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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8일 22시 01분 등록
창조적인 글을 써 본 사람은 마음을 열고 자신에게 복종하노라면 써야 할 것이 스스로 말을 하면서 자기 스스로를 만들어 나간다는 것을 안다 - 조지프 캠벨


독일의 대문호 마틴 발저는 "우리는 우리가 읽은 것으로부터 만들어진다" 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독서의 중요성을 말한 것이지만, '읽은 것'이라는 단어는 책이 아닌 세상으로도 대체 가능합니다. 세상에 대한 해석이 곧 우리 자신인 거지요. 이와 같은 세상에 대한 스스로의 여러 다양한 해석들이 삶의 방향을 결정해줍니다. 그런데 이 삶의 해석들이란 것들이 실상은 불분명하거나  잘못 인지하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과거 어떤 결정을 했던 배경을 생각해보면, 왜 그런 결정을 내렸었는지 본인도 의아한 경우가 있는 거지요.

우리는 '읽음'으로써 우리 자신을 만들지만, '씀'으로써 더 큰 자신을 만들 수 있습니다. 여기서 쓴다는 것은 비단 글쓰기만을 말하지 않습니다. 물론 저의 경우 글쓰기를 이야기하는 것이지만요. 학창시절 글쓰기와는 거리가 멀었던 제가 졸필이지만 책이라도 한권 내고 작가의 길을 걷고 있는 이유는 어느날 제 자신을 찾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절실하게 말입니다. 세상사가 힘들어지니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생각하는 것을 그림으로 표현하면 화가, 조각으로 만들면 조각가, 로켓으로 만들면 과학자, 발명가가 되겠지요. 저는 손재주도 없고, 머리도 과학자가 될만큼 비상하지 않습니다. 제가 생각한 것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 오로지 글쓰기밖에 없었습니다. 나를 찾기 위해 글쓰기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혼자만 볼 수 있는 노트며 일기장에다 쓰기 시작했죠. 그러다가 블로그같은 드러내는 글쓰기로 간거죠.  글이라는 것이 내부용과 외부용이 다릅니다. 내부용 글쓰기는 고착화되고 편향되기 쉽습니다. 내부용 글쓰기의 한계는 글이 스스로 발전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 있습니다. 글이라는 것도 밖으로 드러나야 생명력을 얻게 되거든요.  원래 문자라는 것의 태생적 용도가 그렇듯 말입니다.

쓰여지는 글이라는 것은 단순히 결과에 불과합니다. 쓰기 위해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생각하기 위해 저는 글을 씁니다. 글을 쓰다보면 생각이 모아지고 정리됩니다. 무엇이 부족한지도 깨닫게 됩니다. 응집과 분출을 반복하면서 두터운 먼지에 쌓였던 무엇인가가 드러나기도 합니다. 쇼펜하우어는 그의 책 <문장론>에서 두 가지 저술의 유형을 말한 바 있습니다. 그 두 가지는 사물의 본질을 밝혀내기 위해 글을 쓰는 것과 무엇인가를 쓰기 위해 사물을 관찰하는 것입니다. 전자가 글을 쓰면서 사상을 만들어간다면, 후자는 생각을 글로 옮기는 거죠. 사실 생각이 먼저인지 글이 먼저인지는 닭과 달걀의 관계와 다를 바 없겠습니다만 어느쪽에 더 가치를 두느냐에 따라 유형은 구분될 수 있는 것이죠. '나를 찾는 방법으로써의 글쓰기'는  전자에 가깝습니다.  전자와 후자를 확실히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합니다.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지, 아니면 '글을 썼다는 것'을 좋아하는지 솔직히 따져 보면 됩니다.

글을 쓰고 생각한다는 것은 결국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를 탐구하는 것입니다. 어떤 주제에 대해 쓰던지간에 그 길의 끝에는 바로 '내'가 있습니다. 글을 쓰기 전에는 어떤 무엇에 대해 제 생각이 정립되어 있고 어떠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고 믿곤 합니다. 하지만 펜을 들고, 노트북을 열고 그것에 대한 글을 쓰게 되면 얼마나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 모호했으며, 내 생각이라고 믿었던 것이 결국 타인의 사고였음을 종종 깨닫곤 합니다. 세계적인 소설가인 무라카미 하루키는 무엇이든 끝까지 파고들면 결국 자기 자신에게 닿기 마련이라고 말합니다. 굴튀김에 대해 쓰건, 새우 크로켓에 대해 쓰건 결국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으로 귀착되기 마련이라는 거지요. 예를 들어 좋아하는 책을 읽고 그 감흥을 글로 남기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똑같은 책이라 하더라도 읽는 사람이 누구인지 그리고 그 사람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에 따라 그 해석과 감흥은 달라집니다. 또한 똑같은 책에 대해 같은 사람이 매해 독후감을 쓴다고 해도 쓰여진 글이 매년 똑같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인생 경험이 풍부할수록 바라보고 있는 것에서 더 큰 가치를 찾고 밝게 빛나고 있는 자기 자신을 조우할 기회는 커지게 됩니다. 

때로는 글을 쓰는 것에 회의에 빠지기도 합니다. 마냥 좋고 재미있기만 한 건 아닙니다. 만사가 생각대로 잘 안 풀릴 때는 특히 더 그렇죠. 재미있는 것과 유혹이 넘쳐나는 세상에 자신에게 온전히 침잠하기는 너무 어려운 현실입니다. 그래도 그 길이 제가 가야 할 길임을 느낍니다. 여러분은 지금 자기 자신에게로 가는 길 위에 서 있나요? 그렇다면 길의 어디쯤에 이르렀는지, 그 길의 풍경은 어떠한지 궁금해지네요. 이제 겨울도 끝자락인듯 합니다. 코로나도 끝자락이길 바래보며 모두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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