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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5일 13시 16분 등록


마음 편지 독자님들 안녕하세요.

잠깐 쉰 것 같은데, 밖에 나오니 벌써 여름이 온 듯 날씨가 달라져 있네요. 이렇게 날씨가 따뜻해지면 프랑스 사람들은

바게트와 치즈, 와인을 들고 나가 피크닉을 즐깁니다.

오늘은 프랑스의 가장 대표적인 와인, 보르도 와인의 유래를 찾아  중세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중세 유럽 최대의 결혼 스캔들

프랑스와 영국, 두 나라의 왕비였던 사람이 있습니다. 한나라의 왕비가 되는 것도 쉽지 않은데, 유럽의 중심 프랑스와 영국의 왕비를 지낸 걸출한 여자는 누구일까요?

주인공은 아키텐(Aquitaine) 공국의 공작 기욤 10세의 딸, 엘레아노르(Eleanor d’Aquitaine: 1122~1204)입니다. 사실 엘레아노르가 살던 12세기는 국왕의 힘이 그리 컸던 때는 아닙니다. 오히려 지역을 지배하는 영주들의 힘이 훨씬 더 컸던 봉건주의 시절이었습니다. 엘레아노르의 아버지가 다스리던 아키텐 공국은 프랑스 서남부 지역, 현재의 보르도 일대와 주변의 넓은 지역이 포함된 나라로 파리 중심의 프랑스보다 세 배 이상 컸습니다. 공작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왕보다 더 큰 막강한 힘을 가진 봉건 영주였죠. 당시 프랑스의 국왕이었던 루이 6세는 아버지의 사망으로 아키텐의 주인이 된 엘레아노르와 자신의 아들을 결혼시켰습니다. 엘레아노르가 가진 막대한 영토와 힘을 프랑스 왕국에 속하게 해 왕권을 강화하려는 속셈이었죠. 그런데 결혼 1주일만에 시아버지였던 루이 6세가 사망하고 남편이 왕위에 올라 루이 7세가 됩니다. 그렇게 엘레아노르는 정략결혼을 통해 프랑스의 왕비가 되었습니다.

엘레아노르는 매우 아름다웠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미모뿐 아니라 패션감각도 뛰어났고 음주가무를 즐길 줄 아는 넘치는 끼를 지닌 여자였습니다. 반면에 루이 7세는 왕자였던 시절 성직자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았을 정도로 정숙(靜淑)’한 남자였습니다. 활달한 성격의 엘레아노르는 고결하고 여린 성격의 루이7세를 답답해 했지만, 반대로 루이 7세는 엘레아노르를 무척 사랑했다고 전해집니다.

엘레아노르.jpg

출처: https://ohfact.com/interesting-facts-about-eleanor-of-aquitaine/

 

정치적으로도 야심이 있었던 엘레아노르는 1147년 남편의 십자군 원정에 따라가기도 했는데요. 부부가 함께 했던 제2차 십자군 원정은 십자군 원정 사상 가장 크게 실패한 원정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원정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놓고 서로 상대방을 탓하며 부부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안티오크에 들렀을 때 엘레아노르가 숙부이자 그곳의 영주인 레몽 공작과 불륜을 저질렀다는 추문이 돌았습니다. 점점 사이가 나빠지면서 결국 둘은 15년만에 이혼을 하고 말았습니다. 15년이라고는 해도 엘레아노르가 결혼할 때의 나이가 열다섯 살이었기 때문에 그녀는 아직 서른 살 밖에 안 된 젊은 돌싱이었죠. 젊고 아름답고 게다가 땅도 많은 부유한 이혼녀 엘레아노르에게는 구애자가 많았습니다. 심지어 그녀의 땅을 노리는 두 명의 영주에게 납치당할 위험한 상황에 처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아니면 루이 7세에 대한 복수심이었을까요? 그녀는 이혼 2개월만에 열한 살 연하의 남자, 노르망디 공작의 아들 앙리 플랜태저넷(Henry Plantagenet)과 재혼했습니다. 그런데 2년 뒤 그가 영국의 왕 헨리 2세가 되면서 엘레아노르는 이번에는 영국의 왕비가 됩니다.

엘레아노르는 결혼을 하면서 그녀 소유의 땅 아키텐 공국을 갖고 다녔습니다. 즉 그녀가 프랑스의 왕 루이 7세와 결혼 생활을 하던 동안 아키텐은 프랑스의 땅이었지만, 영국의 왕 헨리 2세와 결혼하면서는 영국의 땅이 되었지요. 당시에도 보르도는 뛰어난 포도주를 생산하는 지역으로 유명했습니다. 다른 먹을 것들도 풍부했고요. 영국인들이 프랑스 출신의 왕비를 사랑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입니다.

영국 왕실은 싼 값에 질 좋은 와인을 즐길 수 있도록, 보르도 와인에 세금을 낮추는 특혜를 주었습니다. 이때부터 보르도 와인의 독주가 시작되어 13세기가 끝날 때까지 영국 시장을 독점했습니다. ‘영국의 왕실이 마시는 와인이라는 것보다 더 좋은 마케팅 방법이 있을까요? 물론 그만큼 뛰어난 맛과 품질이 뒷받침 되었기 때문이겠죠.

 

영국을 홀린 보르도(Bordeaux) 와인

와인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한번쯤 들어봤을 정도로 보르도는 가장 유명한 와인 산지입니다. 프랑스 남서부 대서양 연안에 위치한 보르도에는 강이 많습니다. 지롱드(Gironde) , 도르도뉴(Dordogne) , 가론(Garonne) , 이 세 강이 대서양을 향해 흘러가고 있습니다. 보르도의 지명 자체가 Au Bord de l’eau(물가)에서 유래했습니다.

영국인이 보르도 와인에 열광했던 건 보르도 와인의 품질이 뛰어났던 게 가장 큰 이유이겠지만, 또 다른 이유는 보르도의 지정학적 위치 때문입니다. 보르도가 엘레아노르 왕비의 결혼으로 영국의 땅이 된 후에 보르도 항구에서 배를 이용해 영국까지 쉽고 빠르게 와인을 운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빠른 운송은 운송비 절감뿐 아니라 와인의 품질 유지에도 중요합니다. 프랑스 출신 왕비의 땅, 보르도에서 생산된 보르도 와인은 이제 영국 와인이나 마찬가지가 된거죠.

영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보르도 와인을 만드는 포도는 주로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Sauvignon)과 메를로(Merlot)입니다. 카베르네 소비뇽은 레드 와인의 대명사라 할 정도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포도 품종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까쇼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친숙한 품종이죠. 카베르네 소비뇽은 껍질이 두껍고 색깔이 짙습니다. 와인하면 떠오르는 바로 그 짙은 색깔입니다.

보르도에서 좋은 카베르네 소비뇽이 재배되는 이유는 바로 이 지역의 독특한 떼루아(terroir)* 때문입니다. 보르도는 프랑스의 남쪽에 위치해서 다른 지역보다 날씨가 따뜻하고 안정적입니다. 특히 봄부터 여름까지 내리쬐는 뜨거운 햇빛으로 인해 좋은 포도 생산에 필수인 일조량이 풍부합니다. 토양은 모래와 자갈이 많아 배수가 잘됩니다. 여기에 세계 최고의 와인을 생산한다는 자부심과 기술을 갖춘 사람까지, 천지인(天地人)에 해당하는 좋은 떼루아의 요건을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이렇게 생산된 좋은 품질의 포도는 오크통에서 숙성되면서 더욱 깊은 향기를 갖게 됩니다. 처음에는 타닌 성분이 많아 떫은 맛이 강하지만 오랜 시간 숙성되면서 부드럽게 변합니다.

보르도에서는 또 다른 대표 품종 메를로(merlot) 역시 껍질이 두껍고 색깔이 짙지만, 카베르네 소비뇽보다는 부드러운 맛이 납니다. 보르도의 와인은 단일 품종만으로 제조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카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를 적절히 섞어 보르도 특유의 맛과 향을 만듭니다. 이렇게 다른 품종의 와인을 섞는 걸 블렌딩(blending) 이라고 합니다.

 

보르도.jpg

출처: https://adrian1974fulga.wordpress.com

 

보르도산 와인의 라벨에는 품종이 표시되어 있지 않는데요, 품종을 적지 않아도 보르도의 대표적인 포도인 카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 등을 적절히 블렌딩해서 만든 와인임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신에 보르도 와인의 라벨에는 와인을 만든 포도원 이름이 상표가 되어 적혀 있습니다. 지난번 체더 치즈 치즈를 찾아 달로 간 사람과 개 1편 때 말씀드렸던 AOC를 기억하시나요? 원산지 명칭 보호라고 하는 AOC가 프랑스 와인에서는 매우 중요합니다. AOC(Appellation d'Origine Controlee)를 통해 보르도산 와인임을 증명하기 때문이지요. 이 때 Appellation Bordeaux Controlee 보다는 보르도 내에서도 특히 좋은 와인 생산 지역인 오메독(Haut Medoc), 쌩테밀리옹(St-Emilion), 뽀이약(Pauillac), 마고(Magaux) 등 작은 단위의 지명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품질에 자신이 있는 와인일수록 AOC에 보르도라는 큰 이름보다는 정확한 지명을 밝히고 있는 거죠. 보르도산 와인의 라벨에서 Appellation Haut Medoc Controlee, Appellation St-Emilion Controlee, Appellation Pauillac Controlee, Appellation Magaux Controlee 등을 본다면 고품질의 좋은 와인이라는 걸 프랑스 정부가 보증하고 있다고 믿으셔도 됩니다.

 

 

 

* 떼루아(Terroir)

Terroir는 토지, 토양을 의미하는 프랑스어로 떼루아 또는 테루아로 발음한다.

농산물 특히 포도가 자라는 데 영향을 주는 지리적인 요소, 기후적인 요소 등 자연 환경에 포도재배법 등 인간의 영향을 모두 포괄한다. 같은 품종이라도 자연 환경과 재배하는 인간의 역량에 따라 다른 포도가 열리고 이에 따라 와인의 맛과 향, 품질 등이 달라진다고 믿는다. 프랑스에서는 떼루아를 중심으로 포도밭의 등급을 매긴다. , 수확한 포도의 질과 상관없이 품질을 결정해 버리는 것이다. 이는 다소 불합리하다고 볼 수도 하지만, 그만큼 떼루아가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같은 의미가 치즈 생산에도 적용된다.  


 

참고문헌

<와인에 담긴 역사와 문화> 최영수, 북코리아, 2005

<잘 먹고 잘사는 법 097, 와인> 김국, 김영사, 2007

<이야기 영국사> 김현수, 청아출판사, 2006

https://www.thefrenchcellar.sg/wine-terms-terroir/

  


--- 변경연에서 알립니다 ---

 

1. [출간소식엄마가 시작하고 아이가 끝내는 엄마표 영어

변화경영연구소 10기 김정은 연구원이 세번째 책 <엄마가 시작하고 아이가 끝내는 엄마표 영어>를 출간하였습니다엄마가 공부하는 모습을 보이면 굳이 ‘하라 하라’하지 않아도 아이는 따라하게 되나 봅니다아이가 다섯 살이었을 때부터 중학생이 되기까지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가족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찾아낸 집에서 할 수 있는 영어공부법을 담아냈다고 합니다듣고읽고놀다 보면 영어가 되는 실현 가능한 영어교육법이 궁금하신 분들의 일독 권해드립니다:

http://www.bhgoo.com/2011/854744

 

2. [모집] 1인회사연구소-  인생을 바꾸는 책들 프로그램

1인회사연구소 대표인 수희향 작가와 함께 <//습관 만들기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책으로 바꾸는 내 인생이라는 타이틀에 맞게 책으로 어떻게 인생을 바꿀 수 있는지지속적으로 책쓰기를 위해 기초를 다지고 습관화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경험해볼 수 있습니다. 1인 지식기업가로 계속해서 컨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은 무척 중요한 일입니다퇴사 이후 1인 지식기업가로 전화하고자 하거나 새로운 커리어를 위한 습관을 만들고 싶은 분들의 참여 기다립니다:

http://www.bhgoo.com/2011/855007

 

 

3. [모집] 엄마를 위한 자기회복 프로젝트

'나는 어떤 엄마가 될 것인가?', '엄마로 산다는 것은 내 정체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육아와 자기 생활 사이의 균형은 어떻게 잡아야 할까?, ‘어떻게 진정한 나를 발견해 갈 수 있을까?’ 와 같은 주제를 함께 나누는 엄마를 위한 자기회복 프로젝트입니다. 4회차로 진행되며, 회차별 신청이 가능하니 지친 심신을 치유하고, 더 아름다운 사람으로 성장해가고자 하는 분들의 관심과 신청 바랍니다:

http://www.bhgoo.com/2011/854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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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07 05:17:23 *.144.57.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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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11 23:04:25 *.180.157.29

페이스북에 올리실 때마다 덧붙이는 연대님의 경험도 재미있어요.

바쁘신 중에도 꾸준히 널리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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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09 21:12:07 *.212.217.154

손에 잡힐듯한 와인에대한 글 

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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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11 23:02:40 *.180.157.29

늘 따뜻한 답글에 감사 드립니다. 

앞으로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글 쓰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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