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김용규
  • 조회 수 3514
  • 댓글 수 2
  • 추천 수 0
2012년 9월 27일 00시 39분 등록

우리나라에는 대략 5만여 개의 유아보육기관이 있다고 합니다. 1만 5천여 개의 유치원과 나머지 어린이집들을 합친 숫자입니다. 아직은 소수이지만 아이들을 숲과 자연을 체험하고 느끼는 환경에서 보육하려는 소위 ‘숲유치원’을 지향하는 유아보육기관이 늘고 있습니다. 숲유치원 국제세미나에서 발표한 이후 나는 꽤 많은 유치원 원장님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숲과 자연은 무엇이고, 아이들에게 숲을 어떻게 만나도록 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는 진지한 시간들이 대부분입니다.


숲과 자연은 모든 생명의 가장 위대한 어머니입니다. 근현대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숲과 자연을 우리 인간의 문명과 편리, 경제적 성장을 위해 존재하는 자원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굳혀 놓고 있었습니다. 우리를 품고 키우는 위대한 어머니로서의 숲이라는 전통적 관점은 미개한 관점으로 여겨지는 형편이 되었지요. 기실 자연을 객체화하고 이용적 관점을 내세우며 우리는 빨라졌고, 편리해졌고 풍요로워졌습니다. 그러나 실은 자연과 유리되면서 우리는 더 가난해졌고 더 작아졌고 외로워졌습니다. 타자에 대한 경계심과 두려운 마음 역시 더욱 커졌습니다. 무엇보다 서로 더 많이 상처주고 상처받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생명보다 비생명적인 대상들을 껴안고 살면서 생명은 모두 내가 그러하듯, 삶에 대한 열망이 있다는 것을 잊게 되었습니다. 풀과 나무를 생명으로 대하던 마음을 모두 지우고 목재나 식용 혹은 약용의 대상, 치유물질을 주는 이로운 자원 정도로만 이해하는 관점에 익숙해지면서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것마저 그런 수준이 되고 말았습니다. 너무 자주 발생하는 잔혹한 폭력과 성폭행 등은 근본적으로는 생명에 대한 존중감을 상실한 시대의 한 모습입니다. 학교에서의 왕따와 학교폭력 역시 근원이 거기에 있다고 나는 믿습니다. 그래서 유아보육기관들이 숲유치원에 대한 지향을 품고 움직이고 있는 것이 참으로 기쁘고 또한 어떤 희망마저 갖게 합니다. 관련 기관이나 교사들의 초대를 마다하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만나서 강의하고 이야기 나누는 과정에서 알게 되었습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경영자인 원장님들이 내가 ‘one of them syndrom’이라 부르는 현상 때문에 무척 괴로워하고 있다는 것을. 그 신드롬은 학부모들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어린이 교육백화점 진열대에 전시된 아주 많은 상품들 중의 하나 정도로 여기는 현상을 표현한 말입니다. 어느 유치원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즉시 그만두고 다른 유치원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학부모들의 마음을 살피는 일에 애를 많이 써야 하는 것이지요. 이 점에서 숲에서 노는 것을 공부의 중요한 갈래로 삼는 숲유치원은 더욱 큰 애로를 겪어야 합니다. 때로 흙투성이가 되고, 더러 넘어져 긁히는 상처를 가지고 집에 돌아가기도 하며, 자주 모기에 물리고 이따금 벌에 쏘이는 경험을 하는 아이들에 대한 부모들의 불편한 심기를 달래고 안심시키는 일이 원장님들에게는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어떤 학부모는 모기에 물리게 했다고 교사의 뺨을 때리기 까지 했다는 경험담을 듣기도 했습니다. 자연과 만나고 느끼고 스미는 경험을 갖게 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큰 공부요 교육이라는 철학을 고수하기가 쉽지 않은 것입니다.


나는 학부모를 교육하는 일에 더 많은 비중을 두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요즘 많은 젊은 학부모들이 아이들이 무균상태에서 크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인간을 뜯어먹고 사는 생명이 700여 종이나 되고 그렇게 물리고 뜯기는 과정, 크고 작은 아픔을 겪는 과정에서 아이는 면역력을 키우고 또한 문제를 해결해 가는 능력을 키우면서 아이가 스스로 성장하는 것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어른이든 아이든 모두 크고 작은 아픔을 겪습니다. 또 겪어야 합니다. 아픔이 삶의 한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그 아픔을 만나고 느끼면서 성장하는 것 역시 삶의 한 부분임을 알아야 합니다.


소비자가 소비를 위해 교육을 받는 시대입니다. 한살림이나 다양한 생협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소비자를 교육해 왔습니다. 착한 소비가 필요한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아이들의 부모들도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아이들은 30년 뒤의 사회적 미래에 참여하고 결정할 주체입니다. 아이들 몸을 벌레퇴치용 화학약품으로 온통 무장하여 숲으로 보내는 모습은 그래서 걱정을 줍니다. 화학약품이 좋을지, 스스로 면역을 키우고 문제해결능력을 키우는 것이 좋을지 생각해 볼 일입니다. 얼마 전 나는 잠을 자다가 지네에게 물렸습니다. 새벽 네시였습니다. 생각보다 아파서 결국 두 시간 뒤에 병원에 갔습니다. 이후 나는 지네가 어디로 들어오는지 찾아냈고 그곳을 수선했습니다. 지네가 발이 마흔 개인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일가족이 나의 집을 거처로 삼고 살고 있음도 알게 되었습니다. 아픈 경험처럼 큰 공부도 없습니다.

IP *.20.202.74

프로필 이미지
2012.09.27 02:29:17 *.49.128.164

,잘지내고 계신지요?

8월 만남 이후 여우 숲에 한 번 가리라 마음먹었는데 생각뿐이었습니다. 저는 지금 이곳 코펜하겐에서 덴마크인들이 찾아낸 행복에 관해  많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8km 족히 되는 학교길을 걸어서 가며 비오는 날  그들과 같이 비를 맞고 또다시 걸어서 이곳 숙소까지 왔습니다. 그렇군요. 그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커다란 자동차나  빛나는 옷이 아닌 자연이 주는 생명력이었습니다. 

농장이며 학교, 공원, 숲 등을 찾아다니며 그들과 함께 걷고 달리고 웃어봅니다. 10월에는 숲 속 유치원에서 아이들과 하루 종일 함께할 계획입니다.     최정희 드림

프로필 이미지
2012.09.27 12:03:59 *.20.202.62

예. 잘 지내고 있습니다. 최정희 선생님... 멋진 안식년을 보내고 계시군요. 그곳의 교육이 우리와 어떻게 다른지, 그들은 자연과 어떻게 관계하며 살고 있는지 저도 무척 궁금합니다. 이웃도 잘 사귀고 계시죠? 쉰 살 넘으면 저도 1년에 두 달을 세계의 숲에 가서 살고 느끼고 또 그 경험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글과 강의로 나누며 살고 싶다는 소망을 품고 살고 있습니다. 제 떠돌 목록 중에 덴마크는 없었는데 다음에 들려주세요. 왠지 포함해야 할 것 같은 느낌입니다. 여긴 추석인데... 아무쪼록 건강하십시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