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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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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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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7월 6일 06시 55분 등록

새벽 글을 쓴 다음 아침에 잠시 거리를 산책했습니다. 보통은 내 생각에 빠져 주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지 모르고 걷기도 하지만 가끔 심심하면 지나가는 사람들을 유심히 바라보기도 합니다. 그때는 내 앞을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의 표정과 걸음걸이와 옷매무새와 특별한 동작이 눈에 띄게 마련입니다. 그러면 거리는 갑자기 재미있는 공연장으로 변합니다. 그 사람들을 통해 나는 몇 가지 나를 위한 조언을 하게 됩니다.

* 걸을 때 인상 쓰고 걷지 마라. 불행해 보인다. 어쩌면 불행은 이렇게 거리를 떠돌다 자신의 얼굴과 비슷한 얼굴을 가진 사람에게 달라붙는 지도 모른다. 웃도록 해라. 사람들은 즐거워서 웃기도 하지만 웃기 때문에 즐거워지는 지도 모른다. 원인과 결과는 서로의 꼬리를 물고 돌다 보니 종종 어느 것이 먼저인지 모를 때도 있다.

*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걷지 마라. 어깨와 등이 펴지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 단단한 등도 굽기 마련이다. 일부러 굽히지 마라. 누구나 자신의 짐을 등에 지고 다닌다. 등이 굽지 않도록 하라. 그래야 그 짐에 눌리지 않고 멀리 갈 수 있다.

* 어깨에 가방을 매고 뛰지 마라. 그 대신 조금 일찍 집을 나서라. 이번 버스에 목을 매지 마라. 버스를 한 대쯤 놓쳐도 가는 동안 내내 가슴 조이지 않도록 최소한 버스 한 대 만큼의 여유를 가지고 집을 나서라.

* 우연히 스치는 사람과 눈이 마주치면 외면하지마라. 웃거나 가벼운 목례도 좋겠지만 나처럼 내향적인 사람이라면 눈으로 ‘좋은 하루 되세요’라고 말해줘라. 속으로 그렇게 말하면서 그 사람을 그 만큼만 쳐다봐줘라. 눈이 착해지는 것을 느낄 것이다. 선한 눈, 그것처럼 기분 좋은 것은 없다. ( 내가 아는 사람 중에 혁재라는 젊은이가 있는 데 그는 참 선한 눈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늘 나를 기분 좋게 한다)

그 짧은 산책의 끝에서 나는 무언가를 말하며 서로 쳐다보고 웃으며 걸어오는 한 쌍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아마 함께 출근하는 맞벌이 부부인 모양입니다. 보기 좋았습니다.

문득 ‘사랑이란 바보들의 지혜이며, 지혜로운 사람들의 어리석음’이라는 사무엘 존슨의 말이 생각났습니다. 평범한 우리는 지혜와 어리석음, 그 양쪽을 오가며 사는군요. 그것이 사는 맛이군요. 오늘도 지지고 볶으며 사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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