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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 7일 16시 07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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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버튼을 만나고 왔습니다!


황금같은 삼일 간의 연휴 중 첫날을 워크샵으로 보내고, 종일 늘어질 수 있는 첫날을 맞아 소파에 드러누워 TV를 켰는데 마침 일요일 킬링타임의 정석인 ‘출발!비디오여행’이 방영되고 있었어요. “에헤라디야~” 콧노래를 부르며 아침밥도 귀찮다고 떡이랑 물 한잔을 앞에 놓고 본격 눕방을 시작했는데 오잉! 최애 감독인 팀 버튼님께서 어색한 영어로 열심히 질문을 던지는 한국기자와 마주앉아 인터뷰를 하고 계시더라고요. 

새 작품 이야기는 없었는데 이게 어인 행차이신지. 알고 보니 십년 만에 다시 한국에서 본인의 작품들로 전시를 하게 된 김에 최애 K-푸드 빈대떡과 막걸리도 다시 한번 맛볼 겸 내한하셨는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다시 한국의 맛을 제대로 느껴볼 생각에 설렌다는 팀 버튼 감독을 보며 제 맘도 설렜습니다. 지난 전시를 바빠서 못 가본 게 억울해 땅을 치며 후회했던지라, 제 몸은 이미 분연히 일어나 외출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그간 밀린 집안일을 하며 늘어져 있을 계획이었으나 그까짓 밀린 설겆이와 청소는 내일의 저에게 맡기면 될 일인 것을요. 인터뷰 장면이 끝나자마자 해가 중천에 뜨도록 퍼져 주무시던 아들을 등짝스매싱으로 일으켜세우고 바로 동대문 DDP로 출발했습니다. 

그렇게 가는 길이 즐겁도록 동네커피집에서 맛있는 커피도 한 잔 테이크아웃해서 운전석 옆 컵홀더에 장착을 하고, 팀 버튼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덕후 큰 아들녀석과 데이트를 겸한 즐거운 드라이브에 나섰습니다. 음악을 공부하는 녀석이라 단거리든 장거리든 저희집 드라이브는 녀석의 디제잉을 빼놓을 수 없지요. 아들들이 어릴 땐 제 취향대로 셀렉되던 음악들이 이제는 엄마의 음악세계를 한참 넘어선 녀석들의 새로운 플레이리스트로 확장되는 것도 제겐 더없는 발견의 기쁨입니다. 

사십분의 디제잉과 드라이브가 끝나니 전시회 장소에 도착했어요. 입장까지 한 시간이 걸린다는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드넓은 DDP 공간을 어슬렁 산책도 하고 오밀조밀한 디자인 소품샵도 구경했지요. 그리고 마침내 영접한 팀 버튼님의 세계는 예상보다 더 괴상하고 우스꽝스럽고 오싹하고 귀엽고 하여간 모든 게 너무 멋지게 뒤죽박죽이었습니다! 저는 장르물을 엄청 좋아해요. 특히 호러와 코미디, SF, 다양한 상징이 등장하는 판타지류를 다 좋아하는데 팀 버튼은 이 모든 장르를 뒤섞어 자신만의 기괴하고 사랑스런 세계를 창조해낼 뿐 아니라 대중의 마음까지 사로잡는데 성공한 천재가 아닌가 싶어요.

가위손, 비틀쥬스, 화성침공, 에드우드, 배트맨 1&2, 빅피쉬, 슬리피할로우, 스위니토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까지 이 냥반의 거의 모든 작품을 무척 재밌게 보았는데, 그 중 제 원픽, 아니 투픽은 화성침공과 에드우드입니다. 앗, 거기에 슬리피할로우까지 삼종세트해야겠어요. 셋 다 너무너무 제 취향이라 뭐가 더 좋다고 말하기가 힘들거든요.  

이번 전시에는 저의 삼종셋트 최애작들을 포함 그간 영화화된 작품의 기초가 된 그의 스케치와 유화작품, 정교한 조형작품과 짧은 단편 애니메이션들이 시기별, 작품별로 망라되어 있어서 수십년에 걸쳐 그의 전작을 따라다닌 저 같은 팬들에게는 무척 흥미로운 전시였습니다. 작품마다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는 그의 손끝에서 작은 스케치로 시작해 거대한 블록버스터로 현실화되는 과정을 엿볼 수 있는데다, 가위손 같은 기괴하고 아름다운 캐릭터가 실은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는 외롭고 서툰 소년 팀 버튼의 어린 시절에서 잉태되었다는 사실도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사람들에 치여 컨베이어 벨트에 실려가듯 정신없는 관람이었는데도, 창작의 소소한 시작과 그 창대한 결과물을 직접 확인하고 그 과정을 상상할 수 있게 해주어서 저와 아들에게는 너무 흡족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번 연휴는 이렇게 전시회 관람이라는 우아한 덕질에다 간만에 아들과 데이트까지 즐거운 시간을 보내서인지, 3일이라는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네요. 늘 티격태격,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세계관과 행동을 보면 누구 닮아서 저런가 싶은 자식들과도 이렇게 덕질로 대동단결! 함께 좋아하는 감독의 작품을 만나고 온 것으로 또 공유할 즐거운 추억거리가 생겼습니다.

그럼 오늘은 전시회를 보러가는 길을 즐겁게 해줬던 모이다밴드의 ‘초컬릿 드라이브’를 띄우며 이 편지를 마치렵니다. 초컬릿만큼 달콤하고 설레는 외출길을 만들어 줄 곡이니 꼭 드라이브하면서 들어보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8lKXlu2tu6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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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s go~



IP *.240.33.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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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09 23:42:27 *.169.227.25

어쩌면 우리가 누군가와 더불어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상대의 모든 면이 마음에 들어서가 아니라 한 두 가지의 깊이 교감하는 부분을 통해서 나머지를 이해하며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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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24 13:34:53 *.166.254.112

공감합니다. 하나라도 통하는 그 부분을 잡고 의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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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20 11:06:05 *.181.106.109

종종님은 정말 취향이 확고하신듯 합니다 ㅎㅎㅎ 덕분에 이런 좋은 컨텐츠들로 글을 쓰시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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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24 13:36:38 *.166.254.112

취향이 확고하게 다양하달까요....^^; 하나만 깊이 파고들어야 전문가라는데, 저는 좋은 게 너무 많아서 어느 하나에만 파고드는 건 불가능...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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