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천천히 심호흡을 3번 해 볼게요. 바쁜 일상을 잠시 멈추고 생각을 비워 주세요. 자. 이제 우리는 상상의 여행을 떠날 거에요. 여러분은 지금 홀로 우아하게 아름다운 숲 속을 산책하고 있습니다. 어때요? 뭐가 보이나요? 나무도 보이고 저 멀리 눈이 내린 산 정상도 보입니다. 겨울의 매서운 바람 한 조각이 당신의 볼을 스쳐 지나갑니다. 땅과 나무에서 풍겨지는 자연의 냄새가 코를 기분 좋게 간지럽히고 있습니다. 이제 저 길의 모퉁이를 돌면 하늘을 뒤집어 놓은 듯 파란 호수가 눈 앞에 펼쳐질 예정입니다. 그 상상만으로도 당신의 발걸음은 새털처럼 가볍습니다. 한 발짝 두 발짝 이제 눈 앞에 호수가 펼쳐 지려는 순간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커다란 회색 곰이 당신 앞에 나타났습니다. 너무 놀란 당신은 심장이 멎을 듯 합니다. 그리고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반대 방향으로 죽을 힘을 다해 도망칩니다.

의학박사이며 성형외과 의사인 멕스웰 몰츠는 그의 저서 ‘성공의 법칙’에서 인간의 두뇌와 신경 체계는 자동적으로 주변환경과 도전에 적절하게 반응하도록 만들어졌다고 설명합니다. 당신이 숲 속에서 회색 곰을 만났을 때 느낀 공포는 당신의 뇌가 자동적으로 적절하게 반응한 결과입니다.

그런데 사실은 숲 속 길에서 마주한 회색 곰이 진짜 곰이 아니라 곰의 탈을 쓴 영화배우였다면 어땠을까요? 실제로는 가짜 곰이지만 당신이 그 영화배우를 진짜 곰이라고 생각했다면 당신의 감정이나 신경 반응도 진짜 곰을 만났을 때와 정확하게 일치했을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 뇌는 우리가 처한 상황에 대해 진실이라고 믿는 바에 따라 자동적으로 반응합니다.  

또 다른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아이는 부모로부터 우리 가족이 가난한 것은 사악한 부유층 사람들과 부패한 정부 때문이란 불만을 듣고 자랍니다. 그리고 우리 가족이 무엇을 하더라도 성공할 수 없다는 패배주의를 답습하도록 무의식적으로 길들여집니다. 이 가엾은 어린아이에게 사악한 부유층 사람들과 부패한 정부는 실제로는 가짜 곰이지만 부모의 세뇌로 인해 진짜 곰으로 착각하며 살아갑니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서도 자신이 여전히 가난한 이유는 사악한 부자와 부패한 정부 때문이라고 세상을 탓하며 가난하고 불행하게 살아갈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행인 것은 어두운 성장 환경을 극복하고 성공했다는 기업가의 이야기를 매스컴을 통해 종종 들을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악랄한 범죄자에서 의사나 변호사로 변신해서 자선 활동하는 사람들 이야기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습니다. 이들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졌길래 어두운 과거를 이겨내고 변화에 성공할 수 있었을까요?

이들은 수 많은 책을 통해 영향을 받았거나, 정신적인 스승의 영향, 삶의 중대한 체험 등을 통해 자신이 진실이라고 믿어 온 것에 도전하고 그것이 순전히 부정적 상상에서 비롯된 것임을 자각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부정적인 자아 이미지를 바꾸고 새로운 진실을 발견하면 누구나 변화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뚱뚱하고 기력이 없는 사람도 건강하고 강한 사람이 될 수 있고, 하는 일마다 서툴고 어색한 사람도 능력 있고 우아한 사람으로 탈바꿈 할 수 있습니다.

세계 3대 심리학자 중 한 명인 알프레드 아들러도 어린 시절 우리의 초기 기억에는 기본적인 오류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사람들은 나를 싫어해’ ‘세상은 위험한 곳이야’ ‘삶은 고통이야’ ‘나는 능력이 없어’ ‘성공하려면 다른 사람을 믿어서는 안 돼’ 와 같이 부정적 자아 이미지를 간직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어린 시절 기억은 단편적이고 정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가짜 곰일 확률이 높다는 뜻이지요.

왜 어린 시절의 기억들은 가짜 곰일 확률이 높을까요? 

그 실마리는 뇌 과학 전문가인 박문호 박사가 설명하는 ‘기억의 4단계’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기억의 4단계는 최초 사건이 발생한 순간 1단계인 부호화(encoding)부터 출발합니다. 그리고 2단계는 저장(storage)이 되지요. 3단계인 공고화(consolidation) 단계를 거쳐서 마지막으로 인출(retrieval)이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의 기억도 세월이 흐르면서 나이를 먹게 된다는 사실이에요. 최초 사건 발생 때는 6하 원칙에 의해 완벽한 맥락화가 가능한데 기억이 나이를 먹어가면서 탈맥락화가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정확도는 그런대로 유지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용이 대폭 간소화 됩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가 기억을 인출할 때 인출할 당시의 감정 상태에 따라서 우리의 현재 상황에 유리하도록 해석한 후 재입력한다는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철민이란 아이가 있습니다. 철민이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엄마가 영어 시험 100점 맞으면 장난감 사준다고 약속했지만 결국 엄마에게 사기를 당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느덧 철민이가 고등학생이 되었습니다. 하루는 체육시간이 끝나고 자리에 돌아와보니 학원비를 넣어 둔 지갑이 사라져버렸습니다. 맨 앞자리에 앉아 있는 가난한 친구를 의심하며 추궁했습니다. 그러나 확인해 보니 지갑을 집에 두고 온 것이었죠. 이 사건으로 철민이는 친구들 사이에서 왕따를 당하게 되었죠. 이 일로 괴로워하며 우울해 하던 철민이는 초등학교 3학년 때 기억을 인출합니다. ‘이건 엄마가 날 속였기 때문에 지금 내가 의심병이 생긴 것이야’ 라고 자신에게 유리하게 기억을 해석한 후 재입력합니다. 바로 여기서 기억의 오류가 발생하게 됩니다. 실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엄마는 다음날 철민이에게 약속한 장난감을 사주었습니다. 철민이의 기억은 나이를 먹었던 것이죠. 이후 철민이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활을 하면서도, 취업 후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남을 의심하는 병은 계속 됩니다. 이 기억은 부분적 탈맥락화(간소화)와 부분적 재맥락화(재입력)을 반복하면서 오류가 더 심각해지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보면, 긍정적인 측면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는 가슴 아픈 상처를 입은 기억도 우리가 그 기억을 긍정적으로 재해석하여 재입력할 수 있다면 우리의 미래는 분명히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아들러는 우리에게 이렇게 용기를 주고 있습니다.  

‘한 사람의 미래는 그가 과거의 열등감과 결핍을 어떻게 해석하고 무엇을 실행에 옮기는가에 달려 있다’

당신은 어떤 아픈 과거의 기억이 있을까요? 그 기억이 가짜 곰일까요? 아니면 진짜 곰일까요? 가짜 곰이든 진짜 곰이든 더 중요한 사실은 그 기억을 긍정적으로 재해석하여 다시 입력할 수 있다면 분명 여러분의 미래는 바뀌게 될 것이라 생각해요. 그리고 이렇게 스스로에게 외쳐 보세요.

불행했던 나의 과거여~이젠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