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스민 문학] - 팟캐스트 문학 이야기 (2)

안녕하세요? 마음편지 가족 여러분. 혹시 여러분들 우리 변화경영연구소에서 '팟캐스트'를 운영 하는 것 다들 알고 계시지요? 사실, 저희 변화경영연구소 모든 가족 분들께서는 저희 모두의 배경이 다양해서 늘 하나의 구심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셨을 것입니다. 각자의 기호와 성향, 그리고 관심사가 다양하다 보니, 가끔 오프라인 모임을 가셨을 때 본인이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방황(?)하셨던 경험, 아마 다들 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던 중, 올해 초부터 운영진 여러분들을 중심으로 팟캐스트를 준비한다는 말씀을 들었고, 이제 거의 일년 간 진행을 했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번 주에는 저도 팟캐스트의 게스트로 참여하게 되는 영광을 얻게 되었습니다.

지난번 말씀드린 대로, 저는 그동안 제 책을 가지고 몇 번 다른 매체에서 인터뷰를 했기에 그다지 준비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방송 대본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일단, 압도적인 대본 분량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이제껏 방송을 할 상황에서 대체로 일반적인 가이드만을 주거나 아니면, 질문에 대한 몇 가지 방향성을 설정해놓고 방송을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변경연 팟캐스트 대본은 각 질문과 답변이 빼곡히 적혀있었습니다. 모르는 부분은 ‘분량 채울것! 이라는 친절한 설명도 달려있었고요. 이에 저는 무엇보다도 제 책 <파산수업>을 말 그대로 ‘통독’ 하셨구나, 라는 생각에 마음이 뿌듯해졌습니다.

또 한 가지는, 제가 소개한 책들에 대해서 이제껏 들어보지 않은 신선한 질문들 때문이었습니다. 제 책에서 소개한 22권의 문학작품들 중에는, 카프카의 <변신>이나 생덱쥐페리의 <어린왕자>와 같은 비교적 잘 알려진 작품도 있었으나, 하인리히 뵐의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나 페터 한트케의 <소망없는 불행> 과 같은 낯선 작품들도 있었습니다. 다른 방송에서는 <안데르센 동화>와 같이 잘 알려진 책들에 대해서는 많은 질문들을 받은 터라, 대충 대로 답변을 하면 되겠구나, 라고 생각했던 것도 사실이었거든요. 이게 웬걸요, 전혀 아니다 싶었습니다.

덕분에 저 자신도 책을 썼을 때로 되돌아가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방송을 준비했던 일요일 자정이 넘은 시각까지 제 책을 다시 찬찬히 읽어보며 그 당시를 회고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진행된 팟캐스트 녹음!

잘 아시다시피 동대문 김사장님, 뚱냥이님, 그리고 류님께서 함께 자리를 해주셨습니다. 이 분들 전부다 현업에 종사하고 계시는 분들이라, 월요일 저녁에 지친 몸을 이끌고 홍대근처 스튜디오까지 오셨습니다. 저야 이번 녹음 때문에 처음 가는 길이지만, 매주 녹음을 하시는 팟캐스트 팀들에게는 분명히 커다란 일이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43회와 44회 방송을 녹음을 한번에 1-2부로 나누어 진행 했습니다. 일 년 동안, 22분을 인터뷰하시면서, 그들이 쓴 책들을 소개하면서, 분명히 저보다 더 많은 분량의 원고를 작성하셨을 것입니다. 순전히 자발적으로 힘차게 참여하시는 그들의 모습에 진한 박수를 보냅니다.

저는 이분들의 열정을 보며, 인터뷰 내내 만들어내는 한 사람에 대한, 한 작가에 대한, 그리고 한 인간에 대한 존경과 탐색의 과정들이 하나의 멋진 문학과도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 사람이 태어나 작가로 성장하기까지의 이야기에 함께 눈물 흘려주고, 그들이 작가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결정적인 터닝 포인트에서는 함께 공감했고, 불끈 손을 잡아주기도 하였으며, 방송 중에는 서로 눈빛을 교류하면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그 어떤 문학작품보다도 즐겁고 신선했습니다.

녹음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무엇보다 이 팟캐스트를 통해 많은 분들과 교감을 할 수 있게 되겠지, 라는 희망 이전에, 무언가를 바라지 않고, 그저 좋아서 이 방송을 위해 한 땀 한 땀의 보이지 않는 노력을 기울이는 팟캐스트 팀들에 대한 감사의 기도가 절로 나왔습니다.

방송 중 말씀드리기도 했던 퀸(Qeen)의 보헤미안 랩소디를 흥얼거리자 겨울의 바람이 그 어느 때보다 향긋하게 느껴졌습니다. 팟캐스트를 진행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말씀 전합니다.

정재엽 (j.chung@hanail.net) 드림 

P.S.  

지난 4년동안 매주 화요일에 함께 마음편지를 보내주셨던 차칸양 양재우 선생님께 진한 감사 인사와 아쉬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