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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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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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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15일 01시 15분 등록

뜻밖의 병고와 재난을 당했습니까?

오늘부터 다시 산다, 다시 살겠다 생각하고 힘을 내십시오.

사람사이의 믿음과 사랑이 깨졌습니까?

이 시간 이전의 나는 죽었고, 이제 다시 태어나 새롭게 사십시오.

인생은 나이 들어도 이모작, 삼모작이 가능합니다.

- 고도원 -

 

누군가 찾아왔다기에 나가 보니, 한 남자가 웃고 있습니다.

왼손에는 음료수 박스를 들고, 오른손으로 악수를 청하는데, 낯이 익지만 잘 모르겠습니다.

 

“저..누구신지?”

“김호진(가명) 입니다. 기억 안 나세요?”

“아..모자를 벗으시니 기억납니다. 안녕하세요. 몸은 어떠세요? 안색이 참 좋아지셨네요.”

 

뜻밖의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60 세의 김호진씨는 대장암 환자입니다. 환자들이 퇴원 후에 찾아오는 일은 가끔 있었지만, 그의 방문이 갑작스러운 것은 특별한 환자였기 때문입니다. 그는 의료분쟁으로 서로 얼굴을 붉혔던 환자였습니다.

 

아내와 함께 원무팀으로 찾아 온 때는 3월이었습니다. 계절은 꽃피는 봄이지만 얼굴은 추운 겨울이었습니다. 수척한 얼굴은 누렇게 떠 있었고 튀어나온 광대뼈와 말라붙은 입술에선 찬바람이 일었습니다. 한마디 말을 할 때마다 통증을 참는 것이 무척 힘들어 보였습니다. 수술 후 항암치료 중이라 했습니다. 옆에 있는 아내는 굳은 얼굴로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짜증과 우울이 겹쳐진 목소리로 사연을 말했습니다.

 

그는 1년 전 건강검진에서 혈액검사 이상소견을 받고, 2차 검진을 받기 위해 저희 병원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추가 혈액검사에서 이상소견이 없어서 약물치료만 받았습니다. 1년 후 갑작스러운 통증으로 응급실로 실려와 검사를 해보니 대장암과 전이된 간암이 진단 되었습니다. 화가 난 그는 다른 병원에서 대장암과 간 절제술을 받고 현재 항암치료 중이었습니다. 다니던 병원에서, 조기에 암을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놓쳐버린 것에 대한 항의와 불만이 계속되었고 손해배상을 요구했습니다.

 

“병원에서 잘못했으니 병원비, 수술비 등 모든 책임을 지세요.”

“과실이 있으면 책임을 진다는 것이 저희의 원칙입니다. 말씀하신 부분은 내부적으로 조사하여 3주 안에 알려드릴 겁니다. 자체조사 결과가 본인의 기대와 다르시면, 객관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외부기관과 연계해서 한 번 더 조사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는 자체 조사결과를 수용하지는 않았지만, 연계한 외부기관의 중재와 조정을 받아들여 법적인 분쟁까지 가지 않고 잘 해결되었습니다. 그 뒤로 일상에 파묻혀 기억도 못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음료수를 사들고 온 것입니다.

 

“몸은 어떠세요. 항암치료는 끝나셨어요?”

“8차까지 항암치료 끝나고 이제 두 번만 더 받으면 끝납니다.”

 

“안색이 참 좋아지셨어요. 치료결과가 좋은 것 같아요”

“처음에 항암제가 안 맞아서 고생스러웠는데, 지금은 괜찮아요.”

 

“항암치료가 워낙 독해서 힘드셨을 텐데, 잘 참으셨네요”

“머리도 많이 빠지고 힘들었지만, 그래도 참을만 해요.”

 

“그런데 어쩐 일로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제가 특별히 해드린 것도 없는데...”

“.....그때... 고마웠어요.”

 

7개월 전, 의견을 조율하기 위해 행해진 몇 번의 면담에서, 자신의 애기를 잘 들어주고, 자신을 존중해준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그것이 참 고마웠다고 합니다. 수술 후 항암치료가 끝나가면서 갑자기 내 생각이 나서 병원에 들렀다고 합니다.

 

미안하고 고마웠습니다. 특별히 신경을 쓴 것도 아닌데 그렇게 말해주니 미안했고, 병원에 근무하면서 환자나 병원이 서로 최선의 결론을 낼 수 있도록 돕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이 이해받은 것 같아 고마웠습니다.

 

그렇게 그는 반가운 손님이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반가웠던 건, 그에게 봄이 오고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기 때문입니다. 웃으며 음료수를 건네는 그의 얼굴에는, 큰 병을 이겨내고 살아난 것에 감사하는 사람의 얼굴, 긴 겨울을 끝내고 봄을 맞이하는 사람의 생동감이 서려 있습니다.

 

새로운 인생에 대한 설레임!

그것보다 반가운 손님은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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