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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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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30일 00시 11분 등록


여우숲에는 아직도 우편물과 택배가 제대로 배달되지 않습니다. 배달하시는 분들이 비포장 도로를 꺼리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이 시골 마을조차 포장되지 않은 도로가 거의 없으니 차나 오토바이를 이용해서 배달을 하는 사람들이 비포장 길을 몹쓸 길로 여기는 것도 당연합니다. 해서 나와 합의를 거친 집배원이나 택배기사들 모두 마을 경로당 근처에 우편물이나 택배물을 두고 가는 일에 익숙해 있습니다. 나 혼자야 큰 문제가 없었지만, 법인으로 운영되고 있는 여우숲은 직접 배달이 되지 않는 이유 때문에 종종 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특히 납부 기한이 정해진 세금이나 전기요금 같은 공과금 고지서의 경우 늦게 우편물을 찾아올 경우 기한을 어기다 보니 연체료가 붙거나 경고장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아주 오래 전 방송에서 신문 배달의 달인을 다룬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달인이 신문을 접고 던지면 신문은 정확히 구독자의 문 앞에 착~ 하고 떨어졌습니다. 그 솜씨가 가히 예술이었습니다. 1층에 있는 주택은 물론이고 2층, 3층에 있는 가구의 문 밖에 정확히 떨어뜨렸습니다. 나는 그분의 재빠르고 정확한 솜씨에 나감탄했습니다. 저렇게 멋지게 즐기며 일할 수 있다니...!

 

오늘 농협 금융 창구에 가서 나는 또 한 사람의 일 솜씨에 감탄했습니다. 오늘도 나는 연체된 전기 고지서와 지방세 고지서를 들고 정문의 셔터를 내린 시간에 뒷문을 이용해 은행으로 들어갔습니다. 손님은 하나도 없었고 은행 직원들은 업무를 결산하고 마감하는 일에 모두 정신이 없었습니다. 늘 가는 창구 앞에 가서 ‘오늘도 늦게 와서 미안하다’ 사과부터 했습니다. 공식 업무가 끝났는데도 그녀는 싫은 내색 없이 나를 맞아주었습니다. 출금 또는 입금 전표를 쓰는 일에 내가 무척 서툴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그녀는 여러 장의 전표를 정말 달인의 솜씨로 쓰더니 서명 또는 날인만 하도록 전표를 내밀었습니다. 순식간에 열두 건의 출금과 입금을 마무리하고 내가 가져온 서류와 짐을 꾸려 돌아가기를 기다리면서 종일 접수했던 전표에 날짜가 새겨진 도장과 담당자 도장을 찍고 있었습니다. 그 솜씨도 얼마나 날래고 잽싼지 잉크와 종이 사이를 오가는 손과 도장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신문배달의 달인도, 농협창구의 그녀도 모두 물오른 모습으로 자신의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물오른 삶을 이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하는 일을 즐기고 또 사랑하는 것이 으뜸이라는 것을 나는 압니다. 나는 어떻지? 나의 대중 강연은 청중들에게 그분들의 모습처럼 물오른 모습으로 보여질까? 말 한마디 한마디, 메시지 하나 하나에 작위적인 모습없이 스스로 솟아나는 샘물처럼 자연스러움과 자발성으로 가득하다 느껴질까? 농부의 일은 또 어떨까? 숲학교 오래된미래의 교장이자 소사로써의 모습은 또 어떨까? 스스로 물어보니 금방 부족한 분야가 어느 것인지 느껴집니다. 아직 더 즐기고 진실로 사랑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느끼게 됩니다. 30년 넘게 집배원 일을 하시며 그 일로 물오른 삶을 사신 내 아버지처럼 이곳을 대하는 집배원과 택배기사분들이 비포장도로를 기꺼이 즐기고 사랑해 주는 날이 올까요? 그대는 어떠신지요? 지금 그 일을 진실로 즐기고 깊게 사랑하며 살고 계신지요? 물오른 모습은 그 분야가 무엇이건 언제 보아도 참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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