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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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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 30일 23시 51분 등록
안녕하세요. 9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한 주 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요? 
 
이번 주 편지는 지난 주 ‘명절에 시댁에 가지 않습니다, 열세 번째 이야기’에 이어서 쓰겠습니다. “어떻게 하면 ‘친정 엄마’를 바꿀 수 있을까요?”로 시작된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책도 읽고 상담사 친구도 만났습니다. 속 시원한 해답을 얻진 못했지만, 일주일간 마음을 다해 고민한 내용을 나누겠습니다. 먼저, 질문 내용을 다시 한 번 소개할게요.    

질문자: 엄마는 평생 “여자가 감히...”라면서 성역할을 강조하셨어요. 자매들은 불만이 많았지만 엄마 말씀을 들었어요. 지금은 엄마가 할머니가 되고 자매들도 나이가 들어서 이제는 그만 좀 하시라고 말도 할 수 있게 됐어요.
김정은: 변화가 있으신가요?
질문자: 엄마는 딸들 말을 듣지 않으세요. 아버지나 오빠 말만 들으시죠.
김정은: 그럼, 오빠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어떨까요?
질문자: 오빠는 아버지 세대와 다를 바가 없어요.
김정은: 어머니께 친한 친구가 있나요? 어머니 또래 친구 분들의 변화를 목격하면 생각이 달라지지 않을까요?
질문자: 평생 종갓집 맏며느리로 집안일을 하시느라 친구 하나 사귀지 못하셨어요.
김정은: 요즘엔 TV나 신문에서 페미니즘 특집 프로그램을 하기도 하는데, 이런 매체를 활용하면 어떨까요?
질문자: 집안일 하시느라 TV나 신문을 볼 시간이 없으세요. 책을 보시는 분도 아니고요.
김정은: 1남 5녀라고 하셨는데, 자매들이 힘을 모으면 어떨까요? 어머니 모시고 여성들끼리만 여행을 간다거나...
질문자: 자매들이 노력해도 오빠나 아버지 말씀이 아니면 귀를 닫으세요. 언니들은 모르겠지만 전 엄마를 존경해요. 평생 성실하게 사셨으니까요. 그래서 더 속상합니다.
김정은: 요즘에는 인생 2막을 멋지게 사시는 할머니들이 많은데요. 어머니도 꼭 그 대열에 합류하시면 좋겠습니다.
질문자: 하루아침에 엄마가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단계적인 처방이 필요해요. 

외부 체계가 달라졌음에도 우리의 신념 체계는 변하지 않았다. 각자 내면세계에는 낡은 가부장제의 규칙과 가치를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내면 가부장이 존재한다. 우리 어머니들이 가르쳐준 규칙과 가치 말이다. 내면 가부장은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우리를 통제한다. 인생의 경계 너머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우리는 내면 가부장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기 십상이다. 무의식의 그림자로 우리를 통제하므로, 나는 내면 가부장을 ‘그림자 왕(The Shadow King)’이라고도 부른다. (<내 안의 가부장> 19쪽)

어머니의 자발적인 변화를 유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를 생각하다가 ‘여성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 보이지 않는 힘’이라는 부제를 단 <내 안의 가부장>이라는 책을 발견했습니다. 지난 수천 년간 가부장제가 지속되면서, 우리 내부에 존재하는 ‘내면 가부장’이 가부장제의 전통과 가치, 규칙 등을 따르도록 종용한다고 심리학 박사 시드라 스톤은 그의 저서 <내 안에 가부장>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세상은 변했지만 내면 가부장은 여전히 우리 대부분의 내면에 구시대의 아버지로 자리 잡아, 그의 의견과 규칙, 기대에 따르며 그의 딸로 살아가게 하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고 말입니다. 

  
 내면 가부장은 법과 질서에 신경을 쓴다. 그는 명확하게 정의된 젠더 역할을 지지한다. 전통적 기준에 따라 남자는 남자답고 여자는 여자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성적 자질을 지닌 남성이나 남성적 자질을 지닌 여성을 존중하지 않는다. 그의 체계 안에는 다음과 같은 ‘진퇴양난’의 상황이 존재한다. ① 여자는 여자다워야 한다. ② 여자가 여자답지 않다면 여성으로서 실패작이다. ③ 여자다운 여자는 남자보다 열등하다. 전통적인 여성적 특성이 전통적인 남성적 특성보다 열등하기 때문이다. (<내 안의 가부장> 55쪽)


내면 가부장의 지배를 벗어나기 위해 먼저 내면 가부장의 존재를 인식해야 할 겁니다. 그런 다음,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발달시켜야 할 것입니다. <내 안의 가부장>의 역자이자 상담사인 백윤영미는 이 책의 옮긴이의 말에서 ‘여성 정체성 발달 4 단계’를 소개합니다.

첫 번째 단계는 젠더 역할과 차별을 잘 인식하지 못한 체 전통의 역할이 이익이라고 믿으며 남성이 우월하다고 여기는 ‘모름’ 단계다. 두 번째 ‘눈뜸’ 단계에서는 여성이 자신에 대한 성적 억압을 깨닫고 분노하여 가부장적 권력 구조와 협력한 자신의 역할에 죄책감을 느낀다. 이 단계의 여성은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는 동시에 정신적인 여과 장치를 가지고 모든 남성을 적으로 보거나 과소평가하면서 젠더를 양극화하기 쉽다. (...) 세 번째 ‘새겨둠’ 단계는 점차 여성 자아의 가치를 인정하며 유연하고 긍정적인 여성주의 정체성에 이른다. 양극화된 입장에서 벗어나 자신을 새 인격으로 재구성하기 시작하는데, 이 책은 바로 이 단계 여성들의 내적 성숙과 통합에 기여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참여’ 단계에 이른 여성은 자신의 권리와 성역할 초월을 지지하는 미래 창조에 기여한다. (<내 안의 가부장> 10~11쪽)  
  
시드라 스톤은 책에서 내면 가부장의 목소리를 알아차리는 방식을 소개합니다. 내면 가부장을 배제하고 외면하기보다 내면 가부장과 손잡고 협력하기를 제안합니다. 궁극적으로 길들지 않은 나만의 여성성을 찾아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도록 돕습니다.  
  
내면 가부장 인식 -> 여성 정체성 발달 ->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기

일단 위와 같이 큰 그림을 그렸습니다. 일상에서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알고 싶어서 상담사 친구를 찾아갔습니다. 상담사 친구와 나눈 이야기는 다음 주 ‘명절에 시댁에 가지 않습니다, 열다섯 번째 이야기’에서 들려드리겠습니다. 

김정은(toniek@naver.com)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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