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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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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11일 01시 01분 등록

겨울 방학에 아이들을 모아서 여우숲에서 산촌유학캠프를 열까 고민 중에 있습니다. 마침 인연이 닿은 유능한 미국인 선생님과 하루 두 시간 정도 생명과 자연, 생물학과 생태학 등을 영어로 가르치는 것에 대해 논의하게 되었습니다. 그냥 생활영어를 하는 곳이야 많지만, 생명과 자연을 영어로 배우며 실력을 늘릴 수 있는 기회는 흔하지 않으니까요. 그렇게 하루 두어 시간 영어로 생명을 공부하고 나머지는 주로 겨울 숲을 누비며 노는 프로그램은 어떨까 생각 중입니다. 잠들기 전에 하루를 기록하고 공부와 놀이와 관계를 맺는 하루하루에 대해 자신의 느낌을 일기로 기록하는 정도면 자연과 유리된 아이들에게 충분히 의미있는 겨울방학이 되지 않을까 싶기 때문입니다.


여하튼 그렇게 미국인 선생님과 논의를 하다가 밥을 먹고 여우숲 탐방로를 거쳐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나는 붉은색과 갈색, 검은색이 뒤섞여 구르는 낙엽 쌓인 탐방로에서 급히 차를 멈추었습니다. 무언가 움직임을 감지했기 때문입니다. 뱀이었습니다. 얼핏 두 마리의 뱀이 큰 움직임을 보이며 길을 가로막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얼른 차에서 내렸습니다. 미국인 선생님도 카메라를 들고 동시에 내렸습니다. 우리는 사진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밝은 갈색의 개구리 한 마리를 두 마리의 뱀이 물고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개구리는 몸이 긴 두 마리의 뱀에게 어깨와 뒷다리를 물린 채 저항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물린 상태에서도 개구리는 도약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살기 위해서 20cm 정도의 높이를 뛰어오르며 그 상황을 벗어나려 시도하고 있었습니다. 놀랍게도 개구리가 도약하면 뱀이 딸려왔습니다. 개구리는 어디론가 자꾸 도약하며 도망치려 했고, 뱀은 더욱 강하게 뱀을 물고 늘어졌습니다. 나와 미국인 선생님이 사진을 찍기 위해 다가서자 뒷다리를 물고 있던 뱀 한 마리가 도망쳤습니다. 하지만 어깨를 문 뱀은 나와 미국인 선생님은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아, 저렇게 개구리가 죽어가는 것인가보다 생각하고 있는데 멀리서 멈춘 차소리를 알아채고 ‘바다’가 마중을 나오고 있었습니다. ‘바다’가 가까이 다가오자 뱀이 개구리를 포기하고 줄행랑을 놓았습니다. 신기했습니다. 사람인 나와 미국인 선생님은 완전히 무시하더니 개가 다가오는 것을 느끼자 먹잇감을 포기하고 도망치다니...


그것보다 더 신기한 것은 개구리가 목숨을 부지할 수 있게 된 그 장면이었습니다. 죽음을 목전에 두었다고 판단되는 그 상황에서도 개구리는 도약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삶을 포기하지 않고 맹렬히 저항하던 중, ‘바다’라는 아무 상관없는 다른 종의 동물이 그 위험을 떨쳐주는 상황... 하긴 개구리만이 아니라 우리 삶도 저런 무수한 우연들을 만나 이루어지거나 무너지는 경우가 있지, 그러니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 삶인 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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