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아난다
  • 조회 수 792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20년 1월 21일 15시 37분 등록
<청소년 진로탐험 여행>에서 돌아온 지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이번 여행은 컨텐츠 프로듀서로서 기획부터 섭외, 모객, 진행에 마무리까지 전 과정에 관여한 첫 번째 프로젝트였습니다. 펼쳐진 상에 제가 맡은 음식 한 가지만 갖고 잔치에 참여할 때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과제들이 숨 돌릴 짬도 없이 몰아닥쳤습니다. 어떻게든 잘 해보고 싶은 열망에 필사적으로 과제를 수행했지만 전에 없는 고강도 자극에 무방비상태로 노출된 부담은 몸과 마음에 고스란히 흔적을 남겨놓았습니다. 토끼눈에 부르튼 입술, 뒤집어진 피부 등 눈에 보이는 것은 그나마 양호한 편에 속했습니다. 

프로그램을 디자인하는 과정에 참여해주신 분들, 열정을 다해 강의와 워크숍을 이끌어주신 선생님들, 헌신적인 봉사로 진행을 도와주셨던 어머님들, 낯선 환경 속에서도 잘 적응해 따라와 준 아이들, 그리고 아내와 엄마를 다른 이들에게 내어주고 그 빈자리를 감당해준 가족들. 이 밖에도 많은 분들의 이해와 배려가 있었기에 초보 프로듀서의 첫 작품이 무사히 세상과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을 머리로는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여행 이후에도 계속되는 훈훈한 후기들에 저도 모르게 엄마미소를 짓곤 하면서도 정체를 알 수 없는 감정의 체증이 가슴께에 얹혀 좀처럼 내려가지를 않습니다. 

‘대체 무엇을 바라고 아무도 시키지 않은 고생을 사서 한 거니? 이럴 거면 뭐 하러 괜한 일은 벌인 거냐구? 이래도 이 일을 계속 하면서 살아가겠다는 거니?’ 결국은 작정을 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 스스로 던진 질문에 대답하기 시작했습니다. 한참을 빈 화면만 바라보다 다시 말을 건넵니다. ‘미안해. 내가 또 네 마음을 멋대로 재단했구나. 감정에 옳고 그름이 없다는 걸 또 잊었어. 솔직한 네 마음 이야기가 궁금한데 들려줄 수 있겠니?’ 그리고 또 한참의 기다림. 뜨거운 눈물과 함께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저 정말 잘했죠?’하고 달려가 칭찬받을 사람이 아무도 없어. 나만 보면 다들 자기들 힘든 이야기만 하고. 알아. 나도. 모두가 너무나 잘 해줬다는 걸.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는 것도.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편안하게 들어주는 사람만 있어도 또 기운을 차려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것도 너무나 잘 알아. 나 역시 그런 분들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으니까. 

이제는 내가 그런 사람이 되어줄 차례가 되었다는 거, 머리로는 분명히 알겠는데 그게 잘 안 돼. 여전히 위로받고 싶고 칭찬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내가 있다구. 나 어떻게 하면 좋지? 역시 나는 안 되는 걸까? 능력도 안 되면서 괜한 욕심내느라 오히려 모든 사람들을 다 힘들게 하고 있는 것 같아 미안해 미칠 것만 같아. 

많이 울었습니다. 더 이상 눈물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당연한 일이었을까요? 답답하던 가슴이 조금은 후련해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호흡을 고르고 쏟아내듯 써내려간 저의 이야기를 다시 한 번 읽어보았습니다. 눈물을 쏟아내기 전까지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한 살 두 살 세 살 

처음 3년은 너를 먹이고 재우고 
그저 건강히 잘 키우는 데 쓰마. 
너의 미소도 
너의 똥도 
모두 나를 미치게 할 것이다. 
나는 미치도록 행복했다가 
미치도록 힘겨울 것이다. 
이런 ‘미침’은 엄마만의 뜨거운 특권. 
나는 웃다가, 
울다가, 
그 어떤 경우라도 
다시 네 자그만 손바닥 냄새를 맡고 일어설 것이다. 

오소희의 『엄마의 20년』 중에서

그렇습니다. 저는 오랜 기다림과 진통 끝에 ‘나의 세계’라는 갓난 아이를 품에 안은 엄마입니다. 그 세계의 미소에 울고, 똥에 울 수 있는 ‘미침’은 한 존재를 오롯이 책임지는 엄마만의 뜨거운 특권이었던 거였습니다. 그렇다면 자신 있습니다. 저는 이미 두 번씩이나 같은 과정을 경험했으니까요. 아이 둘을 기르면서 그랬듯이 저는 분명히 잘 해낼 수 있을 겁니다. 다시 그 자그만 손바닥 냄새를 맡고 일어서 3년, 그 세계를 먹이고 재우고 키우는 데 정성을 다할 것입니다. 엄마만의 특권을 다시한번 뜨겁게 만끽할 것입니다. 


--- 변경연에서 알립니다 ---

1. [출간소식] 『할 말을 라오스에 두고 왔어』 장재용 저.
변화경영연구소 8기 연구원 장재용 작가의 세번째 저서 『할 말을 라오스에 두고 왔어』가 출간되었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 누구나 한번쯤 갖는 의문이지만 답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방황하던 저자는 한국을 떠나 계획에 없던 라오스 행을 택하고 거기서 직장생활까지 시작하게 됩니다. 그리고 펼쳐지는 낯설고도 신선한 일상들! 불안과 고민, 숱한 흔들림 속에서 만난 라오스의 황홀한 일상으로 초대합니다: 

2. [출간소식] 『습관의 완성』 이범용 저.
[SBS 스페셜]이 주목한 대한민국 습관멘토 이범용 작가의 『습관의 완성』 출간 소식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매번 좋은 습관 만들기를 시도하지만 번번이 실패하는 이유는 의지 부족이 아닌 잘못된 습관 전략을 선택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500명이 넘는 참여자들이 직접 체험한 습관 실천 과정과 변화를 관찰하고 기록하며 보통 사람들이 생활 속에서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습관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고 하니 습관을 완성하고자 하는 분들의 일독을 권해드립니다: 

3. [모집] 경제/인문 공부! <에코라이후 기본과정> 8기 모집합니다
1인 지식기업 <에코라이후> 배움&놀이터의 주인장 차칸양 연구원이 2019년 진행된 <에코라이후 기본과정> 7기에 이어, 8기를 모집합니다. 실질적으로 경제와 더불어 경영 그리고 인문까지 함께 공부함으로써, 10개월이란 기간동안 경제, 경영, 인문의 균형점을 모색합니다. 경제공부를 토대로, 경영과 인문을 접목함으로써 스스로의 삶에 작지만, 그럼에도 크고 진솔하며 감동적인 변화를 원하시는 분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IP *.130.115.78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236 어둠이 깊어질 때... [2] 변화경영연구소-김용규 2006.09.14 4509
4235 귀자 구본형 2006.09.15 5206
4234 나는 떠난다 [1] 변화경영연구소-홍승완 2006.09.18 4107
4233 어깨가 쳐진 벗에게 변화경영연구소-문요한 2006.09.19 4622
4232 이 시대에 부족한 것 한 가지 변화경영연구소-김용규 2006.09.20 4715
4231 하루를 똑 같이 다루는 것처럼 부당한 일은 없다 구본형 2006.09.22 4775
4230 요즘 품고 있는 단어들 [1] 변화경영연구소-홍승완 2006.09.25 4010
4229 인간이 저지르기 쉬운 일곱 가지 실수 변화경영연구소-문요한 2006.09.26 4891
4228 자주 숲에 드십시오. [1] 변화경영연구소-김용규 2006.09.27 4431
4227 문득 마음이 붉어지고 [3] 구본형 2006.09.29 4349
4226 신념의 과잉 변화경영연구소-문요한 2006.10.03 4337
4225 기질 탐험 변화경영연구소-홍승완 2006.10.04 4396
4224 조금 웃기는 가을 독서술 다섯가지 구본형 2006.10.06 4677
4223 나의 장례식 변화경영연구소-홍승완 2006.10.09 4760
4222 신이 이 땅에 존재하는 이유 변화경영연구소-문요한 2006.10.10 4252
4221 아까운 가을 변화경영연구소-김용규 2006.10.11 4680
4220 부드러운 혁명 구본형 2006.10.13 4593
4219 워렌 버핏의 말 변화경영연구소-홍승완 2006.10.16 4577
4218 누군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하라 변화경영연구소-문요한 2006.10.17 4385
4217 낙엽, 그 간결함 [3] 구본형 2006.10.19 39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