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2012년 8월 17일 09시 47분 등록

지난 여름 열흘간 시칠리아를 다녀 왔습니다.   에트나 화산에 올랐습니다.   3000 미터가 넘는 산의 정상 부근은  부드러운

 화산재로 덮혀 검은 모래 사막처럼 보였습니다.  그 뜨거운 여름 여기에는 서늘한 가을 바람이 불어왔지요.   그곳은  지구가 아닌 다른 별처럼 보였습니다.   뜨거운 햇볕으로 자라난  포도주  Etna Rosso  한 모금을 마셨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이곳에 다시 오지 않으리라.  오직 지금으로 끝을 내리라.   두 번이 없이 즐기리라.

 

etna.jpg

 

 

에트나

 

이곳은 속이 타올라 참지 못하고

소리쳐 부르며 밖으로 치솟은 나의 내면

안 밖이 뒤집힌 곳

비옥한 검은 화산재가 사막의 모래 언덕처럼 

부드러운 굴곡으로 누운 여인 같은 곳

지하의 하데스가 바위틈으로 어느 날 시칠리아를 굽어보다가

엔나의 평원을 거닐며 꽃을 따던 여인에게 달려가

단박 품에 안고 땅 속으로 꺼져 버린 곳  ( * 주 1)

가서 보니 에트나는 지하세상이 하늘을 만나는 곳

아직도 여전히 불과 연기로

오, 단 한번의 눈길이 영원한 사랑이 되었으니

사랑에는 두 번이 없는 법 미래도 없는 법

오직 지금 여기 한번 뿐

 

다시 에트나를 찾아 올 것이라 여기지 마라

여기서 사랑의 묘약을 살 수 있다 여기지 마라

오직 가슴 속에 죽은 듯 잠복한 불길을 스스로 살려낼 때

삶이 사랑임을 알게 되리니

비로소 화산재가 더없이 비옥한 풍요임을 알게 되리라

아래 녁에 사는 사람들이 으르렁거리는 화산을 떠나지 않고

일생을 여기서 바치는 이유는 용암이 덮치는 위험보다

사랑으로 활활 탄 재가 불러오는 풍요가 더 좋기 때문

나도 아노니 사랑은 용암처럼 위험하지만

사랑에 검게 타지 않은 인생은 쓸모없는 불모지

왜 하데스가 플루톤으로 불렸는지

그리고 왜 플루톤이 부유한 자라는 뜻인지 ( * 주 2)

나는 에트나에 서서

삼천 미터가 넘는 바람을 맞고 알게 되나니

 

* 주 1   시칠리아는 그리스 신화 속 지하세계의 신인 하데스의 땅입니다.  에트나 화산의 분화구는 하데스가 가끔 지상으로 올라올 때 쓰던 통로 중의 하나 였지요.  어느 날 그는 시칠리아의  한 가운데 쯤 있는 엔나의 평원에서 꽃을 따며 놀고 있던 페르세포네를 보게 되고 반하게 됩니다.  그리고 단박 안아 지하세상으로 데리고 가서 왕비로 삼게 되지요.  이것이 하데스의 유일한 사랑이었습니다.

 

* 주 2  그리스 인들은 하데스를  풀루톤이라고 불렀지요.  '보이지 않는 자' 라는 뜻을 가진 하데스라는 말을 잘못 입에 올렸다가 저승사자가 잡아갈 까 두려워서 였답니다.  그대신 '풍요로운 자' 라는 뜻의 플루톤라는 별칭으로 불렀지요.          

 

 

 

 

 

 

IP *.128.229.70

프로필 이미지
2012.08.17 10:20:48 *.252.144.139

바로 그 자리에서 Etna Rosso를 한 모금 마시고, 사랑하는 이와 키스를 나눈 저는 지금 사무실에서

그 날의 바람과 열기를 다시 한번 떠올립니다.

저는 그리 다짐했답니다.

 

'나 다시금 활활 타오르리라.

두려움없이 후회없이 용암을 분출하며 인생을 불태우리라'

이런 지병이 도졌네요.

타오르고 불태우면서도 짬짬히 쉼은 갖겠습니다. ^^

프로필 이미지
2012.08.17 10:24:05 *.38.222.35

훔... 사랑하는 이와 키스를 나눈.

 

부러운 재경언니... ㅋ

프로필 이미지
2012.08.18 02:19:49 *.180.75.178

기꺼이 검게 타겠다 해 놓고

막상 살아내기는 왜 이리 어렵답니까

깊은 밤 사부님 글 읽고 또 읽습니다^^

 

http://www.youtube.com/watch?feature=player_embedded&v=pstY2qtTN8o

프로필 이미지
2012.08.19 02:58:22 *.128.229.70

 선관아, 

나는  '그 사람들의 이야기가 다른 사람의 이야기' 인줄 알았다.   알고 보니 그것이 이 세상의 이야기들이었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고 우리의 이야기인 것이다.  어느 날 너에게  언니들의 이야기가  너의 이야기인 듯 여겨져

힘든 길을 마다하지 않고 시작하였을 것이다.   힘든 일은 기쁜 일과 함께 있다.  또한 기쁜 일은 힘든 일과 함께 있다.

다른 길도 있겠지만 그런 길들은  네 길이 아니고,  이 길만이 네가 이 세 상에서 맡은  네 역할인 모양이다. 

 

나는 네가 징징거릴 때 마다,  네가 삶의 한 가운데 있음을 알 것 같다.   너는 매일 삶의 떨림 속에 있다.

 불안해 하지 마라.  지금까지 처럼  막힌 곳에서 다시 길이 생기고,  막막한 곳에서 다시 빛이 보이지 않더냐. 

 너는 네 삶으로 견디고 모범을 보이고  이 곳에서 네 신화를 만들도록 해라.   삶으로 본을 보인 사람들은 모두 신화 속 영웅들이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