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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7월 26일 23시 27분 등록
가시돋은 사람을 만나거든

지금은 조금 나아졌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20~30대 때의 저는 가시가 가득한 사람이었습니다. 세상의 불합리와 불공평함을 시비하며 걸핏하면 분노하고 싸움걸었습니다. 잘못 건들면 상대는 저의 가시에 찔려 상처입기 일쑤였지요. 우리는 모두 직장이나 가족, 혹은 어떤 모임을 통해 만나는 사람들 중에 유독 가시가 과거의 저처럼 가득한 사람을 만나기도 합니다. 늘 대하기 껄끄러운 상대지요.

나무 중에도 가시 가득한 나무가 있습니다. 아까시나무(아카시아)나무 아시죠? 어린 아까시나무는 몸에 가시가 가득하기로 유명합니다. 집토끼가 이 녀석 잎사귀를 좋아하는데, 어릴 때 토끼먹이를 해대느라 참 많이도 그 가시에 찔려 아파하곤 했습니다. 이 아까시나무는 묘하게도 황폐한 땅이나 벼랑 끝, 묘지 옆 등에 용을 쓰고 터전을 세웁니다. 세운 가시 탓에 사람들에게 구박과 천시를 받으며 밀려난 탓일지도 모르지요.

그렇게, 사람도 나무도 가시가 가득하면 가까이 하기에 꺼려지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그러나 가시가 있다는 건 그에게 에너지가 가득하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몸에 가시를 돋우어야만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기 때문에 가시를 세우는 것이지요. 그것은 가난한 사람들의 살기 위한 촉수요 핍박받는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한 무의식적 선택으로 이해되어야 합니다.

어려서는 온 몸에 가시를 달고 사람들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 그 아까시나무의 다 자란 수형을 자세히 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녀석의 장성한 몸 기둥에 더는 가시가 남아있지 않습니다. 아주 매끄럽고 섹시합니다. 다 자라 피워내는 아카시아꽃은 또 얼마나 아름답고 향기로운지요.

그러니 몸에 가시를 가득 단 사람을 만나거든 이제 미워하지 마십시오. 오히려 그에겐 자신을 지키려는 에너지가 고독하게 흐르고 있다고 이해해 주십시오. 어떤 핍박과 고난이 피워냈을 버즘 같은 두려움이라고 생각해 주십시오. 그 새순이나 꽃을 꺾지 말고 지켜봐 주세요. 오히려 그것을 보듬고 안아주는 것이 먼저 가시를 떨군 사람들이 해주어야 할 일입니다. 말 없이 사랑해 주십시오. 그가 멋진 꽃을 피우며 아름다운 수형을 갖춘 나무로 성장하려고 몸부림치고 있구나… 그렇게 이해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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