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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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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24일 11시 01분 등록

“살인범의 입장이 되어 그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니다”

- 존 더글러스, 美 FBI 프로파일링 팀 창시자 -

 

사람들은 그를 ‘프로파일러(profiler)’ 라고 부릅니다. 지금까지  겪은 범죄자만 700 명에 이릅니다. 대부분 연쇄살인범, 성폭행범 같은 강력범죄자들입니다. ‘사이코패스’라고 불리는 흉악범들을 만나 범죄수법과 동기, 행동의 원인 등을 캐내고 탐구하는 것이 그의 일입니다. 국내 1호 프로파일러로 유명인이 된 그는, 경찰청 과학수사센터 권OO 경감입니다.

 

살인마를 찾아내는 프로파일러로 유명해졌지만, 요즘처럼 묻지마 범죄, 아동 성폭행 범죄가 기승을 부릴때는 쉬지도 못합니다. 그의 가족이 근무하는 저희 병원에 간질환, 소화기계 질환으로 입원한 이유입니다. 입원기간 동안 작은 도움을 준 것이 계기가 되어, 퇴원 후 점심을 함께 하며 얘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호상 虎像, 누가 봐도 한눈에 경찰일 것 같은 외모입니다. 왠만한 범인들은 단 번에 압도할만한 아우라를 풍기면서도 또한 섬세하고 논리적입니다. 그는 여우의 지혜를 지닌 호랑이를 연상케 합니다

 

프로파일링은 지문과 족적을 채취하고 DNA를 분석하는 미드의 내용과는 조금 다릅니다. (미국 경찰도 드라마처럼 못한다고 합니다.) 한국의 프로파일러들은 범인의 행동과 심리를 분석합니다. 범죄행동, 장소와 시간, 이동과 도주 방식 등을 파악한 후 향후의 범죄를 예측하며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을 합니다. 범죄자를 찾는 '오펜더 프로파일링', 사건 발생 지점을 연결해 수사할 지역을 찾는 '지리적 프로파일링', 동일범에 의한 사건을 찾아내는 '링키지 프로파일링' 등이 있지만 애기를 들어보니, 미국과는 수사방식도, 자료를 축적하는 방법도 다릅니다.

 

잔혹한 범죄가 발생 할 때마다, 흉악범에 대한 언론 질문공세에 시달리는 그에게, 저까지 질문을 하는 것이 미안했지만, 한 가지가 너무 궁금했습니다. 프로파일러는 괴물을 상대하는 직업입니다. 연쇄살인범, 사이코 패스들을 만나서 내 감정을 숨기고, 살인마의 감정과 동기, 문제점에 접근하기 위해 괴물의 마음속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실제로 범죄분석 수사관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라고 합니다.  궁금했던 건 ‘그런 스트레스를 과연 어떻게 풀까?’ 하는 의문이었습니다.

 

“업무 스트레스를 어떻게 푸세요?”

 

“술을 마시거나 노래방을 가는 것은 스트레스 해소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가장 좋은 것은 ‘같은 일을 하는 동료들과 시간을 많이 갖는 것’ 입니다. 우리 같은 사람들은 가족과의 유대도 중요하지만 가족이나 친구한테도 할 수 없는 말을 안고 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왜 감정을 다스려야 하는지 ‘내면의 동기화’도 필요하다고 합니다. 피해자의 손이라도 한번 잡아야 한다고 합니다. 유가족들에게 ‘꼭 잡아주겠다’ 고 했던 약속들이, 범죄자들과의 고통스러운 만남을 버티게 해주는 힘이라는 겁니다.

 

저는 인생의 영화관 같은 병원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미담과 선행도 있지만, 공원에서 버려져 응급실에 실려 온 갓난아이, 길에서 객사한 장애아들의 부고 연락에도 모른 체 하는 비정한 어머니 등, 그늘진 인간의 모습에 대해 얘기하면서 짧은 시간이지만 공감했습니다. 감정노동에 종사하는 직원들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신부님과 마음껏 욕을 하고 소리쳤던 일화를 얘기했더니, 아주 좋은 방법이라며 경찰청 프로파일러 팀 워크샵 때 한번 해보겠다고 합니다.

 

철학자 니체는 인간을 ‘신과 짐승 사이의 밧줄’ 이라고 했습니다. 수많은 짐승과 괴물들을 상대하면서 인간에 대한 혐오가 그 어느 누구보다 크지 않을까 싶어, 주저하며 한 가지를 더 질문했습니다.

 

“인간에 대한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세요?”

저의 주저함이 무색하게 즉답을 합니다.

 

“그럼요. 현상과 실제는 다르니까요. 희망이 있습니다.”

 

왠지 모르게 믿음직합니다. 점심을 먹으며 심각한 질문은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그는 막걸리와 맛집을 좋아하는 소탈한 성격입니다. 건대 근처에 있는 맛있는 막걸리 집을 소개하길래 다시 만나서 한잔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돌아오면서 한가지 질문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혹시 제 안에 인터뷰어의 DNA 가 숨어있는 걸까요? 다음에 만나면 꼭 물어봐야겠습니다.

 

"다들 자신을 알고 싶다고 난리들인데,

어떻게 하면 자신을 프로파일링 할 수 있을까요?”

 

 

IP *.30.25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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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24 19:11:06 *.226.201.54
+ 사랑하는 이들을 프로파일
링하는 법도 물어봐 꼭 물어봐 주셔야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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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25 08:44:44 *.30.254.29

아..그래...그런데.미옥아,,

넌 이미 프로파일링의 대가잖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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