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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24일 20시 14분 등록



지난 21, 드디어 2019년의 보졸레 누보가 선을 보였습니다. 올해 보졸레 지역은 6월 중순부터 40도를 넘으며 이상 고온 현상이 있었다고 합니다. 무더위 속에서 사람도 포도도 모두 힘들었겠지만 이런 어려움을 겪은 포도로 만든 와인은 맛이 뛰어난 훌륭한 와인이 됩니다. 비옥한 땅, 시원한 그늘 처럼 너무 편한 환경에서 자란 포도로는 좋은 와인을 만들 수 없는 걸 보면 와인이나 사람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겨울에 만난 봄, 여름, 가을, 겨울

19891. 대학입시 만큼이나 치열했던 고등학교 입시를 마치고, 한 달 정도 남은 겨울 방학을 무료하게 보내고 있었습니다. 학원을 다니며 고등학교 수학이나 영어를 선행 학습하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저는 고등학생이 되기 전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유를 즐기고 싶었지요. 보다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아랫목에 딱 붙어 누워 있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변하나 봐. 그래 나도 변했으니까.

모두 변해가는 모습에 나도 따라 변하겠지. <중략>

이리로 가는걸까, 저리로 가는걸까.

어디로 향해 가는건지 난 알 수 없지만

세월 흘러가면 변해가는 건 어리기 때문이야.”


라디오에서 한번도 못 들어봤던 종류의 노래가 흘러 나왔습니다. 대중가요에 사랑이나 이별이란 말이 안 들어갔던 것도 신선했지만, 느리면서도 발라드가 아닌 것 같은 노래는 처음이었습니다. 빠르고 신나면 댄스 음악, 느리면 발라드, 즉 슬픈 사랑 노래인 줄만 알았던 열 네 살 소녀에게 사람들은 너도 나도 모두 변한다고 말하는 그 노래는 느리면서도 슬프지는 않고, 그렇다고 신나지도 않은 좀 이상한 노래였습니다. 그런데 그 이상한 노래가 귀에 꽂혔습니다. 몇 번 더 라디오에서 듣고 나서야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밴드가 부르는 사람들은 모두 변하나 봐라는 제목의 노래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은 보컬이자 기타리스트인 김종진과 드러머 전태관으로 구성된 2인조 밴드입니다. 열 네 살 소녀의 마음을 흔들었던 사람들은 모두 변하나 봐19886월에 발매한 1집 앨범 <봄 여름 가을 겨울>에 수록된 곡이었지요. 몇 주 뒤에 친구를 졸라 생일 선물로 받아낸 그 앨범에는 가사가 있는 노래 외에도 항상 기뻐하는 사람들과 같은 연주곡도 세곡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그런 경우가 드물었기에 화제가 되었지요. 또 한가지 특이했던 건 보컬 겸 기타리스트와 드러머, 단 두명으로 구성된 밴드라는 점이었는데요, 저는 그 두 명 중에서도 드러머에게 더 눈길이 갔습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인공이고 싶지만 현실은 늘 2등이거나 조연 밖에 못 된다고 생각했었나 봅니다. 저는 금메달리스트 보다는 은메달을 딴 선수를 더 응원했고, 앞에서 빛나는 사람보다는 뒤에서 잘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더 좋아했습니다.

그해 가을에 <봄 여름 가을 겨울 2>가 나왔고, 여기에 실린 어떤이의 꿈’, ‘열일곱 그리고 스물넷등이 인기를 끌면서 밴드 봄 여름 가을 겨울대중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밴드가 되었습니다. 어쩐지 나만 알고 있던 밴드에서 모두가 아는 밴드가 되었다는 아쉬움이 컸네요. 하지만 팬심을 공유할 친구가 많아졌다는 즐거움도 그만큼 컸습니다. 고등학생 때는 오후 수업을 빠지면서 라디오 공개방송을 보러 가거나 콘서트에 가기도 했었는데, 웬일인지 성인이 된 후로 오히려 한번도 콘서트를 안 갔습니다. 역시 사람들은 모두 변하고, 저도 그렇게 변했던 모양입니다. 2002년부터는 외국에 살게 되면서 한국 연예계 소식에도 어두워져서 그해에 브라보 마이 라이프라는 노래로 전세대적으로 대박을 쳤다는 것도 몰랐습니다.


와인과 음악이 있는 콘서트

7년만에 한국에 돌아온 가을에 우연히도 그들의 콘서트 소식을 들었습니다. 바로 이틀 뒤 공연이었는데, 다행히도 표를 구할 수 있었지요. 그런데 콘서트장이 이상했습니다. 세종문화회관 같은 전문 공연장도 아니고 소극장도 아니고 그렇다고 체육관도 아닌, 청담동에 있는 어느 카페라고 했습니다. 그러고보니 공연 테마도 와인 콘서트라고 하네요. 의구심과 호기심을 잔뜩 품고 도착한 곳은 정말로 그냥 브런치 카페였습니다. 일반 카페보다는 조금 넓은 정도였는데, 중간에 몇 개의 테이블을 치우고 무대를 세팅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이 공연을 한다고??? 왠지 사기라도 당한 듯한 기분이었지요. 그런데 어느새 한쪽 구석에 와인과 치즈, 크래커 등 약간의 음식이 놓여지고 익숙한 연주가 흘렀습니다. 그리고 그날의 주인공들이 등장했습니다. 정말 말도 안 되게, 그 작은 공간에서 4~50명 정도의 사람들을 위한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관객석이 따로 없어서 모두가 무대 쪽에 모여 스탠딩으로 공연을 감상했습니다. 그러다 잠깐 쉬면서 와인을 마시고, 또 신나는 노래가 연주되면 다시 무대 근처로 모여 함께 노래 부르며 춤도 추고인기 밴드의 콘서트가 아니라 프라이빗 파티에 밴드를 불러 연주를 듣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아니 친구들과 모여 와인 마시고 연주 감상하며 밤새 노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술기운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암튼 가수와 관객이 모두 살짝 취해서 어울려 노는 다소 파격적인 공연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그들은 2004년부터 해마다 11월에 와인 콘서트를 열고 있었습니다. 때로는 작은 카페나 클럽에서 격식없이 소박한 공연으로, 때로는 호텔 연회장 같은 곳에서 격식을 갖춘 와인 파티처럼 열기도 했습니다. 본인들이 좋아하는 와인과 같이 먹으면 좋은 음식도 직접 선택했다고 하네요. 2009년의 파격적이었던 콘서트에 반해서 그 이후로 해마다 11월에는 그들의 와인 콘서트에 갔습니다. 공연 자체에 대한 설렘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어떤 컨셉으로 공연을 할지 기대도 컸습니다. 하지만 2014년 공연을 마지막으로 그들은 더 이상 와인 콘서트를 하지 않았습니다. 드러머인 전태관이 암투병으로 드럼 연주를 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20181227일 안타깝게도 세상을 떠났습니다. 한 때 드럼치는 남자가 이상형이었을 정도로 저의 소녀 시절의 우상(idol)이었던 분인지라 마치 아는 오빠가 그렇게 된 것처럼 마음이 아팠네요.


봄여름가을겨울_전태관.jpg

출처: https://entertain.naver.com/read?oid=015&aid=0004069253


한쪽 기둥이 사라진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유지될 수 있을까요?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전태관은 생전에 자신이 없어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이 활동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다른 한쪽 기둥인 김종진은 20191~2월에 소극장에서 와인 콘서트를 포함한 30주년 공연을 했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와인 콘서트가 사라진 11. 이제 가슴이 뛸 정도로 설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11월에는 보졸레 누보가 있습니다. 올해는 40도의 고온을 견딘 포도 만큼이나 저도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요. 역경을 이겨내고 맛있는 보졸레 누보를 만들어 낸 것처럼 저도 한층 성장하는 계기로 만들어야겠습니다.

이번주도 건강하고 맛있는 한주 보내세요~^^



참고문헌

<잘 먹고 잘 사는 법 97, 와인> 김국, 김영사, 2007

<와인&커피 용어해설> 허용덕, 허경택, 백산출판사, 2009

Georges Duboeuf: https://en.wikipedia.org/wiki/Georges_Duboeuf

Hameau Duboeuf: https://www.hameauduvin.com/anglais/index-en.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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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bhgoo.com/2011/857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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