시작했습니다. 본인의 천직을 찾아 시작한 일이었지만 아이의 눈에는 엄마가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알 수 없었나 봅니다. 그동안 물어 볼 기회가 없다가 이번에 물어봤다고 합니다. 지훈이의 엄마는 아들이 자신이 하는 일에 관심을 보이자 기뻐하며 자세히 말해줬습니다. 지훈이가 엄마가 하는 일을 진짜로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지훈이의 엄마에 대한 글은 다음 문장으로 끝이 났습니다.

“I’m proud of my mom.”

 

글을 쓰는 걸로 영어 공부를 하기로 했을 때 처음에 기대했던 효과는 혜성이에게서 정확하게 보여졌습니다. 학원을 다니며 읽기와 단어, 문법을 공부했지만 실제로 사용을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쓰기를 하려면 먼저 많이 읽어서 문장 구조와 영어식 표현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단어, 문법을 모두 잘 알아야 제대로 할 수 있기 때문에 가장 바람직한 교육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혜성이의 경우가 그랬지요. 그런데 지훈이의 케이스는 예상하지 못했던 뜻밖의 결과였습니다. 영어 공부를 하면서 가족과 대화가 많아지고 가족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습니다. 엄마의 일에 관심도 없던 아이가 엄마를 자랑스럽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저의 방법이 잘못되지 않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 모두에게 험난한 길이 되겠지만 계속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이번주도 즐거운 한 주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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