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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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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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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17일 08시 14분 등록

인생이란,

당신이 다른 계획을 짜느라 바쁜 와중에

당신에게 일어나는 것이다.

- 존 레논 -

 

팀을 옮기게 되었습니다. 기획팀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다가, 원무팀에서 2년을 근무했는데, 이번 9월 인사이동에 포함되었습니다. 인수인계를 마치고 사무실의 짐을 옮겼습니다. 마지막으로 빠진 것이 있는지 둘러보니, 텅 빈 사무실 벽에 장미 한 송이가 붙어 있습니다. ‘아,,장미...’  바싹 마른 장미를 보니, 아련한 기억이 떠오릅니다.

 

처음 원무팀에 왔을 때, 직원들과 심층면담을 하면서 그들의 고충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건 ‘사람에게 시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아픈 환자들은 부정적인 에너지로 가득 차 있게 마련이고, 진료실에서 의사에게 섭섭함을 느끼거나, 주차장에서 불친절한 서비스를 받으면 자신의 감정을 수납창구나 직원들에게 쏟아붓기 일쑤였습니다.  심한 욕을 하거나 폭력의 위협을 느끼는 상황도 많지만, 매 순간 친절한 서비스를 강요당하는 직원들은, 환자들의 부정적인 감정을 고스란히 받아야 하는 감정노동 종사자들입니다.

 

원목실을 찾아가서 직원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어루만져줄 수 있는 강의를 부탁드렸습니다. 신부님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거렸습니다. 당일 날, 신부님은 직원 수대로 23 송이의 장미를 가지고 오셨습니다. 그리고는 각자의 이름을 부르면서, ‘너를 사랑한다.’ 는 말과 함께 한 송이씩 건네주었습니다. 그리고 감동적인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강의가 끝나자, 신부님은 자신이 선창하면 따라하라는 말과 함께, 욕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야이, OOO 야..”

 

갑작스러운 욕설에 직원들이 주저하자, 신부님은 회의실의 불을 끄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상처를 주고 괴롭히던 사람을 떠올린 후, 따라하라며 다시 외쳤습니다.

 

“야이, 미친 OOO 야..”

“야이, 미친 OOO 야..”

 

어둠이 감싸자, 주저하던 여직원들도 큰소리로 외쳤습니다.

 

“야이, 싸가지 없는 OOO 아..”

“야이, 싸가지 없는 OOO 아..”

 

5분 정도였을까요? 우리는 목청껏 개나리와 십장생, 시베리아 허스키를 불렀습니다. 후련해진 마음에 이어진 삼겹살 회식과 노래방은, 직원들을 하나로 묶어주며, 뼈와 살이 타는 밤을 만들었습니다.

 

인생의 터전은 다섯 가지라고 합니다. 지난 2 년, 원무팀은 제게는 최선을 다한 일터였고, 환자를 만나며 사람을 배운 배움터 였으며, 불만을 품은 환자들과 목청 높여 싸운 싸움터였습니다. 웃음팀과 독서팀을 만들어 재미있는 놀이터를 꿈꾸기도 했고,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는 쉼터의 역할을 기대했습니다. 그래서 갑작스러운 인사이동은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벌려놓고 마무리하지 못한 여러 일들과 하지 못한 계획들 때문입니다. 하지만 덕분에 나중은 없다는 것, 그러니 매 순간 최선을 다하며 살라는 말의 의미를 알게 되었습니다. 최선을 다하면 아쉬움은 있어도, 후회는 없으니까요.

 

새로 옮긴 정보지원팀 사무실에 장미를 걸어두었습니다. 우리가 얼마나 사랑받아야 할 소중한 존재인지, 꽃과 같은 아름다운 존재인지를 기억하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장미의 뜻을 잊지 않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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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18 10:43:25 *.236.3.241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희망을 꽃피우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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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18 12:51:28 *.30.254.29

그래야지...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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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20 17:32:24 *.226.205.7
저도 진한 화이팅을 더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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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21 09:45:00 *.30.254.29

고마워, 미옥아...너의 마법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 잊지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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