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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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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9월 5일 09시 08분 등록



그림 출처: https://best-wallpaper.net/Colored-glass-balls_wallpapers.html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쓸모 있게 만들어 놓아야 값어치가 있다는 말이지요. 아이들과 2년 이상 같이 영어 공부를 하다 보니 그동안 쓴 글이 많아졌습니다. 처음에 문장도 제대로 못 만들던 아이들이 어느덧 꽤 그럴듯한 수준의 글을 쓰고 있었습니다. 혼자 읽고 감탄하기에는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의 글을 좀 더 가치 있고 쓸모 있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해봤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은 자신의 글이 책으로 출판되어 많은 사람들이 읽기를 바랍니다. 아이들의 글이라고 안 될 이유가 있을까요. 지금도 구슬처럼 훌륭한 아이들의 글을 엮어 책으로 만들면 정말 보배가 될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아이들의 첫 책 만들기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보배를 만들려면 많은 구슬 중에서도 옥석을 가리는 작업이 먼저 필요하겠지요. 책을 만들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첫 작업으로 아이들에게 책에 넣고 싶은 글을 고르도록 했습니다. 그동안 쓴 글은 독후감이 가장 많았는데요. <어린 왕자>의 경우와 같이 후속편을 상상해서 쓴 2차 창작이나 여행, 가족, 꿈 등 특정 주제에 대해 쓴 에세이도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아무래도 처음에 어설프게 썼던 글 보다는 최근에 쓴 잘 쓴 글을 고르더군요. 하지만 그동안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기에 초기에 썼던 글도 몇 개 포함시켰습니다. 글을 선택한 후에는 다시 읽어보고 리뷰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아이들의 성장 과정을 보여주는 책이지만 그래도 틀린 문장이 너무 많으면 독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겠지요. 출판을 앞둔 작가들처럼 진지하게 리뷰를 하며 글을 다듬었습니다.

리뷰를 마친 후 각 글에 맞는 이미지를 직접 찾는 일도 아이들의 몫이었습니다. 영어로 쓰여진 책이다 보니 글만 있다면 읽기가 쉽지 않겠지요. 독자들이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고, 이해를 도울 수 있게 모든 글마다 이미지를 한 개 씩 넣기로 했습니다. 직접 찍은 사진이나, 사진이 없을 경우는 어울리는 이미지를 웹에서 찾았습니다. 글과 이미지가 완성됐으니 이제 판형에 맞게 편집과 디자인 작업이 남았습니다. 아직 문서 작업에 익숙하지 않은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라 편집은 제가 도와 주기로 했습니다. 대신 표지 등 디자인은 가급적 아이들의 의견을 따랐습니다. 제목도 스스로 짓기로 했지요. 지훈이는 “My English Travel”, 혜성이는 “The Collection of My English Writings”라는 멋진 제목을 지었습니다.


표지와 목차, 본문 편집을 마치자 얼추 책의 모습을 갖췄습니다. 이제 마지막 단계만 남았습니다. 책을 한번 더 읽어본 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그리고 작가 소개를 쓰도록 했습니다. 처음에 자신들의 글을 책으로 만들자고 제안했을 때만해도 아이들은 반신반의했습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에는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작업량에 힘들어하기도 했지요. ‘이런 걸 왜 하냐?’며 투덜대기도 했는데요. 막상 진짜로 책의 모습을 갖추는 걸 보자 스스로도 만족스러웠나 봅니다. 아이들의 에필로그에는 책을 마친 작가들의 소회 마냥 진한 감회가 담겨있었습니다. 어찌나 진지하던지 저도 울컥할 정도였네요. ^^

인쇄업체에 넘기기 전에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리뷰를 했습니다. 아직도 오타가 발견되고 부족한 부분이 있었지만 마냥 고치고 있을 수 만은 없지요. 리뷰를 마친 원고를 인쇄할 수 있도록 보냈습니다. 이제 며칠 뒤면 아이들은 첫 책을 출간한 기쁨을 누릴 수 있겠지요. <My English Travel><The Collection of My English Writings>는 어떤 책이 되었을까요? 두 중학생 작가의 첫 작품은 다음주에 자세히 소개하겠습니다.

 

이번주도 건강하고 행복한 한 주 보내세요. ^^

 


IP *.226.157.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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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07 20:40:06 *.169.227.25

좋은 스승은 못해서 안 한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안해서 못했던 것으로 바꾸어 주는 것 같아요 !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죠 ...^^  멋진 선생님을 존경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2021.09.13 00:20:10 *.226.157.137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건데...

좋은 말씀이네요. 

늘 마음에 새기고 행동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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