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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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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18일 00시 04분 등록

요즘 부쩍 학생들을 많이 만나고 있습니다. 대상도 참 다양합니다. 유치원생들로부터 초・중・고등학생들이 대부분이지만, 오늘처럼 대학생 집단을 만나는 날도 있습니다. 학생들을 만나게 되는 매개고리는 학부모이거나 교사이거나 교수입니다. 그분들이 자녀 혹은 학생들을 데리고 여우숲으로 찾아오거나 나를 초대합니다. 나는 학생이나 학부모, 혹은 교수들 앞에 서서 자연과 생태와 농사와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참 즐거운 과정입니다. 내가 그들에게 나눠줄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는 것도 즐겁지만 그 과정에서 나 역시 종종 그들로부터 배우고 얻는 것이 많아서 더욱 그렇습니다.


학생과 학부모, 혹은 교사나 교수들에게 종종 나는 물어봅니다. 우리는 왜 공부할까? 우리는 왜 자녀나 제자들을 교육할까? 교육을 받거나 교육을 하는 것의 궁극적 목적은 무엇일까? 긴 질의응답 끝에 도달하는 학부모들의 대답은 대부분은 아이들이 공부를 통해 보다 안정된 삶을 살아갈 기반을 마련하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라는 점에 동의합니다. 학생들은 쉽게 대답을 찾지 못합니다. 교사나 교수들 역시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합니다. 이 시대 공부의 본질, 혹은 그 궁극적 목적에 대한 답을 요구하는 것은 어쩌면 모두를 곤혹스럽게 하는 철학적 질문인 모양입니다.


자연의 답은 간결합니다. ‘바다’같은 개는 제 새끼가 젖을 떼는 순간을 정하고 때에 이르면 젖을 떼도록 유도합니다. 떠나 보낼 때에 이르면 어미의 밥그릇에 강아지들이 입을 대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밥그릇을 챙기도록 요구하는 것입니다. 대신 사냥에 필요한 몸놀림을 가르칩니다. 새들도 그렇습니다. 새끼가 비상할 순간이 되면 가차없이 밥을 굶겨 둥지 밖을 바라보게 하고 스스로 날개짓을 하여 창공을 날아가도록 합니다. 요즘 같은 아름다운 가을 숲을 걷다가 몸에 달라붙는 다양한 식물의 씨앗들을 보아도 그렇습니다. 진득찰이나 도꼬마리, 미국가막사리, 도깨비바늘, 주름조개풀의 열매나 씨앗들이 우리 몸에, 다른 짐승들의 몸에 달라붙습니다. 그 또한 자식을 멀리 떠나보내려는 의도임을 알 수 있습니다.


결국 공부를 하는 까닭도 비슷한 것 아닐까요? 영원할 수 없는 안정을 구하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불안정과 다양한 문제를 스스로 마주하고 해결할 수 있는 힘을 찾기 위해 공부를 하는 것 아닐까요? 우리의 공부가 활자나 책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책 밖으로 확장되고 그 속에서 다양한 문제를 만나며 스스로 그 해결책을 찾아가기 위한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사회・경제적 환경은 갈수록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습니다. 대단히 역동적인 변수들이 뒤섞이고 있습니다. 동시에 소위 한때 안정을 보장했던 직업들이 더는 안정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가 추구하는 공부, 혹은 제시하는 교육의 방식은 낡은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제 우리 인간의 교육 역시 자연이 보여주는 답, 즉 공부의 본질에 가 닿아야 합니다. 스스로 문제를 만나고 풀어낼 수 있는 힘을 키우기 위해 공부해야 하는, 오래되었지만 미래에도 유효한 그 모델을 회복해야 할 것입니다. 뿐만아니라 자신의 세계에만 머무는 틀을 깨고 타자와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얻기 위해 공부할 때 그 공부가 지치지 않고 즐거울 수 있음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요즘 부쩍 참된 공부의 시간을 갖고 싶은데, 너무 바쁘게 사는 것 아닌가 반성하게 되는군요. 그대는 왜 공부하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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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18 07:30:07 *.10.140.115

어리석음이 머리꼭대기까지 올라온 것을 지켜보기 위해서지요....^____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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