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어니언
  • 조회 수 1316
  • 댓글 수 1
  • 추천 수 0
2021년 1월 28일 08시 40분 등록

여러분은 어떤 사람에게서 매력을 느끼시나요? 고운 얼굴, 뛰어난 실력, 번뜩이는 지략 등 다양한 요소가 있겠습니다만 저는 오늘 몇 가지 덕목의 신비로운 조합에 제가 빠져들게 된 예시를 공유드릴까 합니다. 그 대상은 반지의 제왕, 이실리엔의 수비대장 파라미르입니다.


반지의 제왕 영화를 본 사람 중, 오늘 다룰 캐릭터를 인상적으로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저 또한 원작을 읽기 전까지는, 형에게 눌려 지내는 둘째, 골룸과 프로도를 엇갈리게 만든 계기를 준 수비대장 정도로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책을 읽고 나서, 저는 소설을 영화로 만들면서 많은 부분을 생략해야 했고, 그 사라진 부분에 파라미르의 상당히 많은 매력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우선 첫 번째 매력은 통찰력입니다. 반지의 제왕의 가장 핵심적인 이야기는 프로도는 반지를 파괴하러 모르도르로 떠나는 여정입니다. 이 반지는 절대반지라고 불리면서 반지를 가진 사람이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이루어 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지요. 그러나 이 반지를 만든 존재가 매우 사악하기 때문에, 반지를 쓰는 사람은 누구나 파멸하게 되고 결국 반지의 진짜 주인만 다룰 수 있다는 것이 핵심 속성입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프로도는 길에서 만난 사람에게 반지의 존재를 숨기려고 노력합니다. 누구든 일단 반지를 보면 이성을 잃고 빼앗으려 드니, 아예 언급을 안 하는 편이 낫지요. 파라미르를 만났을 때도 그랬습니다. 파라미르의 형은 프로도와 같이 반지 원정대에 참여했지만, 중간에 반지를 빼앗으려고 하다가 프로도와 헤어진 뒤 전사했습니다. 형의 소지품이 강에 떠내려온 것을 발견했던 파라미르는, 원정대를 함께 다녔다는 프로도에게 형의 마지막을 묻지만 프로도는 있었던 일을 말해줄 수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각난 사실들을 맞추어 파라미르는 사건의 전말을 8~90%는 유추해냅니다. 작은 부분만 가지고도 전체 정황을 정확하게 알아내는 이 통찰력 덕에 책 속의 파라미르에게 처음으로 관심을 갖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두 번째로 그는 현명한 사람입니다. ‘반지의 유혹은 아무도 거부할 수 없다라는 것이 기정사실인 이 세계관에서 그는 반지를 스스로 거부한 유일한 인간입니다. 프로도의 동행이 실수로 반지가 있다고 말하는 바람에 파라미르는 프로도가 반지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자신의 추론에 그치지 않고) 확인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는 반지를 빼앗지 않겠다고 합니다. 그는 그런 식의 승리를 원하지 않으며, 반지의 위험성이 무엇인지 충분히 알고 있다고 하면서 말입니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미리 아는 것은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상대방을 배려하고 염려하는 자세를 늘 지니고 있습니다. 파라미르는 형과 우애가 깊었습니다. 그런데 형이 어떻게 죽었는지 정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형의 죽음과 연관되어 있는 듯한 프로도에게 진실을 말하라고 종용할 법도 한데, 그는 그러지 않습니다. 대화 내내 그는 아주 침착하고 조용히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생각을 말합니다. 그리고 긴 여정으로 지쳐 있던 프로도와 샘의 고통을 들여다보고, 자기의 일처럼 여기며 극진히 돌봅니다. 반지의 제왕 소설은 굉장히 호흡이 긴 소설입니다. 즐거운 부분도 풍성하지만, 고통스럽고 혹독한 부분도 길고 자세합니다. 작가는 아마 독자들도 프로도가 얼마나 어려운 길을 가고 있는지를 느꼈으면 했던 모양입니다. 그 중간에 파라미르라는 존재는 가뭄에 단비 같은 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뛰어난 통찰력으로 다른 사람보다 많은 것을 볼 수 있고, 단지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상대에게 필요한 것을 베풀어 주는 모습에서 호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부분에서 저는 이 소설의 최고 애정 캐릭터를 고를 수 있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이 소설에는 통찰력과 현명함을 가진 인물은 꽤 많은 편이지만, 파라미르처럼 상대에 대한 배려까지 두드러졌던 캐릭터는 파라미르뿐이었습니다. 배려는 평소에 중요성이 많이 부각되지 않는 덕목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소설 속 캐릭터에 빠지는 과정을 겪어보니 저도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의 배려심이 두드러지는 에피소드가 하나 더 있는데 다음에 기회가 되면 한 번 더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IP *.187.144.242

프로필 이미지
2021.02.08 20:45:01 *.52.45.248

살면서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물에 빠진 사람 건져 주니까,  보따리 내 놓으라는 상황에 처한 경우가 많았거든요...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36 [변화경영연구소] [월요편지 43] 넌 어떻게 영어 공부해? 습관의 완성 2021.01.17 1079
635 [화요편지] 영혼의 시스터후드 <아이를 기다리는 시간> 1 아난다 2021.01.19 864
634 노는 데 빠지지 말자 (지난 일요일의 기록) 장재용 2021.01.19 1835
633 [목요편지] 새로운 미래를 좋아하게 될 거라는 믿음 [1] 어니언 2021.01.21 1399
632 [라이프충전소] 올해의 화두, 피보팅 [2] 김글리 2021.01.22 1596
631 [알로하의 두번째 편지] 그해 첫눈이 내리던 날 [2] 알로하 2021.01.24 1053
630 [변화경영연구소] [월요편지 44] 가난한 아빠가 해준 말, 부자 아빠가 해준 말 [2] 습관의 완성 2021.01.24 2272
629 [화요편지] '돈'의 길vs '사랑'의 길 [2] 아난다 2021.01.26 1629
628 가야의 뼛속, 신어(神魚) [1] 장재용 2021.01.26 1464
» [목요편지] 세계관 최고 훈남의 조건 [1] 어니언 2021.01.28 1316
626 [용기충전소] 변화의 시기에 물어봐야할 질문 [1] 김글리 2021.01.29 1549
625 [알로하의 두번째 편지] 생명의 탄생과 늙음의 행복을 표현하는 춤 알로하 2021.01.31 1607
624 [변화경영연구소] [월요편지 45] 경제적 자유 얻으면 일 안해도 행복할까? 습관의 완성 2021.01.31 1533
623 [화요편지] 살리는 힘, 기쁨의 길 아난다 2021.02.02 914
622 침묵으로 오르는 자 [1] 장재용 2021.02.02 1062
621 [목요편지] 잊혀지지 않는 반전 [1] 어니언 2021.02.04 1313
620 [용기충전소] 욕을 하면 고통이 줄어들까? [1] 김글리 2021.02.05 986
619 [알로하의 두번째 편지] 백조의 우아함을 닮은 춤 알로하 2021.02.07 1257
618 [월요편지 46] 아내, 내 인생의 로또 (1/2) 습관의 완성 2021.02.07 1685
617 [화요편지] 살림이 놀이가 되는 기적 아난다 2021.02.09 11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